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정심 구성과 운영의 문제점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정심 구성과 운영의 문제점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성비 재조정 '견제와 조화' 제역할 찾아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진행했던 정책 책임자 중 한 분이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고 회의분위기가 경직된 정부주관 회의는 별로 접하여 보지 못하였다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건정심 위원들은 나름대로 소속단체에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아 복지부에 추천하여 장관이 임명하는데, 위원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위원의 제도적 구성에 문제가 있는지 안타까울 때가 없지 않다. 소속단체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건강보험재정이 어려웠던 2004년 이전에는 가입자의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져 빈자리가 많았으나, 2004년부터 당기 수지 흑자 폭이 늘어나고 누적 적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그 동안 참석에 관심이 없던 가입자 단체들이 모두 참석하여 보장성강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60%를 밑돌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단번에 70%, 2008년까지는 OECD 국가 수준인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보장성강화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니까 겨우 3.6%만 인상했다. 당시 보험료를 1% 인상하면 1600억이었으니 5760억의 재정 확보를 한 후 보장성 강화는 3배에 달하는 1조5000억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정부도 마지못해 1조2000억원 수준의 보장성을 약속했다.

MRI·PET 등이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에서 급여권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공급자에게는 기초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재정추계, 급여권으로 들어오는 행위, 검사, 처치료 등이 적정 수가 수준에 못 미치게 되니 의료의 질은 물론 수신자들의 만족도도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일부 공급자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3년간 심평원 상대가치 점수 개발팀과 의협 산하 26개 전문학회가 참여한 상대가치개정위원회와 상대가치연구단에서 최선을 다한 신상대가치에 대해 일부 공급자는 근거도 없이 위험도의 배분에 문제가 있다고 억지를 썼다. 정부도 이 틈을 이용하여 위험도 상대가치 2000억원 순증을 하기로 분명히 약속하고 연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 이를 반영치 않아 신상대가치에 위험도 적용은 결국 유보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들이 건정심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정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일면이며, 건정심의 구성과 운영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재정 파탄을 해소하기 위하여 기존의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와 재정운영위원회의 보험료 조정기능을 통합, 2002년 1월 19일 5년간 한시적으로 국민건강재정 건전화 특별법에 건정심을 설치한 후 2006년 12월 31일로 특별법의 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기존의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를 폐기하고, 2007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건강보험법 4조에 신설했다. 시작부터 재정절감을 위해 공급자인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한 제도였다. 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이며, 24인으로 구성됐다. 가입자 8인(경실련·민총·한총·경총전농·중소기업연합·요식업협회·소비자연맹 각 1인), 공급자 8인(의협 2인·병협·치협·한의협·약사회·간협·제약협 각 1인), 공익대표 8인(복지부외 재경부장관이 지명하는 각 1인, 공단 이사장과 심평원장이 추천하는 각 1인,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익 8인과 가입자 8인은 국민건강과 의료산업의 발전 보다는 건강보험재정에 더 관심이 많으니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존의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는 복지부의 자문기능만 했으나, 건정심은 심의의결기구로서 그 기능이 강화됐다. 우리와 유사한 사회보험 제도를 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공급자 9인, 가입자 9, 공익 3), 일본은 공급자 8인(의사 5, 치과 2, 약제사 1), 가입자 8 인(보험자 4, 노동계 2, 경계 2), 공익 4인(경제학자, 언론인)으로 구성되어 우리의 건정심 구성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정심은 3개 소위를 두고 있다. 보험료 소위 12명(가입자 위주), 수가 소위 12명(공급자 위주)로 운영하다가 2004년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추가하여,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 사항들이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제도개선소위원의 구성은 의협 1, 병협 1, 약사회 1, 경실련 1, 민총 1, 경총 1, 공단 1, 보건경제학자 1, 보사연 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보험관련 본부장을 비롯하여, 정책, 급여기획 팀장이 참석한다. 이 역시 공익의 비중이 크고 소위원장도 공익이 맡게 되므로 아무래도 정부측의 의도대로 진행되기가 관례처럼 되어 있다.

의약계 3인이 일치 단결하여 아무리 의료현장의 어려운 현실과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해도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의협에서 공익을 8인에서 3인으로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견제와 조화를 우선하는 성숙된 정부의 자세, 국민건강과 의료산업의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겠다는 구성원의 마음가짐, 의료계를 진정한 건강보험정책의 가장 우선 파트너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안정적인 재정확보 없이는 앞으로도 건정심은 이익단체들의 아귀다툼과 그를 이용하는 정부의 정책 실험 무대에서 발전적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종욱 <이비인후과개원의 협의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