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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정 <8>
흔들리는 가정 <8>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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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병원을 찾는 남자들이 걸린 성병은 성매매에 의한 것보다 불륜에 의한 것이 더 많다. “성병에 걸렸습니다.” “그럴리가 없는데요, 술집에서 한 것이 아니라 유부녀인데요” 10년 전에는 대부분 성매매에 의한 질환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대기가 오염되고 강과 바다가 오염되고 가정이 오염되고 우리의 마음이 오염되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까지 모두 오염되었다.

우리나라의 성문화의 현주소는 1년에 성매매로 오가는 돈이 27조원이나 된다. 1조원을 만원짜리 지폐로 쌓으면 알프스 정상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거의 50% 가까이 된다. 이혼하지 않고 별거나 거기에 준하여 사는 20%까지 합치면 70%의 가정이 깨진 가정이다. 요즘 고아원에는 이렇게 깨진 가정의 자녀들이 많다고 한다. 분노와 거절감과 수치심과 애정결핍의 부정적 감정을 갖고 성장하게 된다. 부모가 사망한 아이들은 오히려 그런 감정이 비교적 적다. 청소년 범죄의 70%가 깨진 가정의 자녀들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1년에 만명 이상의 주부가 가출한다. 한집 건너 기러기 아빠가 산다. 가정은 우리가 지쳐 있을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가정은 우리가 슬퍼할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그곳에 자신을 위로해주는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가정은 비어 있다. 가정은 깨져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천국에 보낸 남편을 알고 있다.

신장암으로 몇년을 투병하는 동안 아내곁에서 눈물로 간호를 하고 사랑을 하였다. 아내는 마지막 순간에 “여보 고마워요, 당신의 사랑을.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영화의 대사가 아니다. 그 남자는 남겨진 자녀들을 잘 양육하고 있고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어느 노부부를 안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병원에 오시는 86세의 할아버지와 79세의 할머니는 서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넘친다. 먼저 죽으면 남겨진 사람이 너무나 슬퍼할 것이란 확신과 믿음이 있기에 먼저 죽지 못하겠다고 한다. 먼저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고 자신이 슬픔을 안고 살아가겠다는 노부부다.

이렇게 세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다움! 순결함! 이것은 성형수술한다고 얻는 것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질주하는 고장 난 기관차에 올라탄 것과 같다. 방향성이 없이 속도만 붙은 우리를 본다. 태어나서부터 경쟁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준비하고 보낸다.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면서 달린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채 결혼하고 또 이혼한다. 갈 바를 알지 못하는 혼돈의 시대! 상한 마음과 깨어진 가정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주성 <인천 이주성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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