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과 할복 <4>
삭발과 할복 <4>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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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은 예로부터 종교의식으로 행하여 졌다. 신앙발전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섬을 상징해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로마카톨릭이나 힌두교에서도 봉헌의식으로 행하여 진 기록이 있다. 불교에서는 더욱 중요한 의식이다. 부처님이 출가하여 처음 한 행동이 삭발이었다.

부처님이 행한 의식을 따라 하여 지금도 출가인이 수계를 받을 때 삭발을 하게 된다. 종교인이 아닌 경우에 머리카락을 짧게 하거나 대머리로 하는 삭발은 수치요 모욕인 의미도 있다. 삼손이 삭발을 당한 것은 힘의 원천을 제거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잃게 한다는 모욕의 의미가 더 크다.

신앞에서 신앙을 위해 스스로 삭발함은 어떤 모욕도 감수한다는 희생의 표현도 되고 세속에서 묻은 때를 씻듯 세속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명도 된다. 할복의 의미는 대부분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깨끗함을 나타내기 위한 의미인 경우가 많다. 할복은 일반적으로 목숨보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마지막 자존심의 표현이다.

2월 6일 화요일 오후 3시 서울시와 인천시 의사들이 모인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에서 서울시 좌훈정 공보이사는 경과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마자 준비한 수술용 메스로 할복을 감행하여 7cm 가량의 자상을 입고 배에서 나오는 피로 혈서를 썼다. 경만호 서울시 의사회장은 삭발을 하였다. 할복은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순수와 자존심의 표현이고 삭발은 결사항전의 의미를 나타낸다.

궐기 대회를 마치고 강남의 한 장소에서 회장님과 동료들이 모여 있는데 회장님의 부인과 가족들이 이 소식을 듣고 달려 왔다. 회장님의 아들이 아버지의 머리를 붙잡고 뺨에 뽀뽀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시간에 좌훈정 이사가 누워 있는 병실에 있을 좌훈정 이사의 가족들이 동시에 생각이 났다. 이유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것은 슬픔이기도 했고 두려움이기도 했다.

삭발과 할복을 하는 선배와 후배를 보면서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손종우 <강남 하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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