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의료법 대체입법, 시기상조다
의료법 대체입법, 시기상조다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3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두 번에 걸친 장외 집회의 뜨거운 열기로써 의료법개악 저지를 위한 의료계의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는데 성공했다. 더불어 의료계는 의료법개악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쟁의 열기를 이어나가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한 대체입법을 내놓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반대 투쟁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 시안이 입법 예고되어 국무회의 등을 거친 뒤 결국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즉,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보다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음으로써 두 가지 법안을 병합 심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의료법 개정이 무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입법 예고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계가 먼저 대체입법을 주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법 개악의 반대 논리 중 하나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한두 달 만에 대체 입법을 내놓는다면 이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밖에는 안 된다.

더구나 짧은 기간 동안 의료계 내의 각 직역들과 한의사나 치과의사 등 다른 직역들, 나아가 국민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대체 법안을 만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의료계가 내놓은 대체 법안이 보건복지부보다 더욱 부실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의료법 개정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의료계가 떠안아야 하는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체입법이 위험한 발상이라는 근거는 또 있다. 국회에서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하여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보건복지부 안과 의료계의 안을 병합 심의하는 과정에서 개정안이 폐기되지 못하고 적당히 뒤섞인 상태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전면 거부를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원들 역시 대체입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섣부른 대체입법 주장은 한껏 달아올랐던 의료계의 결사투쟁 의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 한 마디로 지금 대체입법은 시기상조다. 지금은 오로지 전면 거부 투쟁으로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악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할 때다. 정히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면 물밑에서 준비한 뒤 그 때가서 주장해도 늦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