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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지도자 <7>
겸손한 지도자 <7>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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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 70세 넘은 어르신들이 2∼3명 모이면 어김없이 정부에 대한, 특히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열을 내곤 한다. 싫어함에서 미움으로, 미움에서 증오로 까지 변한 것 같다. 북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할아버지는 전에는 소원이 통일이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것이라고 한다. 한달 동안 외국에 갔다 오신 분에게 재미있었느냐고 물어 보면 보기 싫은 사람(대통령)과 떨어져 있으니 살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 정치지도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 책임을 언론이나 다른 곳에 돌린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 1∼2위를 다툰다. 1년에 만명이 넘는 주부가 가출한다. 청소년 가출은 이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이혼 직전과 가출전의 감정적 상태는 미움과 증오다. 미움과 증오는 말에서 시작된다. 말은 마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 미움과 증오는 받고자 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인정과 칭찬 대신 학대나 무관심속에서 자랐다면 애정 결핍이나 분노감 거절감 수치심 열등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마음 한켠에 웅크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사람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편이나 아내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자신의 말에 공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노하고 증오감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끝까지 자신의 말을 설득시키려 하는 과장에서 다툼이 일어난다. 이 같은 감정이 쌓이게 되면 미움으로 발전하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힘든 현대사를 살았던 어르신들의 상처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유머와 희망과 겸손을 갖춘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다. 지도자가 상처가 많은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 상처를 주고 가정이 파탄되듯이 나라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국제적으로 힘들어진다.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 주면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내나 자녀들은 돈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인정과 위로와 칭찬을 해 주는 아버지가 필요하다. 잘 사는 미래의 청사진만 나열한다고 지도자는 아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겸손히 침묵하며 무릎 꿇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어떤 시인은 “20대 때는 세계를 변화시키려 노력했고 40대 때는 이웃을 변화시키려 애썼으나 이제 70이 되서야 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알고 인정하는 것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핵심은 수신(修身)이다. 이 가을에 지도자들을 포함한 우리모두가 자신을 돌아 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주성 <인천 이주성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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