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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 덕산재~우두령
백두대간 종주 : 덕산재~우두령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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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정상 거침없는 조망 '압권'


여성대원 3명을 포함한 7명의 삼도봉 구간 종주대원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덕산재 정상 폐주유소 처마밑에서 비박을 한 뒤 새벽에 대간길을 밟기로 하고 고갯마루에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덕산재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해 있는 내공이 높아 보이는 단독 종주꾼이 죽라면으로 맛있게 식사하고 있었다. 죽라면은 쌀 한줌을 물에 넣고 끓여 어느 정도 퍼지면 그 때 라면을 넣고 끓여 완성하는 요리로 휴대 및 조리가 간편하고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 종주꾼들의 주 요리중의 하나다.

우리도 서둘러 지난 번 발견한 계곡 물을 떠서 맛있는 만찬을 준비했다. 잡탕찌개에 곁들인 삼겹살과 한잔씩 주고받는 소주는 늘 최고의 식탁과 명주였다. 식사를 끝낸 후 침낭을 펴고 처마밑으로 길게 누워 잠을 청했다. 지금은 구름 사이로 별이 쏟아지고 있지만 내일은 비라는 라디오 일기예보가 영 마음에 걸려서인지 비를 맞는 꿈이 그밤 내내 가위 눌리 듯 나를 괴롭혔다.

꿈속의 빗줄기는 계속해서 얼굴을 때렸고 그 찬기운에 계속 몸을 움추리기를 반복하던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 아뿔사! 질긴 인연 빗줄기여. 꿈이 현실로 바뀌어 있었다. 애초부터 비를 가리기에는 너무도 좁은 처마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찬 빗줄기가 사정없이 들이쳤다.

침낭에 배낭은 물론 모든 짐들이 젖어가고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놀라 일어난 대원들의 표정은 너무도 어두웠다. 어슴프레한 새벽 한기 속에서 죽라면으로 요기를 마친 우리는 언제나 처럼 배낭을 꾸려 악으로 깡으로 빗줄기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침낭속까지 파고든 빗물에 잠을 설쳐 컨디션은 바닥이었고 물먹은 배낭과 내용물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웠다. 특히 여성대원 두 명이 오한에 떨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도 세찬 빗줄기가 계속해서 따라 붙어 탈출을 고민하기 시작하며 지도를 살폈다. 그래도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도 위의 부항령이라는 임도고개가 눈에 띄어 일단 그 곳까지 전진하기로 하고 대원들을 격려해 한참을 걸었을까, 빗소리에 묻히긴 했지만 간간이 자동차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분명 지도에는 차도가 없는데 여기가 어딘가? 길을 잘못 들었단 말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자동차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 소리를 따라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오니 포장도로와 터널이 있었다.

개통한지 얼마 안된 부항령 터널이었다. 우리는 산아래 파출소에 연락해 차량지원을 받아 대덕이라는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목욕탕이 있다 하여 찾아가 보니 특이하게 탕이 하나뿐이라 하루씩 번갈아 가며 남탕 여탕을 운영하는데 그 날은 마침 여탕이었다. 여성대원들은 따뜻한 목욕을 한 반면 남성대원들은 민박집 부엌에서 찬물샤워에 만족해야 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우리는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로부터 2주 후 나는 병원 정기산행팀을 이끌고 부항령에 다시 섰다. 맑은 날씨에 시원한 조망을 벗 삼아 두어 시간 꾸준히 오르니 경북, 전북, 충북의 꼭지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삼도봉에 도착했다. 삼도봉 정상은 그야말로 삼도가 발아래로 사방 거침없는 조망이 압권인데 삼도 화합을 기원하다는 정상부위의 대형 석조물은 왠지 조화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도봉에서 서측으로는 민주지산 줄기가, 우측 북동쪽으로는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줄기가 힘차게 뻗어 있는데 이 두 산줄기 사이로 유명한 물한계곡이 발달해 있다. 우측 대간줄기를 따라 계속 걸으면 밀목재를 지나 화주봉을 넘어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상촌을 잇는 한갓진 고갯길 우두령에 도착한다.

〈서동면 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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