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 좋은 여자 <2>
나쁜 여자 좋은 여자 <2>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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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초에 모 신문사의 신춘문예 소설부문의 당선작을 읽다가 몹시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단편의 내용은 의대생이 인체해부실습을 하는 과정을 쓴 것인데 당시 의대생으로 해부학 실습을 했던 필자의 경험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것이라 지금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체를 놓고 희화화 하면서 희롱과 장난 등으로 인체해부 실습 과정을 묘사하였던 것 같다.

물론 소설이 아무리 허구와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이라고 하여도 그 신춘문예작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경건하게 인체해부를 하여야 할 의대생들이 온갖 한심하고 나쁜 짓이나 하는 황당무계한 의학도를 상상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나는 그 단편을 읽고 난 뒤의 불쾌감으로 그것을 쓴 작자보다 소재의 특이성과 내용의 쇼킹함을 높이 평가하여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뽑아 준 심사위원들이 더 한심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것을 읽고 얼마 후에 소설가 전상국씨와 교지에 실을 대담을 할 기회가 있어서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 보았다.

의대생들이 귀중한 사체 앞에서 장난을 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묘사로 인해 일반인들로 하여금 모든 의대생들을 오해하게 하고 공분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 문학의 이름으로 용인이 되는가를 진지하게 물었다. 문학에 대해 무지한 필자에게 당시의 유명한 소설가의 대답이 궁금하기도 하였고 또 의대생으로서 그 내용이 터무니 없는 것임을 얘기하고 싶은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전상국씨가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필자의 비난어린 말에 묵시적 동의를 하였던 것 같다. 그것이 필자의 이야기가 타당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문단에서 일가를 이룬 문학가가 문외한인 의대생에게 거창한 문학의 세계에 대해 설명을 하기가 난처해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생각이 옳지 않았나 하는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쁜 여자 좋은 여자라는 일일연속극에 서울시의사회가 방송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공중파에서 일반인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는 연속극에 대해 거대한 방송국을 상대로 과감히 응전을 한 서울시의사회의 결단은 어렵고 대단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시청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계속 각본대로 연속극이 진행되는 한이 있더라도 허구와 불륜의 주인공이 의사라는 대명사가 아님을 당당히 공언한 것이다.

이것이 의사라는 특권의식에서 방송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저녁식사 후 가족이 다 보는 시간에 불륜의 자세한 방법과 애정관계의 섬세한 묘사가 부적절하다는 전략이 중요하다. 후세인의 처형을 보고 초등학생이 흉내를 내다가 자살을 하였다. 예수님과 마리아의 불륜 혹은 혼인으로 생긴 자녀들의 후손이 생존하고 있다는 다빈치코드가 온 가족이 다 보는 저녁시간에 일일연속극으로 방영할 수 있는지 믿음이 부족한 필자도 의문이다. 

손종우 <강남 하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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