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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전문직업성 -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18>
의사의 전문직업성 -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18>
  • 의사신문
  • 승인 2007.01.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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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 · 윤리교육 강화 신뢰회복의 '열쇠'

일반적인 환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어떤 의사를 만나기를 바라는가?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환자는 우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의사가 자신의 입장에서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진료과정에서 눈마춤이라도 간혹 해주면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고 앞으로의 예후에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도록 따뜻한 표현을 원하는 것은 바쁜 진료현장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또 어떤 환자는 청구된 진료비는 정당한가? 각종 검사는 정말 필요한 것일까? 등 의료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 찬 생각을 갖기도 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 어느 직업보다 더 많은 믿음과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의료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가? 아마도 우리 사회는 의료에 대한 불신감이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2001년의 의료파업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의학지식 전달 급급 인성교육 미흡

왜 우리사회는 의료, 더 나아가서 의사를 불신하는가? 의사 개개인인의 잘못된 행동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의사라고 하는 전문 집단이 사회에 표출하는 태도와 행동방식이 사회로부터 불신을 사지는 않았을까?

사회의 냉정한 비판은 의료계 내에서도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자아내게 하였다. 특히 의학교육에서 전문직업의 투철한 윤리성을 가르치지 못한 점, 사회참여에 자발적이고 솔선수범 할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을 하지 못한 점, 의사환자 관계를 위한 적절한 의사소통 교육을 하지 못한 점 등은 공통적으로 지적이 되고 있다. 이는 결국 그 동안의 의학교육이 의학지식을 전달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의사가 전문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와 행동양식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익보다 환자의 복지 최우선 추구

그렇다면, 의사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가? 전문직업성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Professionalism은 라틴어에 어원을 둔 말로서 독일어에서는 완벽함 또는 결함이 없다는 뜻의 Perfection과 동일하게 쓰이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professionalism의 개념은 의학윤리학을 전공자들에 의해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 윤리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의사의 성품과 행동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후 더 구체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과대학 협회, 미국내과학회, 유럽내과학연맹 등의 기관에서 공동으로 `의학전문직업성 프로젝트 2002(Medical Professionalism Project 2002)'라는 연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의료의 질 향상 위한 노력은 기본

이 연구에서 밝힌 의학전문직업성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의학전문직업성이란 의학이 사회에 대한 계약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의학전문직업성은 의사의 사익 보다 환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쟁력과 정직함을 유지하면서 사회에게 보건과 관련한 전문적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에서 발표된 의학전문직업성 헌장은 3가지 기본 원리와 10가지 책무로 구성되어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의 3가지 원리의 첫 번째는 환자의 복지를 최우선시 하라는 것으로서 이타심, 신뢰 그리고 의사 - 환자의 관계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 이 원리에 따른다면, 의료는 시장 세력이나 사회적 압력 그리고 행정기관들의 영향에 타협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원리는 환자의 자율성이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존중하고 정직해야 하며 환자에게 치료의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환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 원리인 사회적 공평성은 의료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의사는 인종,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나 기타 다른 사회적 분류를 통해 차별대우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세가지의 원리에 기반하여 의학전문직업성에서 말하고 있는 10가지 책무성을 살펴보자.

① 전문적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는 평생교육을 실천하라는 의미이다. ②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전후 항상 정직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는 환자가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치료과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중에 실수도 있을 수 있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잘못이 발생 했을 때는 환자에게 즉각적으로 솔직하게 알려야 의사 - 환자의 신뢰와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 ③ 환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컴퓨터와 각종 전자기기들을 이용한 정보교환으로 인해 노출되기 쉬운 환자정보 보호를 위한 노력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④ 환자들과의 적절한 관계맺음을 해야 한다. 이는 환자에 대한 성희롱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환자를 이용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의학지식 전달 급급 인성교육 미흡

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임상적 능력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들 그리고 다른 직종의 의료인들과도 협력하여 오진의 확률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추구하며 의료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최고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의미 한다. ⑥ 의료체제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법, 재정, 지역, 사회적 문제가 의료혜택에 대한 공평성을 깨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헌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⑦ 의료에서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임상자료를 현명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비용효과적인 의료를 제공하려면 의사 혼자만의 힘이 아닌 다른 의사들과 병원 그리고 소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⑧ 의학이 사회와 맺는 관계는 많은 경우 과학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적절한 통합과 활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의사는 최신의 정보와 일정한 과학적 수준을 유지할 책임이 있고 연구를 촉진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하기도 한다. ⑨ 이해갈등 상황을 잘 관리함으로써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등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의사로서는 개인적인 이익과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환자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손해를 낳을 수도 있다 점을 명심해야 한다. ⑩ 전문직에 종사하는 의사로서 사회는 의사가 협력적으로 일하여 환자 의료를 최적화 하고 의사와 환자가 서로 존중하며 서로 자기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적 행위에 대해 자기 평가를 비롯한 내부적인 평가와 외부로부터 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바람직한 가치관 형성 기회제공

이와 같은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의학의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그 동안 소홀하게 다루어 왔던 의사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가치관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의학전문직업성에서 요구되는 특성들은 강의식 지식 전달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여 비판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함으로써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진료현장에서 임상의사의 역할모델은 학생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학습자원이 된다. 의학전문직업성 헌장의 내용을 환자진료 시에 솔선수범하여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김선 <가톨릭의대 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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