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대가치, "갈 길이 멀다"
한국의 상대가치, "갈 길이 멀다"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7.06.2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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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상대가치 제도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던 수가체계의 개선은 사실상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최근의 상대가치 전면 개정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부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번 전면개정을 통해 의료행위별 원가계산과 노력에 따른 수가 보상, 과간 수가 불균형 개선을 간절히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각과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과별 형평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업무량의 불합리성은 개선되지 않고, 위험도 상대가치 도입은 무산됐다. 더욱이 의료원가의 73.9%만 반영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원가대비 73.9%에 대한 보전방안이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의 상대가치 제도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먼 것으로 나타났다. 저수가로 인한 급여 서비스의 위축 등 의료를 왜곡시키는 불균형한 현행 의료 구조는 반드시 정부와 보험자, 의료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 각과별 요구가 분출되면서 결국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인내와 시간이 요구된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답’은 없어 보인다.

미국은 원가 100% 보전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신라호텔 에머럴드홀에서 ‘상대가치 의료수가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미국의 상대가치제도와 함께 바람직한 수가체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보다 앞선 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양국의 공통적인 또는 이질적인 문제와 이의 해결책을 토론하는 학술회의는 참석한 한미 양국의 보험관련 인사들에게 매우 뜻 깊고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원가보전 및 과간 상대가치 점수 조정등 상대가치 제도의 원칙과 방향을 놓고 의정 대표간 뜨거운 설전과 공방이 오갔다. 미국의사협회와 보건의료관리청 고위 관계자 등 초청연자들은 강연을 통해 미국이 겪어온 지난 15년간의 경험과 문제점, 향후 계획을 전망했다. 미국의사협회 상대가치개정위원회 윌리엄 리치 의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상대가치점수에는 위험도가 반영되어 있다"며 한국과의 큰 격차를 설명했다.

상대가치제도 첫 도입 당시에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원가를 100% 보전해 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 AMA의 사무국장인 쉐리 스미스는 자원기준 상대가치를 첫 개발, 적용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미국보건의료관리청의 케니스 시몬은 "의사업무량·진료비용·위험도에 대한 상대가치를 AMA산하 RUC에서 조정하고 이를 제출하면, 90% 이상은 의견이 반영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영건 교수(포천중문의대 예방의학교실)는 '한국 상대가치 의료수가'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비전문성, 동료평가제도의 임의성, 공신력 등 상대가치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바람직한 상대가치 제도 확립을 위해서 건정심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동료평가(peer review) 조정 및 의료 기술 확정 후 건정심의 급여여부 평가를 기대하는 상대가치개정위원회의 역할 정립을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박인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장은 "의료행위별 상대가치점수를 국민의 건강과 보장성 강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상대가치점수 전면 개정을 계기로 상대가치점수 불균형 해소와 위험도 반영여부·의사업무량과 진료비용 분리 등 체계적인 근거 마련은 나름대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평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는 상대가치의 구성과 개정과정의 일부와 관련, “의료수가에 관련된 당사자들의 입장은 다양하다”며 “의료수가 결정과정 전반에 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이견을 피력했다.

이어 의료수가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서 △지불제도의 틀(방향성) 내에서의 제도 개선 △의료수가 결정 및 관리과정의 제도화 △제한된 조건에서의 상호 협력및 노력등을 제안했다. 특히 의료공급 및 인력 양성 정책으로 일부 진료과의 상대가치를 조정할 경우, 전반적인 왜곡이 초래된다고 우려했다.

의료환경 변화 따른 수가체계 개선 시급

이충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 개발지원단장은 ‘상대가치 개정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토론에서 개발모형및 검증, 운영체계등을 발표했다.

이근영 한림대 부속 강남성심병원장은 “신 상대가치를 전면 개정하려면 우선 모든 수가의 원가는 보상 받은 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원가가 보상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이상적인 신 상대가치 개정 원칙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이번 기회에 5000여 가지의 의료행위의원가를 의료공급자와 공동으로 연구, 검증하여 총 진료비를 계산하여 국민에게 데이터를 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험도 상대가치는 신 상대가치 전면 개정과정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현행 상대가치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반드시 새로 반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의사업무량 역시 총 상대가치중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적게 책정된 점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의협 전 보험이사는 ‘급여행위의 원가’에 대한 토론에서 “필수 진료인 급여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가 체계 개선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또한 이번 전면 개정 결과를 기초로 철저한 검증작업과 보완을 통해 적정 급여의 인정을 받는 근거자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햇다. 특히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종욱 대한임상보험의학회 이사장은 ‘과간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관한 토론에서 신상대가치점수의 문제점으로 △과간 객관성 미흡 △조정 한계 △전문성 미흡 등을 지적했다. 이어 의사 업무량의 시술중 업무량, 사전/사후 업무량에 대한 기준과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여행위의 원가보전율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적정한 상대가치 점수 체계의 확립도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현재의 의료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수가, 임의 비급여 등 기형적 제도를 지양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권미혜 기자 trust@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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