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06 (금)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재정확충 방안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재정확충 방안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금 아닌 '사회비용 공동부담' 합의 도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96년부터 당기적자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적자의 크기 역시 매년 증가했다.

만성 적자를 보이던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2003년부터 당기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의 당기수지는 2002년 7607억원 적자에서 2003년 1조 794억 흑자로 전환했으며 2005년에는 1조 1788억 흑자를 기록했으나 2006년을 기점으로 또다시 당기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06년 8월말 기준으로 누적수지 1조 659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2006년 상반기 급여비가 전년 동기 대비 18.6%나 급증했고, 담뱃값 미인상으로 당초 계획 대비 1466억원의 수입 감소가 발생하는 등 재정 여건이 불안한 상태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당장 위험수위에 이른 것은 아니나, 올해의 경우에도 담뱃값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보험료율 인상 수준 및 이에 연동한 국고 지원규모 축소 등에 따라 수입 감소의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보장성 강화 계획,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제도 도입 등 지출 증가요인은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에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의료저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통합일원화를 추진해온 정부로서는 통합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는 이들 방안을 검토하기에 앞서, 오히려 보장성의 확대를 위해 현재의 여건 하에서 보험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이에 본고에서는 선진외국이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한 재정대책들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현재 우리나라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특히 외국의 주요 재정안정대책인 진료비 억제 방안, 재원 확충 방안, 건강보험 재정구조 개선 방안들 중 사회목적세를 통한 재원확충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건강보험 재정확충을 위한 사회목적세 도입 사례

미국에서는 정부 수입의 용처지정(earmarking)이 정부 재정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주 정부 수입의 상당부분이 earmarking에 의하여 지출되고 있다.

용처가 지정된 대부분의 세금은 해당 용처에 징수된 세금의 일부가 지출된다. 예컨대 알코올음료에 대한 세금(alcoholic beverage taxes)의 일부는 포도주 제조, 포도 연구에 쓰이고(워싱턴주), 자동차 연로에 대한 세금(motor fuel taxes)의 일부는 설상차(snowmobile) 연구에 쓰이며(미네소타주), 감귤에 대한 세금은 감귤광고에 쓰이고 있다(플로리다주).

미국에서 보건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목적세를 부과하는 대표적 사례는 역시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 경우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러한 세수익 중 일부를 이용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제기하거나 캠페인 등을 통한 사회적 여론 환기, 정치적 의제화, 민간 부문의 역량 확대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목적세 중 국민건강 및 보건의료 분야에 쓰이는 목적세로 유일한 것은 국민건강보험세이다.

원래 보험세는 보험료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없지만, 1951년 도입된 것으로 당시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주민의 의식과 관심의 정도로 보면, 수납률을 높이기 위해 심리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보험세와 보건사업과의 관계는 명료하지 않다.

다만 일본의 국민건강보험은 피보험자의 질병 예방, 건강의 유지·증진을 꾀하기 위한 보건사업을 확충·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강관리시설의 설치·운영, 건강진단, 보건부 등에 의한 방문지도서비스, 건강상담의 실시 등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 목적세는 법률상으로는 `보험료' 또는 `갹출금'의 명목으로 조달하며 그 부과대상은 다음과 같다.

△담배 소비세 = 1983년 일종의 목적세인 `가공담배보험료'의 창설로 그 수입이 전액 질병보험에 충당됐다.

당시 세율은 담배 도매가의 5%이었으며, 이듬해 10%로 증가했으나 가공담배보험료는 EC 규제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1984년 폐지됐다. 이후 1987년 `담배소비세' 인상으로 질병보험에 충당하는 조치가 이루어졌다.

△알코올 소비세 : 1983년 `알코올음료 보험료' 창설로 수입 전액을 질병보험에 충당하기 시작했다. 대상 음료는 도수 25%를 초과하는 알코올음료로 한정하고 1㎗당 특정 요율을 정하고 있다.

△의약품 광고세 : 의약품 광고갹출금은 의약품의 광고, 선전이 약의 과잉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여 1983년에 창설됐다.

질병보험의 대상이 되는 보험급여 의약품 등의 판매촉진과 정보제공을 위한 비용을 부과표준으로, 당해 비용의 프랑스 국내 매상액에 대한 비율 부분마다 누진적으로 요율을 적용한 갹출금이 사회보장기관중앙기구(Agence centrale des organismes de Securite sociale, ACOSS)에 의해 징수된다.

당해 갹출금 재원은 전액 일반제도에 충당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세 : 자동차보험보험료는 교통사고와 의료비의 상관관계에 주목하여 1967년에 만들어졌다.

△전문의약품 개발기업이 부담하는 갹출금 : 본 갹출금은 후발품이 아닌 전문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약국 등에 직접 그 약을 판매한 경우, 그 매상에 대해 2.5%가 부과되는 것으로 1997년에 만들어져 1998년 1월 매상고부터 적용됐다. 징수는 사회보장기관중앙기구가 소관하고 재원은 전액 일반제도에 충당된다.

△연대사회갹출금(contribution sociale de solodarite, CSS) : 현재 연대사회갹출금은 이미 1967년 9월 23일 칙령에 의해 창설되어 있던 회사 경영자에 대한 각출금을 폐지하는 대신에 1970년 1월 3일 법률에 의해 만든 것이다.

당초 회사 경영자 개인에 대한 갹출금이 창설된 이유는 회사 경영자라고는 하나 대다수가 일반제도에 가입되어 있고, 이것이 자영업자 제도에 재정적 손해를 주는 것에 주목하여 그 손해의 일부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특별한 갹출금에 의한 수입은, 자영업자 재정 개선에 현저한 효과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경영자 개인이 아닌 회사에 부과하는 연대사회갹출금이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의 적용

건강보험 도입당시부터 지속되었던 `저수가 저급여 정책'으로 인해, 급여 범위의 확대와 급여수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건강보험료의 인상폭은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악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낮은 보험료 부담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로서는 물가인상폭 이상의 계속적인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장성확대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반회계예산 규모의 제약, 민간 부문의 참여 저조, 건강증진기금의 존폐 위험 속에서 보건의료 사업 등을 위한 새로운 재원으로서 목적세 신설 문제는 분명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 제도를 우리나라에 응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장애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첫째, 목적세를 줄여 나가려는 정부의 조세 재정 정책과 목적세의 신설이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담배에 대한 부담금으로 조성되고 있는 현행 국민건강증진기금과 충돌되는 면이 있다.

셋째,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해당 업계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넷째, 미국의 사례처럼 단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목적세 부과 방식의 경우, 그를 통해 조성되는 재원을 적절하고 충분하게 활용할 만한 사업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도 대두된다.

외국의 경우처럼 특정 사회목적세의 도입을 통한 재정확충 시, 사회적 프로그램을 통해 기금의 일부를 부담자에게 환원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 제도에 주는 함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금연프로그램이나 캠페인, 알코올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정장치마련 등 다양한 사회적 장치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사회목적세의 부담이 추가적인 세금납부가 아닌 사회적 비용의 공동부담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이룸으로써 징수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고민되어져야 할 것이다.







한오석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