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대응 필요하지만 '대화'가 우선 <2> - 덕암 문태준 선생
강력 대응 필요하지만 '대화'가 우선 <2> - 덕암 문태준 선생
  • 의사신문
  • 승인 2007.03.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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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도덕성 갖춘 '국민건강 지도자'로

국내 의료계뿐만 아니라 세계 의료계, 정계, 행정까지 고위직을 두루 거친 의료계 거장 덕암 문태준 선생. 문태준 선생은 만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건의료정책연구소 회장, `나라를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 공동 대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또 자유의사포럼, 뉴라이트의사연합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2.11 과천 궐기대회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문태준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의료법 개정과 관련, 극단적인 투쟁보다는 원만한 대화를 강조했다. 정부의 잘못된 행정과 관련해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대화의 창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의사로서 높은 윤리적 도덕적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얻을 때 비로소 의사등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여, 사회 참여의 폭을 넓혀라

-선생님의 정치·행정·의료분야에 걸친 화려한 경력은 후배 의사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간의 주요한 활동상과 최근 활동 내용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연세의대에서 교수생활을 오래 했다. 그 후로 15년간 국회의원을 했으며 대한의사협회 회장 9년, 세계의사회장 3년, 보건사회부 장관 1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5년 등을 맡아서 했다. 모두 다 봉사직이었다. 하지만 각각의 자리가 다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자유의사회, 메디컬와이즈맨포럼, 뉴라이트의사연합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들도 사회 문제에 대해서 방관하는 모습으로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건강을 찾아주는 것이 큰 역할이지만 이들이 더욱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사회활동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의사 권익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의사협회의 활동상과 조직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1985년 당시 세계의사협회장 당선은 우리나라에서 국제조직의 수장이 처음으로 탄생하는 기쁜 일이었다. 세계의사협회는 1947년 2차세계대전 후 유럽의사단체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현재는 각 나라별로 의사단체가 구성돼 있는 90여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세계의사협회가 하는 일은 제일 큰 것이 의사윤리 제정이다. 헬싱키 선언 등이 가장 큰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의사의 권익, 환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논의하는 조직이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총회가 계획돼 있다. 참가자는 아마 200∼3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의사들의 WHO정도로 생가하면 될 것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제 정착 보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도 우리나라 보건사회분야 의료행정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은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이다. 의사로서 가장 힘든 일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환자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일이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심정은 의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장관이 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누구라도 돈 걱정 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전 국민의료보험제도다.

의료보험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국회의원을 하면서 직접 건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경제 수준을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성공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완전히 정착시킨 것이 당시 보사부장관 재직시절에 일궈낸 성과다.”


#의협회장, 행정력 보다 도덕성 우선

-지난해 의료계에서는 의협회장 불신임 등 많은 혼란과 시련이 있었습니다. 이런 의료계 분열과 관련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는 `권위와 질서의 붕괴'와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로 귀결된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특히 돈과 여자문제를 조심해야 한다.

의협회장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 행정력보다도 도덕성이 우선이다. 의사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정부로부터 경시당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단체가 되고 말았다.”

#의료다원화로 의료비 낭비만


-요즘들어 의협 회장 선출과 관련해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과거의 간선제는 문제가 많았다. 선거과정에서 대의원을 대상으로 일부 부패 사례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직선제는 좋은 사람이 선택되지 않았다. 후보의 능력을 검증할만한 마땅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학연을 비롯해 각종 이력에 의해 선택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의협회장은 개원의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학회나 봉직의들도 의협회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의협회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의사협회라는 이름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의학협회라는 이름이 더 나았다. 의사협회라는 이름은 국민들에게 의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간선제의 문제와 직선제의 폐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선거인단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의원보다 훨씬 많은 500∼1000여명 수준의 선거인단을 통해 선출하도록 한다면 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회에서의 참여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서 의료계가 전면 저지의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안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신다면?

“개정안 내용 가운데 `간호진단'이 무엇인가. 이는 미국 일부 주에서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이 마저도 의사가 하는 진단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다. 자꾸 간호사에게, 약사에게 의사노릇을 시키려고 하고 있다. 책임자 없는 의료팀이 잘 될 가능성이 있겠나. 결국 의사가 팀장이 돼서 의료 전체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OECD국가 가운데에서 의료비 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선진국 급이다. 이는 다 의사의 공로다. 우수한 인재들이 노력과 희생을 통해 얻어낸 성과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의료다원화로 의료비를 낭비하고 있으며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항거할 권한이 있다. 이는 어느 직종이나 보장되는 것이다. 다만 의사만 봉쇄당하고 있다. 독일도 6개월 전에 의사들이 파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근무조건과 보수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유독 국민태도가 바뀌지 않았다.

이제 의사들도 직접 나서서 의료계의 의견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책도 쓰고 토론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 의사를 행정의 동반자로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의료계의 대규모 반대 집회가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를 향해 가장 바람직한 의사 전달방식에 대한 고견을 주신다면?

“정부는 의료계의 분노를 알아야 한다. 정부의 미숙한 행정으로 국민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특히 지금의 의사 경시풍조는 모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의사를 행정의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의료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행정을 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의사는 최고 지성인이며 이에 대해 존중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각급 의료인 단체간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집단 폐업 등 지나치게 강경한 분위기는 국민들에게 일부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에게도 물러설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 결국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야지 독선은 안 된다. 대정부투쟁에서 현재 개원가는 완전히 문을 닫도록 하고 병원은 지원해 주는 모양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과 병협간의 갈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최우선

-그간의 오랜 경륜과 삶의 지혜를 토대로 후진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리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온 국민이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지도자가 지탄받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의사 지도자는 동시에 국민 건강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들도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해 방관하면 국민들로부터도 관심을 유도할 수 없다. 사회적 지식을 갖추고 발언권을 키워나가야 한다. 의협 연수교육에서도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의사는 사람 살리기 위해 밤잠 못자고 지새우는 직업이다.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직업이다. 아마도 천당 갈 사람이 있다면 의사가 가장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웃음) 그것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태준 선생은 올해에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 선거에서 올바른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인으로서 후배 의사들이 올바르게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애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태준 선생은 자신의 좌우명을 `자기절제, 봉사정신'이라고 밝히고 평생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문 선생은 우선 자기절제를 통해서 지나친 욕심을 품지 않으려고 애써왔으며 의사로서 이웃들에 대한 사랑으로 봉사정신을 실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을 위해 모든 역할을 다 못 해준 것이 미안하다며 의학도들로부터 괜히 의사가 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의료환경이 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태준 선생은 또 후배들은 의학분야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사회인으로서 지혜와 용기를 갖춰 나가길 권유했다. 또한 선배들과 힘을 모아 험난한 길을 뚫고 나가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정리 =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덕암 문태준 선생은?

1928년 1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토마스제퍼슨의대에서 신경외과학을 연수하고 일본 니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의대에서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4·25대 대한의학협회 회장, 세계의사회 회장, 아세아대양주의학협회 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의학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정치·행정인으로서는 7·8·9·10대 국회의원, 공화당 원내 부총무, 한일의원간친회 간사, 공화당 국토통일위원장, 국회 상공위원장, 보건사회부장관, 자민련 경북 청송·영덕지구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대한학생유도연맹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고문, 도산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을 맡아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

신원형 편집인
가톨릭의대 졸업
현 강남 신원형 정형외과의원장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수석 부회장
가톨릭의대총동창회 총무위원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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