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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학습 능력·인문사회학 중요성 부각 <19>
자율학습 능력·인문사회학 중요성 부각 <19>
  • 의사신문
  • 승인 2007.02.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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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학교육 과정의 과거와 현재

미국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학부(4년)를 졸업하여 과학적 기초를 습득한 학생들이 의과대학 4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대학원제도 체제다. 이는 1910년 플렉스너 보고서의 발간 이후 무자격 의학교육기관들이 폐쇄되면서 미국의 의학교육은 2년간의 기초의학교육과 2년간의 임상의학교육을 운영하는 체제로 틀을 잡기 시작하였다.

#시대별 미국 의학교육의 변천사

100여개 넘는 미국의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어렵다. 각 의과대학별로 강조하는 내용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의학교육은 각 시대별로 강조되었던 교육내용과 수업방법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1870년대 도제교육체제에서 벗어나

도제교육체제를 따르던 북미의 의학교육이 교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바뀐 것은 1870년대에 이르러서다. 이 때 교육내용의 주도권은 각 교실에 있었고 교육내용이 각 과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초교육과정과 임상교육과정이 서로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강의 형태 또한 대부분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을 따르고 있었지만 학문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단순한 암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게 되었고 문제해결 방식의 수업방법도 도입하게 되었다.

 1950년대 문제바탕 학습·소집단 수업의 시작

그러나 보다 적극적으로 임상사례와 토론에 바탕을 둔 문제바탕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장기중심의 통합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이 시기부터 교육과정은 각 계통이나 기관별로 구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학습 주제별 위원회가 구성되어 위원회에서 교육내용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교수방법은 여전히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이었으나 소집단 수업방법이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학생들에게 문제해결능력도 강조되었다. 학습목표가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연역적 추리 논리가 강조되었다.

 1970년대 기초와 임상교육의 분리

기초와 임상교육과정의 내용이 계통별로 절반씩 나누어져 교육내용을 구성하게 되었으나 진정한 통합교육과정의 시작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문제바탕학습의 교육모형을 따르게 되었다. 문제바탕학습 모형을 따르게 되면서 학생들은 지식, 기술, 태도의 교육내용을 주로 임상사례들을 통해서 학습하게 되었다. 임상사례를 다루다 보니 환자에 대한 노출도 저학년부터 시작되었고 소집단 학습과 이 과정을 이끌어가는 튜터(Tutor)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1990년대 임상적 사례바탕 교육

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까지 지속되었는데, 이때의 교육과정의 특징은 임상적 사례바탕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문제 도식 속에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내용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수업 방식도 강의와 소집단 학습을 두루두루 사용하고 있고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환자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과 기술을 숙지하도록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의학전문직업성 강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교육에서도 첨단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e-learning이 새로이 강조되고 있고 협동학습(team-based learning) 교육방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교육내용 적인 측면에서는 인문사회의학과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미국의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모두 언급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연구중심의과대학으로 앞서가는 하버드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본다.

#하버드와 존스홉킨스대의 교육과정

 하버드, 정보처리·비판적 분석 능력 배양 강조

하버드 의과대학은 1985년부터 `New Pathway'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였으며, 학생중심 교육인 문제바탕학습을 도입하였고, 최근에는 하이브리드(Hybrid)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교육을 하는 것으로 대집단 강의 시간을 대폭 축소하고 소집단 교육방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경우 일주일에 2시간만 대집단 강의에 할애를 하고 있으며, 그 밖의 시간은 소집단학습, 자율학습, 선택과정 등 다양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하버드 의과대학은 학생들에게 정보처리 능력, 비판적 분석 능력, 자기주도학습, 자기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소집단 학습·자율학습능력 개발 중점

두 번째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을 살펴보자. 이 대학의 교육과정의 특징도 역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과 인문사회의학 과정인 `Physician and Society' 교육이 4년 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현재의 교육과정을 보다 보완하고 개선하는 차원에서 새롭게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수와 실험실습 시간을 더욱 줄이고 소집단 학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의과대학 학습에 기본이 되는 `Scientific Foundation of Medicine'을 입학초기에 17주간을 도입하여 의학의 기초가 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대학도 학생의 자율학습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의학과 저학년 과정에서 임상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미국의 2년간의 기초의학교육과 2년간의 임상의학교육과정의 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체제도 이를 따라가고 있는 추세다. 의학교육과정에서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면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적인 측면이다. 통합교육, 소집단 학습, 임상에의 조기 노출 등이 강조되는 것과 인문사회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점인데, 앞서 말한 미국의 의학교육의 흐름을 우리나라 의학교육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교육상황 맞게 개선해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과대학이 문제바탕학습은 물론 통합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문사회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문제바탕학습과 임상사례 중심의 교육이 부각되면서 이에 맞물러 학습평가는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평가 방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어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나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평가방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선진국의 의과대학의 학제와 의학교육의 추세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선진국 의과대학의 학제 변화나 교육과정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교육의 변화는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며, 선진국 교육제도와 내용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에 맞게 우리의 것을 살리고 각 대학의 특징을 살리면서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많은 의과대학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의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달라지고 있음에 따라 어떠한 의학교육과정을 어떻게 개발하고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전환하는 대학이 많아지면서 현재의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의학교육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 <가톨릭의대 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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