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스러운 에러
신비스러운 에러
  • 의사신문
  • 승인 2007.08.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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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함께 늙고 병들어가는 자동차

아무런 문제없이 10년 이상 잘 달려온 차들이 가끔 말썽을 피울 때가 있다. 사람들이 전설적으로 생각하는 유명한 올드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고장도 전설적이다. 어떤 고장은 부품을 구하지 못해서 해결이 안되고 어떤 고장은 운전자가 마루타가 되고 미캐닉 아저씨가 살짝 돌아버릴 것 같은 상황이 되어도 해결이 안된다. 트러블 중에서 빅 트러블이다. 가끔 주인들이 차를 정서적으로 포기 못하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대부분의 원인은 작은 사건이 큰 사건을 만든다. 그리고 오래간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있기는 한데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쉬운 비유를 들자면 살짝 막힌 혈관과 기능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장기기능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살짝 막히기 시작하는 혈관이 있으면 증상이 확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고 사인을 주지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가 지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증상들이 확연하게 드러나지만 주위의 몇 가지 부속은 가정과 결론을 만족시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교체되거나 아예 불필요한 요소들도 교체된다. 그래서 몇 가지 사소한 에러가 차의 부속을 거의 교체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문제는 이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차의 회로도와 구조도를 아예 외우는 사람도 속수무책인 에러들이 있다. 얼마 전 필자에게도 일어났다. 차의 배선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프랙처가 일어난다. 커넥터는 녹이 슬면서 접촉 저항이 높아져 버린다. 한 두개는 잡을 수 있지만 몇 개가 합동작전으로 나오면 고장은 신비스러워진다. 주인과 차의 미캐닉은 살짝 돌아버린다. 물론 폐차장에 집어넣어 슈레더로 찍어버리면 문제는 차와 함께 소멸된다.

그러나 주인이 차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신비스러운 에러는 시간이 쌓이면서 누적된 것들의 합이라 여러 가지가 나온다. 필자의 차가 어느 날 퇴근길에 코엑스 앞에서 퍼지고 말았다. 렉커차를 부르려는 순간 시동이 다시 걸리고 집까지 잘 왔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별 문제가 없었다. 그 다음은 청담동 언덕에서 퍼졌다. 그리고는 며칠에 한번, 하루에 한번씩 퍼지기 시작했다. 모트로닉 제어기(차의 ECU라고 부르는 제어정치)는 예상대로 엉뚱한 에러코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명한 전설적인 미캐닉도 엉뚱한 답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10번이나 잘못된 진단을 내린 것이다.  

포기하는 순간 차는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회로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유와 가정을 증상을 중심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분의 부속과 새로운 부속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번만 진행되면 운전자들은 패닉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들 상태에서 꿀럭하고 정지해버리는 엔진에 대해 여러 가지 수리방안이 나온다.

하나씩 의심이 되는 부속을 갈기 시작한다. 릴레이를 갈고, 센서를 교체해보고, 커넥터를 교체해보고, 나중에는 연료 펌프와 필터를 교체한다. 끝에 가면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플러그와 멀쩡한 플러그 배선까지 갈아대는 것이다. 엔진의 배선도 체크에 체크를 거듭한다. 정상적이거나 문제가 신비로운 놈이 아니라면 여기에서 끝난다. 마지막까지 배선을 살펴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미캐닉들도 지치기 시작해서 차를 공장에서 아예 필자가 뜯고 붙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까지 왔다. 잡히지 않는 오페라의 유령처럼 문제는 계속 따라다니고 있다가 어느 토요일 저녁에 그 유령이 우연히 발견됐다. 시동키의 열쇠에서 ECU를 ON으로 만드는 작은 커넥터가 습기에 차서 부식된 것이다. 다른 우회경로라도 있어야 하는데 달랑 커넥터가 하나라 ECU의 호흡곤란같이 완전히 정지해버리지도 않는 에러가 나온 것이다. 문제가 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친다.  

우선 먼저 열심히 참조했던 매뉴얼은 구식이어서 핵심적인 내용이 안 나왔다. 그 다음은 이런 방식의 점화 유지방식은 잘 쓰이지 않는 것이고 맨 처음에 의심을 가졌을 때는 다른 부품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잘못된 R/O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아무도 시동이 걸리고 10분이 지나면 유령처럼 나오는 이런 에러를 의심하지 않았다. 애매한 접불이었으나 엔진은 거의 심정지 수준까지 꿀럭거렸다. 다시 키를 돌리면 문제는 또 애매하게 사라졌다.  

에러, 특히 매니아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이런 에러는 예방책도 별로 없으며 단일한 원인도 아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런 에러들을 미리 감지해서 위험에 빠지지 않는데 있다. 다음주에는 몇 가지 심각한 예를 들겠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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