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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보다 인력 감축이 우선이다.
수가보다 인력 감축이 우선이다.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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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몇 천 명씩 모여서 집회를 가지는 등 대규모 시위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연간 6000명 정도의 졸업생이 거의 대부분 교사로 임용되는 것을 연간 4000명 정도로 교사 임용 정원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와 그에 따른 학생 수의 감소로 필요한 교사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서 학생들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교육대학 재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육대학 학생들은 국가 예산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4년간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이런 고급 인력들이 교사로 임용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함은 물론이고 아까운 젊은 인재들이 임용을 기다리면서 몇 년의 세월을 허비할 수도 있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은 이번 교육대학 졸업자에 대한 문제는 비교적 수요-공급 측면의 예측이 쉽고, 현재 과잉 공급되는 교사의 수도 그리 많지 않기에 적기에 정책을 세운다면 4∼5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의료계의 인력 수급 계획은 훨씬 더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더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고,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기 쉽지 않다.

의료계 인력 중 의사는 이미 너무 넘쳐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OECD 통계를 인용하면서 의사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하고, 시민단체들은 1·2차 의료기관의 텅 빈 진료 대기실은 안중에 없고, 대학병원의 유명한 교수님 진료시간에나 볼 수 있는 `2시간 대기, 5분 진료'라는 이야기를 흘러간 옛 노래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

OECD 통계를 통해서 보더라도 이미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은 증가율에서 1위이고, 의사처럼 진단하고 직접 치료하고 싶어 하는 5만 명이 넘는 약사를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이 나라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과잉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영국 국민들처럼 전문의 진료가 몇 달씩 지연되고, MRI 한 번 촬영하려면 또 수 개월을 기다리는 상황을 느긋하게 기다려줄 국민도 아니거니와 미국 국민처럼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겠다는 마인드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진료 수준은 미국처럼, 비용은 영국처럼 강요받고 있는 이중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가 극악한 저수가 상황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박리다매식으로 단기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고, 비교적 싼 인력으로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 관련 인력의 인건비가 해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고, 불황에도 어쩔 수 없이 배출된 의사들이 개원을 하면서 늘어가는 병·의원으로 내원 환자의 수는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수가 계약 시즌이 되었지만, 의료계의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수가 몇 % 올리고 내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과잉 배출된 의사 회원들이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점차 쌓여가는 대출 이자에 짓눌리는 상황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전체적인 의료계의 파이가 작은 상황에서 동료에 대한 배려가 싹 트기를 바라는 것도 어렵고, 예전 같지 않은 의료계 내부의 결속력도 문제다. 더구나, 생존의 위협은 우리 회원들에게 자살 같은 극단적 행동을 유발하거나, 사무장 병원 취업이나 허위청구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유혹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윤리적인 의사, 의료계의 전문가 다운 자율정화 활동이라면 지금처럼 인력을 과잉 배출해서 의사들 사이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이라는 전략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단지 `밥그릇 지키기'로 폄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임민식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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