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1일! <8>
2007년 3월 21일! <8>
  • 의사신문
  • 승인 2007.03.27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년 3월 21일. 오후 1시 30분 과천행 지하철역에서 전주에서 오신 여선생님을 만났다.서울에서 공부하는 딸을 보려고 어제 저녁에 상경하여 오늘 집회에 참석하고 갈 때는 단체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라고 한다. 노구의 가냘픈 몸에 감기몸살이 드시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과천 행사장으로 들어가면서 강릉에서 최근에 개원한 의국후배를 만났다. 산부인과의사로 산모가 없어 입원실이 대부분 비어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아팠다. 오전 내내 봄비가 내려 혹시 2000년 보라매공원에서 있었던 폭우 속의 집회가 재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훈정 서울시 홍보이사는 연단에서 이 비가 차디찬 봄비가 아니라 동료의사들의 피눈물이라고 외친다.

한 달 전 할복혈서를 쓴 좌 이사는 오늘 손가락 혈서를 써가지고 나왔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걱정과 충격을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두 시간의 집회가 끝난 후 저 멀리 남쪽지방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가실 선생님들을 보면서 지하철로 편하게 집에 가는 서울의 의사로 죄송함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 저녁 뉴스를 보았다.

`국민건강은 죽었습니다'라는 장례식의 모습과 국민건강의 관이 클로즈업 된다. 이어서 뉴스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국민들이 의원에 헛걸음을 하는 화면이 집중 보도되고 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소식을 전한다. 중소병원과 응급실은 대부분 진료를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휴진이 외국인근로자를 죽게 한 것처럼 대본을 쓴 기자의 수준이 의심된다.

119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오늘 3월 21일은 정부가 정한 제1회 암예방의 날이라고 한다. 전국의 범의료계 오만여명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비를 맞고 국민건강 장례식을 치르는 날에 복지부는 청사에서 암예방의 날 기념식을 하고 탤런트 박해미씨를 암홍보대사로 위촉하는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암예방과 국민건강의 첨병에 있는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나와 비를 맞고 집회를 하는 날, 복지부는 의사 없이 탤런트와 암예방의 날 기념식을 하였으니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 

손종우 <강남 하나산부인과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