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상>
연재를 마치며 <상>
  • 의사신문
  • 승인 2007.08.27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 필요해

지난 10월부터 의사신문에 식재료와 맛집에 관한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42번 째 글이 되었다. 이번 글을 끝으로 필자의 칼럼을 마무리하고지 한다. 그 동안 많이 부족한 글들을 너그러이 봐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돌아가신 필자의 아버님은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평생 재직하셨는데, 전공은 영문과이시지만 따로 충청도의 먹거리에 관한 책을 내실 정도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다. 어렸을 때 무심코 따라다니던 소박한 맛집에서 먹어본 여러 음식들, 전라도 출신의 파평 윤씨이신 외할머니가 철마다 보내주시던 김치와 반찬, 젓갈들에서 느껴지던 그 깊고 풍부한 맛들이 내 현재의 음식에 관한 열정과 관심을 가지게 한 근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물론 요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고, 맛집 탐방을 다니는 것을 취미로 삼는 식도락가들이 늘고 있다. TV와 신문, 잡지, 블로그에는 온통 식당과 먹거리에 관한 얘기들 투성이다. 하지만, 음식은 단순히 혀끝에 느껴지는 단편적인 `맛'으로만 말할 것이 아니다. 올바른 먹거리 재료를 준비하고, 그걸 제대로 손질하고, 정성스럽게 원칙적으로 조리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내놓고, 그 정성을 느끼면서 감사히 먹고 즐기는 과정이 모두 음식을 사랑하고 음미하는 행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요즘은 어디서나 먹을 것들이 넘쳐난다. 필자는 그 동안 어떤 식재료가 어떻게 좋은지, 또 그걸 이용한 요리를 잘하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썼지만 사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을 먹어야 하나' 가 아니라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의 식탁은 여러 가지로 오염되어 있다. 유기농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농약과 성창촉진제, 유전자변형 또는 항생제 등에 오염된 식재료가 우리의 식탁에 훨씬 많이 오르고, 구입 비용이 비교도 되지 않게 싼 중국산 식재료들이 우리가 즐겨 찾는 식당의 식자재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오래이다. 게다가 그걸 감추기 위한 조미료와 갖은 식품첨가제의 위협까지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혹자는 먹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을 만든다 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렸을 적의 입맛이 평생 식습관을 좌우한다고 생각할 때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는 여의사의 책임은 더 크리라고 본다. 어렸을 때 건강하고 소박한 먹거리에 익숙해져야 평생 그걸 사랑할 줄 알기 때문이다.

건강한 먹거리는 자기가 사는 곳에서 나는 제철먹거리를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간결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드셨던 소박한 밥상이야 말로 최고의 건강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음식의 맛을 좇는 시대이지만, 맛있는 음식만이 능사가 아님을, 또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오늘은 이런 점에서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점 한 곳을 소개하고 싶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하동관'이다. 하동관 곰탕의 영양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하동관이라는 식당과 거기서 내는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1939년에 창업해서 1970년 가까이 곰탕을 팔아 온 하동관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왔고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유서 깊은 집이다. 메뉴는 곰탕과 수육 딱 두 가지뿐이고 영업시간은 창업이래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지켜지고 있다.
 
그 날 준비한 것만 판매하기 때문에 곰탕이 많이 팔린 날은 점심 때 문을 닫기도 한다. 곰탕은 말 그대로 오래 고은 탕이라는 뜻이다. 사골과 잡뼈 및 여러 부위를 넣고 하루 이상 끓이는 설렁탕은 뼈의 연골이 녹아 내릴 만큼 오래 뭉근하게 끓여내지만, 곰탕은 소의 살코기 부분만을 사용하고 기름을 계속 걷어내며 끓이므로 담백하고 맑은 것이 특징이다. 

<강남 유비여성클리닉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