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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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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100년 역사 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현직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방송과 언론에 질타당했고 국회 청문회에도 불려가 수모를 당했다. 의협은 지난 2000년 투쟁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압수 수색을 당했다. 이제 정치권은 의협을 크게 불신하게 되었고 국민들 역시 의료계가 부도덕한 집단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당면한 의료법 개악저지 투쟁과 연말 대선을 통한 정치 세력화 등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에 분노하고 또 낙담하기에 앞서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냉정히 그 원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단초는 장동익 의협회장의 방만한 회계 운영과 함께 제기된 공금 횡령 의혹이었다. 그는 그 외에도 취임 초부터 불거진 각종 회무상 난맥과 거짓말 등으로 회원들에게 불신을 제공했다. 그러다 작년 10월에는 대의원 임시총회가 열려 불신임안이 상정되었으나 가까스로 자리를 보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의협 집행부의 회무와 회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회원들로부터 연이은 고소고발에 시달리다 파국을 맞게 된 것이다.

이번 불법로비 의혹 역시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 자금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장동익 회장의 개인 비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치부가 낱낱이 파헤쳐짐으로써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고질적인 학연, 지연 및 과연 등에 얽혀 `좋은 게 좋은 것' 또는 `우리 편 감싸기'라는 구태의연한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정화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것은 비단 이번 사태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결국 내부의 비리가 밖으로 터져나가 오늘날 이처럼 초유의 치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 당국의 결과가 나오면 잘못한 사람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난 의정회도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협이 투명한 회계와 신뢰받는 회무를 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치권 로비 역시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더 나아가 의료계는 스스로 정치세력화 할 수 있는 자생력 있는 집단으로 변화해야 한다. 위기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면 머지 않아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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