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06 (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 의사신문
  • 승인 2007.03.08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의사들의 자존심과 가치는 집값 상승률과는 대조적으로 땅에 떨어져 내동댕이 쳐져 있다. 사회적 지위는 어느 직업군에서도 밀려있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수입도 좋지 않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 재벌이 되기 위하여 택한 직업은 아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죄로 물론 그럴 수도 없다.

병의원의 수입은 점차 줄어들어 이미 평범한 중산층 이하로 전락했다. 특히 개원가는 더욱 그렇다. 갓 전문의 자격을 따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후배들은 대학병원에서 밀려 또 밀리고, 종합병원에서 조차도 밀려나와 개업한 동료, 후배, 늦게 개업한 선배들. 아침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것도 환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혹시 환자 한두 명 더 보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다. 심지어 공휴일, 일요일 할 것 없이 일하면서 말이다.

컴퓨터에서 찍혀 나오는 몇 십 원, 몇 백 원 단위로 환자에게 받고 진료가 끝나면 동전을 세고 손에 침을 뱉어 몇 천원의 돈을 세고 있을 때 동네 슈퍼가게 주인 같은 기분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일이 시간대로 장부에 기록하고 집에 가야만 하는 현실을 볼 때 우리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

또한 진료비 수신자 조회 등의 감시로 사기꾼, 도둑놈 취급을 당하고 있다. 어디 가서 직업이 의사라고 떳떳이 얘기하기도 힘들다.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믿음과 신뢰로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이것 뿐인가? 약품적정성평가라 하여 항생제, 주사제 평가를 분기별로 받으면서 인터넷에 공개하고 의료보험 실사와 세무조사니 하면 힘없는 원장들은 쉽게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규제와 더불어 늘어나는 고지서와 무지한 건물임대인들의 임대료의 인상으로 이중삼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머리가 빨리 희고 대머리가 되는 원장들이 최근에 많아진 것 같다. 요즈음은 환자진료에만 묵묵히 열심히 전념할 수가 없다. 의약분업 등 잘못된 제도로 인해 의료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는 결국, 원인은 의사단체로 몰아버리는 현 정부를 볼 때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 의사들은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사회활동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의사인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전문가로서 역할을 늘려야 한다. 과거처럼 진료실에서 생명을 다룸을 기본으로 충실해야겠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 사회 전반 모든 영역에 활동을 넓혀 의사들이 모든 영역을 감시하고 지도하는 리더의 역할을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이 그때라 본다. 한국의 의료정책을 의사가 주체가 되어 잘못된 정책을 감시하고 지도하여야 하며 국민들과 함께 분기별로 평가하면서 국민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일반 정책도 감시하고 통제와 평가를 내고 잘못된 정책은 문책과 은퇴 후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만들고 다스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의사가 아닌 현재, 미래의 사회 전반적인 파수꾼이 되도록 거듭나야 할 것이며 지향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동전이나 세지 말고 과감히 뛰쳐나와 사회활동, 봉사활동, 정치활동 등 주도적으로 사회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감시와 억압에서 벗어나 단결된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의 편에 다가설 수 있다.

의사로서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청소 등 바닥생활의 일까지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한국 경제는 일어날 것입니다. 

유덕기 <도봉구의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