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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 -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11>
기초의학 -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11>
  • 의사신문
  • 승인 2006.11.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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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현상 논리적 해결능력 증진 초점을

의학이 너무 임상 실무에만 맞춘다면 과학적인 방법론의 과정을 소홀히 하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심지어 대학병원에서 조차 실상 교육보다는 진료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학발전을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육에서 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해서 철저한 검정과 평가를 통하여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 기초의학의 책임이다. 이러한 훈련 과정을 거침으로서 환자로부터의 정보를 바탕으로한 임상적 진단(기초에 바탕을 둔 임상적 추론, clinical reasoning)이 가능할 것이다.

#생물 의학적 지식 발전 계통 교육 필요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 기초의학 교육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 것인가? 기초의학 교육의 좌표, 목표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새로운 21세기를 맞으며 의학교육의 목표는 환자진료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했던 데서 벗어나, 다양한 덕목을 갖춘 새로운 21세기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서의 생물의학적 지식과 기술교육을 졸업 후 교육을 준비하는 정도로 그 양을 줄여야 한다. 또한 이들 지식과 기술 수준도 1차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목 중심의 교육보다는 계통적인 교육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새롭게 변화하고 증가하는 의료지식을 능동적으로 평생 공부하고 습득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의과대학에서의 기초의학 교육은 의학연구 자세와 방법, 그리고 임상의학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따라서 각 의과대학에서 교육하는 기초의학 내용과 방법 그리고 교육 시기 및 이에 소요되는 강의시간이 거의 일정하였으며 많은 양의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21세기에는 기초의학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수정되어야 한다.

내용의 변화를 살펴보면, 21세기에는 의학 특히 생물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이며 분자 생물학, 신경 생물학, 구조 생물학을 포함한 분자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생체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의학 분야에 새로운 시야가 펼쳐질 것이다. 의학의 이러한 발전은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등 기초의학의 전통적인 구분뿐 아니라,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의사들은 질병발생의 기초의학적인 지식 외에도 질병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행동인자, 사회적 요인,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과학, 사회의학, 질병역학, 생물통계학 등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학지식의 전달만으로는 학생들 자신들이 지식을 얻는 방법이나 창의력을 키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기초의학 교육과정에서부터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기초의학 교육은 기초의학 총론 및 기관별, 주제별 통합 개념으로 임상의학과 연계하되 임상의학 내용 이해를 위한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와 같이 기초의학교육과정의 변화는 21세기 의학교육 발전과 관련해서 다른 어느 분야보다 두드러지게 변화할 것이 예상된다. 이에 2000년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발간한 `21세기 한국의학교육계획(21세기 한국 의사상)'에서 기초의학교육을 위한 다음 세가지 제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초의학교육은 의사로서의 정확한 판단능력과 연구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의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의학지식을 폭넓게 응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응용력은 반드시 과학적 배경과 생물학적 기전 이해를 바탕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또한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되는 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치밀함과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

일차적인 의사 양성을 목표로 한 의대에서의 기초의학 교육은 생물학적 사실에 관한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생명현상에 관한 원리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끔 유도함으로써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또한 기초의학 실습을 통해서는 객관성 있는 연구 결과를 얻고자 하는 연구자세와 연구결과를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 의사로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판단 능력과 효과적인 응용능력을 함양시켜 주어야 한다. 당장 임상의학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기초의학 지식 습득과 실험 실습 과정이 의학교육 과정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초의학교육의 새로운 변화에 있어서 전반적인 의학교육 수업시간의 감소와 임상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로 기초의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감이 없지 않지만, 기초의학은 그 학습방법이 바뀌어갈 뿐 기본 내용이 갖는 중요성은 결코 감소될 수가 없는 것이다.

#단순 지식아닌 임상상황 이해 도와야


◇기초의학교육은 임상의학교육과 연계되어 실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강의에만 의존하던 기초의학 교육 방법을 지양하고, 실습과 컴퓨터 활용교육 등을 통한 자율학습 기회를 넓혀 독자적 학습태도와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시켜야 하며, 교육내용은 임상의학과 연계하여 실제적인 임상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의과대학에서의 교육 방법은 학생에게 방대한 양의 지식을 암기하도록 가르치고 또 이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의학 지식을 전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모든 학생이 이러한 암기 지식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컴퓨터의 발달로 암기의 중요성이 감소될 것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육은 전통적으로 교실의 영향력에 따라 배정되어온 강의 시간 수에 맞추어 또는 교과목을 운영하는 담당교수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따라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간 뿐만 아니라 기초의학간의 교육과정에도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학생들은 분절화되고 단편적인 의학 지식과 기술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정을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하여야 하며 교육 목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교수의 연구 중심으로 편성된 교실 중심 교육체계로부터 학습자 중심의 주제별/장기별 기초-임상 통합교육과정의 강화 또는 문제바탕학습(Problem Based Learning, PBL) 과정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초의학의 경우 일차진료의사 혹은 전문의가 알아야 할 지식과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지식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기초의학 교육내용은 실제 임상분야에 많이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졸업 후 기초의학이 아닌 임상의학을 전공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기초의학 교육과정에서의 기초 임상간 연계분위기는 졸업 후 연구 분야에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의 별도 프로그램 운영 절실


◇기초의학교육 및 연구 발전을 위하여 별도의 기초의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기초-임상 연계 교육과정의 보편화는 의과대학 기초의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기능 분리를 더욱 가속화하고 두 기능의 전문화를 촉진하여,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해도 기초의학 교육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대학간, 국가간 생명과학 분야 연구경쟁에 있어서도 기초의학 분야 연구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의과대학들은 새로운 기초의학 교육과정을 발전시키는 일 이외에 기초의학 분야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 MD-PhD 프로그램 같은 기초의학 내지 기초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서덕준 <동아의대 생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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