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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수를 위한 경력개발의 필요성 <26>
의과대학 교수를 위한 경력개발의 필요성 <26>
  • 의사신문
  • 승인 2007.04.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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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센터 설치‧멘토링제 도입등 필요

데일 카네기는 `기업은 곧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의과대학에 적용하면 `의과대학은 곧 사람이다'가 되는데 어떤가? 기업을 의과대학으로 대체해도 문장이 `아주 잘' 성립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카네기가 한 말에는 `그래서 사람을 육성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의과대학에는 아직까지 사람을 그것도 조직의 핵심 인재인 교수를 육성하고 개발하는 시스템이 장·단기연수(물론 아주 중요한 시스템이지만)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수는 충분히 자조능력이 있으므로 알아서 하라는 `존중=방임'의 대상이다. 아니 평가의 대상이다.

최근 각 대학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발전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수립하고, 핵심인재인 교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를 강화함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 평가가 강화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몇 주 전엔가 이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연구-봉사(진료)의 삼중고(triple threat)에 시달려온 의과대학 교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관리대상 아닌 평가대상 전락

그러나 경력개발과 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는 성과관리는 때로 사람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이 첫째인데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 없이, 일(그것도 성과)과 조직만 관리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대단히 적합한 경우다.

경력(career)이란 `한 개인이 일생에 걸쳐 일과 관련하여 얻게 되는 일련의 경험'을 의미하며, 경력개발이란 조직이 `조직의 인력수요와 각 구성원이 바라는 경력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행위'다.

즉 경력개발이란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과 조직구성원이 희망하는 경력경로(career path)가 서로 맞아 들어가도록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조정하는 인력관리 활동이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자면, 대학이 새로운 첨단 분야의 연구센터를 구축하려고 할 때 조직 구성원 중 현재의 업무에서 떠나 새 센터에 기여할 의향과 능력(혹은 그래야할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 이끌어주고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활동이다.

또는 어느 과의 의무장을 맡은 교수를 과거 의무장 업무를 뛰어나게 수행한 선배와 연결시켜 멘토링 받도록 하는 등의 활동도 경력개발의 하나다.

#조직, 조직원 만족하는 경력개발

이 같은 경력개발이 의과대학에 필요한 이유는 아주 많다.

첫째,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교육-연구-진료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의과대학 교수는 삶의 경로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임교수는 눈앞에 보이는 당근과 채찍만을 의식하고 교수로서의 경력을 잘못 관리하기 일쑤여서 오랜 경험을 가진 선배 멘토(mentor)의 도움이 필요하다.

둘째, 의과대학은 수명 내지 수십 명의 교수로 구성된 일반 대학과는 달리 수백 명으로 구성된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어서 경력관리와 같은 제도적 개입 없이 조직의 인력수요와 개인의 경력경로를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셋째, 대부분의 교수들이 날로 복잡해져가는 대학의 근무 환경 속에서 적응과 변화에 상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 의과대학의 교수 인력구성이(신설대학이 아닌 이상) 이미 역 피라미드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서열상의 승진적체가 심하다. 게다가 전임교수 트랙의 정원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비전임, 촉탁 트랙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비전임, 촉탁 트랙의 교수들이 적지 않고 이들은 승진이 아니라 `계층 상승'의 적체가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섯째,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소위 블루오션(?)으로 진출해야 하는 의과대학 및 병원이 새로이 필요로 하는 인적 역량과 현재의 교수인력 구성이 서로 어긋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여섯째, 첨단의학의 발전으로 학문분야의 급속한 부상과 쇠락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어제까지 각광받던 분야가 일시에 할 일이 없어지는 식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곱째, 의학이 기존 교실 중심의 학문에서 새로운 통합 단위 중심의 학문으로 이행함에 따라 서로 통합, 연계해야할 분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테크놀로지, 조직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전 제시 없을땐 인재유출 위험

여덟째, 학문간 융합에 따라 의과대학 내에 외국인 교수나 이공계 교수 등 의과대학 환경에 문화적으로 적응이 쉽지 않은 교수인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적응이 대학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응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제도적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

아홉째, 아직은 `가물에 콩 나듯이' 수준이지만 여성교수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기존의 남성위주 교수문화에서 여성들이 겪을 개인적, 직무상의 어려움을 도와줄 시스템이 `여성 화장실'을 증설하는 것 이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열째, 주 5일제로 대변되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는 날로 높아져 가는데 의과대학 교수의 삶은 더욱 더 삼중고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결과 오랜 삼중고에 시달리다가 기능하지 못하게 된 (그래서 재활이 필요한) 교수 인력이 출현하거나 조금만 도움이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유출이 일어나는 등의 상황이 일상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밖에도 한 개인의 입장에서 사소하게는(?), 전에는 잘 할 수 있던 업무(수술 등)를 개인의 충격적 경험이나 테크놀로지 혁신에의 부적응 등으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어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교수의 경력에는 직급 상으로 몇 개의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우선 신임교수가 되었을 때 개인의 야심찬, 그러나 비현실적일 수 있는 욕망은 대학 차원에서 관리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또한 의무장이나 의국장, 주임교수(학과장), 집행부 등 특정 직급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유능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 선배를 멘토로 연결시켜 주는 일은 경력개발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소중하게 전수하는 지식관리(knowledge management)의 측면에서나 대학의 핵심적 관리역량을 강화한다는 조직개발의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조직차원서 우수인재 관리해야

위에 열거하였듯이 경력개발이 필요한 10여개의 상황을 조직차원에서 관리하고 우수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치, 개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을 위한 경력개발센터를 설치하고 정기적인 경력개발 워크숍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수들의 경력을 상담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집행부와의 협의 및 조정까지 지원할 수 있는 선배 교수(mentor)와 후배 교수(mentee)간의 멘토링(멘토링은 지원과 도전 그리고 경력의 비전을 공유하는 활동) 등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인재는 인재를 소중하게 관리하는 조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신좌섭 <서울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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