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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 신화와 진로지도 <35>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 신화와 진로지도 <35>
  • 의사신문
  • 승인 2007.07.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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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동체의 '해결 과제'로 의식 바꿔야

학생들은 자신들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대학의 전공을 결정한다.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미 그들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어려운 의과대학 입학경쟁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큰 방향을 결정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다른 직업세계와 마찬가지로 의사라는 직업군 속에는 더 많은 세부 속성들을 가진 직업군들이 존재한다. 심리학이나 교육학의 이론적인 논거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할 때 삶이 더욱 만족스럽고 일의 효율성이 증가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과대학생들의 전공 선택 신화

의과대학 학생들이 고민하는 중요한 주제는 언제나 세 개쯤 있다. 첫째는 학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문제, 둘째는 사귀는 이성 친구 문제, 그리고 셋째는 전공 선택 문제이다. 이 중에서 학교 성적에 대한 문제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이 나오기 마련이었고, 이성 친구와의 문제는 그 친구와 헤어지거나 최종 결정을 몇 년 뒤로 미루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공 선택에 관한 문제만은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문제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선택에 대하여 고민하며 이야기할 때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오해는 다음과 같다.

#경제성만이 목적인 선택은 불행 자초

■첫 번째 오해 :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내 일생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   학생들은 전공 선택에 따라 자신의 일생도 상당히 바뀔 것이라는 두려움과 착각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 규모와 의료 관련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그들이 선택한 전공에 따라 수입과 삶의 질이 그렇게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학생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 물론 개원의 용이성, 일시적 수입, 전공의 시절의 잠 잘 수 있는 시간 등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공을 신중히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무겁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 오해 : “지금 잘나가는 전공을 택해야만 한다”   매 시대마다 그 시대의 환경에 따라 좀 더 인기가 있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전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10년 정도를 주기로 뚜렷한 변화를 해 왔다. 그러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떨까? 아니 학생들이 전문의가 되고 의사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게 될 20년, 30년 뒤에는 어떨까? 그 때를 준비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결정일까? 단지 경제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지금의 인기를 따라 그런 전공들을 택한다면, 그들은 향후 많은 측면에서 실망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오해 : “모교에서 수련을 받는 것이 우선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공을 택해야 한다”   한 명의 의사가 평생 의사로서 일을 하는 시간이 평균 12만5000시간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렇게 엄청난 시간을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일해야 하는 의사가 된다는 생각을 할 때, 자신이 정말로 매력을 느끼며 흥미 있게 잘 일 할 수 있는 전공을 어떤 이유로 말미암아 선택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일단 전문의가 되고 나면 어느 병원에서 수련 받아 전문의가 되었는지 보다 어느 전공 전문의 인가 만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우선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성적에 밀려 이 전공 저 전공으로 전전하는 것을 볼 때가 많이 있다.   ■네 번째 오해 : “그래도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쏟아져 나오는 의대 졸업생만도 3000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각 전공별로 개원할 자리를 찾아 전국을 헤메는 선배들의 모습을 쉽게 본다. 우리나라는 이미 의사 과잉 국가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앞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는데 있어,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임상 의사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의사라는 전문가들이 사회의 수요에 맞추어 활동하여야 하는 소위 `블루 오션'은 임상 자체보다도, 대중이나 타 학문과 의학을 연결해 주는 중간 다리 분야이다. 그것은 의료와 법, 의료와 경영, 의료와 언론, 의료와 정치, 의료와 매스미디어, 의료와 문화, 의료와 정책, 의료와 교육, 전문 NGO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다.

#'블루오션' 개척에도 관심 가져야

■다섯 번째 오해 :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정말 원하는 전공을 나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전공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것이 가장 답답하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전공이 무엇인지 알면, 그것을 용감하게 선택하고 노력할 텐데, 그것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러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에게 정말 잘 맞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찾기 위하여 체계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자신의 전공 선택을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흥미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역을 정리하여, 관련 책자나 논문도 읽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 상담도 하고, 직접 실험도 해보고, 다양한 사회기관에서 인턴사원으로 활동도 해보는 그야말로 구체적인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만 한다.  

■여섯 번째 오해 : “전공 선택은 현실의 문제이고 가치관 등등은 이상의 문제이다”   “제가 원하는 것은 ○○과입니다. 그러나 그 전공을 하면 앞으로 돈을 못번다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이 말립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의 `이상'이지만 전공 선택은 `현실'의 문제이니까, 현실적으로 전공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문제이다. 가치관이 그의 삶을 규정하고, 모든 선택을 하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살고 있는 그 가치관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큰 오해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목표와 그 가치관을 점검하는 것은 진로 선택을 위한 첫 번째 단추인 것이다. 많은 경우 학생들은 이것을 가장 마지막 단추라 생각한다. 그래서 전공 선택은 `불행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을 그들만의 문제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큰 이슈이다. 그것은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를 넘어 의료인력의 수급,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미래 사회의 의료공동체의 일원이 될 의사 개개인의 삶의 질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의과대학들이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의과대학은 학생들의 가치관 확립과 진로지도를 위한 체계적인 학생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언젠가는 의과대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이 전공선택과 관련한 대학의 지원을 문제삼을지도 모른다. 의과대학의 노력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학생 개개인의 가치관 변화를 동시에 요구한다. 의과대학생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러한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마도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 지도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대학 및 의료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 경향과 특징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전공선택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은배 <연세의대 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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