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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신의료기술 도입 : 보험제도의 한계의 개선방안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신의료기술 도입 : 보험제도의 한계의 개선방안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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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의료기술 뒷받침할 평가제 마련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비율(2004년 기준)은 한국이 5.6%로 OECD 26개 국가 중 최하위다. 미국이 15.3%를 사용하고 있음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평균기대여명, 유아사망률, 각종 암 유병률 등 건강수준과 암심근경색 사망률 등 진료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한 의료기관의 진료수준은 OECD 국가 중 5위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소비자(국민)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고급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논리로 평가하면 공급자(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의무와 권리가 공정하지 못한 불합리한 제도다. 왜냐하면, 의료인들은 저수가의 보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의료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수용하지 못하는 신의료기술의 대표적 사례들

항암제인 글리벡(imatinib)의 경우, 2001년 6월 20일부터 국내에서도 만성골수성백혈병 (CML)환자를 대상으로 정식으로 시판허가를 받았고 병원에서 의사들은 처방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 약이 위장관 기질적 종양(GIST)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면서, 의사들은 보험급여로 인정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GIST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2002년 11월 1일에 식품의약품 안전청의 허가를 받고 급여가 되기는 했지만 2001년 6월20일에서 2002년 10월 31일 사이에는 위장관 기질적 종양 (GIST)환자를 대상으로 `임의비급여' 방식으로 처방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불법' 진료에 해당했다.

또, 뇌종양과 같은 질환에서 필수 신의료기술인 `감마나이프'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효용성이 이미 입증됐으며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기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가의 장비를 수입하여 설치한 병원은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자, 환자들에게 `비급여'라는 형태로 비용부담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감마나이프를 이용한 뇌정위적수술이 요양급여대상으로 고시된 것은 2004년 3월 1일이다. 결국, 환자들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제도에서 `감마나이프'라는 신의료기술을 수용하기까지 10여년 동안 큰 부담을 지면서 시술을 받아 온 셈이다.

■의료행위와 건강보험의 관계

`의료행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의료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의료제도가 나중에 만들어 졌고, 이 중의 하나가 건강보험 제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으로부터 급여를 지원받지 못하는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급여기준에 맞는 `획일화된 최소한의 치료'만을 해야 한다는 의료인에 대한 제약은 최선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과 많은 윤리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또 의학 발전을 건강보험제도에서 수용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의 간격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불법 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비용은 `비급여'로 처리됨으로 인하여 환자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 언제까지 이 짐을 진료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만이 짊어져야 하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사회와 함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단지 비용부담의 주체가 누구이어야 하는지를 따지는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의사·환자 관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개선방안

의료제도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평가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개발자의 주장만 믿고 제대로 된 평가를 거치지 않고 허가를 해 주게 되면, 이로 인한 손해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 손해는 경제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에게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허가나 급여 결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첫째, 엄격한 평가를 위해 검증절차가 너무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째, 안전성·유효성 자료뿐만 아니라 삶의 질, 비용효과에 대한 연구자료까지도 평가해야 임상적 유의성을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제도의 틀에서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진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실용적 임상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와 같은 임상시험을 통해 신의료기술이 의료제도에 신속히 수용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아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분별하여 적용하고, 이를 통해 임상연구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관 및 의료진을 중심으로 신의료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적으로 적용해보고, 근거가 축적되면 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최근 정부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한시적 신의료 제도'도입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변화된 진료환경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하기를 기원한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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