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의 다양성 부족에 대해
차량의 다양성 부족에 대해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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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대 풍미 감성의 차는 강력한 문화아이콘

일본의 자동차 마니아들에 대해 항상 부러운 것은 차종의 다양성이다. 한국 보다 모터리제이션의 역사가 길며 차를 생산한지도 오래 되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동차 문화는 긴 역사와 많은 골수 팬을 갖고 있다. 50년대의 차나 60년대의 차들도 콜렉터들 사이에서는 곧잘 거래되고 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 자동차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차들은 그 자체로 수집의 대상이다.

자동차라는 것은 강력한 문화 아이콘이다. 길거리에서 액셀이나 프레스토, 스텔라 같은 차들을 보면 사람들은 곧잘 옛날을 떠올린다. 드라마나 영화 역시 과거를 실감나게 재현하려면 당시의 차를 동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포니를 드라마에 보여주기 위해 이집트에서 수입을 하는 수준에 있다. 국산차가 이 정도이니 수입차의 문화는 더 다양성이 부족하다.

엄밀히 말하면 자동차 문화의 다양성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차라는 것을 직접 고쳐본 적이 없는 고객들과 수입차와 국산차를 불문하고 비교의 대상이 적은 이상한 획일적인 문화가 남아있다.

차량의 가격을 떠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한 감성의 차들은 마니아의 감상을 떠나 강력한 문화요소의 시작이기도 하다. 책에서만 보는 차들과 가끔 이들을 몰아보고 즐겨보는 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먹고사는 일과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화라는 면에서 이것은 커다란 손실이다. 몇 개의 주 모델만을 갖고 변종을 만들어내는 국산차 메이커, 획일적인 정도의 메이저 수입차 메이커만이 판을 치고 있다. 사실 시장의 점유율이 낮은 차들은 획일적인 선택에서는 논외다. 차량 브랜드 선택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BMW 7시리즈를 몰고 다니기는 하나 과거 BMW시리즈는 단 한 대도 몰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긴다. 3시리즈 조차 몰아 보지 않았다. 고급 로드스터를 몰고 다니지만 과거의 로드스터는 단 한번도 몰아본 적이 없다.

유럽의 차들은 특히 모른다. 따라서 비교할 대상이 없다. 출력이 300마력이 넘는 차들을 몰고 다니지만 200마력대의 차들은 한번도 몰아본 적이 없다. 도로에서의 운전 트레이닝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과격운전을 하다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봉착한다.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지만 정작 본넷트를 본인이 열어본 적은 아예 없다.

하부를 들여다 본 적도 없다. 최신형 스포츠 모델은 갖고 있지만 별로 비싸지 않은 알파로메오나 피아트, 란치아 모델을 몰아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명마라고 하는 페라리를 모는 사람이 이태리 차의 감성을 이야기해도 과거의 차들과의 역사성은 단절된다. 이럴 때는 옆 나라 일본의 차 문화가 정말 부러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가 흐르면 메이커에서 시키는 대로 잘 사주는 착한 고객이 될 수도 있다. 시승을 해보고 나서 비교할 대상이 적다면 슬픈 일이다. 물론 강남의 신사동, 압구정동 거리에서 몇 대의 시승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수평적인 비교다. 어느 정도는 역사성을 내포하는 시기적인 비교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인데 과거에는 전혀 그럴 여건이 안되었다. 먹고 살만 해지니 차들은 늘어났지만 정작 문화적인 요소는 부족하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세상의 경쟁은 치열하다. 자동차를 지위의 상징으로 보는 습관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등록차량의 수가 천만대가 넘은 지가 오래전인 데도 그렇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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