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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 신풍령~덕산재
백두대간 종주 : 신풍령~덕산재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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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고도차 낙타등 형상···인내·땀 요구

남한에서 세번째로 큰 산군인 덕유 주능선을 벗어났지만 대간은 1200m를 넘는 연봉으로 이어진다. 이번 구간은 교통과 숙식문제로 북에서 남으로 즉 덕산재에서 소사고개를 통과하여 신풍령에 도착하는 순으로 코스를 잡았다. 약 15km로 매우 짧은 거리이지만 덕산재(646m)-대덕산(1290m)-소사고개(682m)-삼봉산(1254m)-신풍령(921m)으로 이어지는 높은 고도차로 전형적인 낙타등 형상을 하고 있어 적지 않은 인내와 땀을 요구하는 코스다. 많은 종주안내서에는 덕산재에서 물을 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우연히 만난 현지 노인으로부터 덕산재 서북쪽 50m 아래지점에 차고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도 기뻤다. 배낭 무게와의 싸움인 대간종주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식수. 정확한 식수정보로 배낭무게만 줄일 수 있어도 종주는 (특히 야영종주의)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오랜만에 날씨도 쾌청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대간종주 중 가장 맑은 날이 아닌가 싶었다. 그 능선에 그 무엇이 있을 것이란 나의 유혹(?)에 알면서도 나를 믿고 속아 준 후배 예비 산악인들이 예쁘다. 그들은 잠시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모르고 마냥 들떠 있다. 사실 대간종주를 정예멤버로 구성하여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으나 몇 번의 고행 끝에 멤버가 자주 바뀌게 되었다. 드디어 출발. 출발지인 덕산재는 남으로는 경북 김천의 대덕이 북으로는 나제통문을 경유 전북 무주로 이어지는 대간상의 중요한 고갯길이다. 덕산재에서의 남행 초입은 임도로 시작되어 비교적 순조롭다. 나지막한 봉우리 몇개를 넘어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쉬운 길에 동료들의 표정이 밝다. 그러나 산사태의 흔적이 있는 곳을 지나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가파른 등산로가 우리를 반겨 준다. 모두들 드디어 올 것이 왔나 하는 표정들이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지기 시작하고 숨이 턱에 차올 무렵 가파른 능선 좌측에 작은 샘이 하나 나타났다. 달디 단 샘물로 힘을 얻은 우리는 이내 넓은 광장에 표지석이 있는 대덕산 정상에 도착했다. 멀리 소사고개 넘어 삼봉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길이 얼마나 힘들지를 모르는 대원들은 첫번째 고지를 정복한 득의 만만한 표정들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휴식은 출발로 이어진다. 두세번의 낮은 오르내림을 반복한 끝에 도착한 곳은 경남 거창, 경북 김천, 전북 무주가 머리를 맞대는 삼도봉에 도착했다. 지리산 삼도봉에 이어 두번째요, 우리는 다음 구간에서 대간 능선에 있는 세번째이자 가장 알려진 삼도봉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어서 급격한 내리막의 연속으로 한참을 내려서면 소사고개와 정겨운 산골마을인 소사마을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고랭지 채소밭가에서 좌측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우측으로 진행한 덕분에 소사마을로 내려섰다. 20년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작은 구멍가게에서 딱 한잔씩을 한 일행은 아스팔트길을 걸어 소사고개 정상을 경유 삼봉산으로 향했다. 바위봉우리 세개로 이루어진 삼봉산은 우뚝 선 경사가 마치 병풍같아 보였다. 어떤 산꾼들은 이렇게 앞을 가로막고 솟아 오른 봉우리를 남성에 빗대어 발기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르고 나면 그 산은 추억이 된다. 자칭 엄홍길 동생 엄한길이라 부르는 이창욱 대원이 퍼져(?) 고생을 하기는 했으나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삼봉산 정상을 지나 신풍령까지는 급하지 않은 꾸준한 내리막길로 지금까지의 힘든 기억을 아름다운 산행의 추억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아름답게 이어진 소롯길이다. 신풍령가는 길에 우리를 조금씩 숨차게 만든 호절골재, 된새미기재, 수정봉도 그리 밉지는 않았다. 

서동면〈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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