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닥의 희망만으로도
한 가닥의 희망만으로도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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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지난 일년을 한번 마땅히 돌이켜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생각의 조각배는 한참 더 오래전으로 슬금슬금 거슬러 올라가 표류하다가 마침내 길을 잃고 말아 버린다. 어느 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될지를 몰라 헤매다 결국 내가 서있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다시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을 간추리곤 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잠시 떠올려보면, 나의 부친 역시 개원의 생활을 하고 계셨던지라 병원이 집이고, 집이 병원인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요즘처럼 병원 응급실의 수나 체계가 갖춰졌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거의 매일 밤 환자들이 늦은 밤중에 병원 셔터 문을 두드려 대곤 했다. 병원현관 바로 위가 내 방이었던 터라 밤마다 나는 본의 아니게도 `병원 보초' 역할을 하게 됐었고,종일 진료에 지쳐 막 잠든 아버님을 깨우곤 하던 지난 기억이 부모님과의 따뜻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를 의사로 두었음에도 나는 유달리 큰 병치레를 많이 했었다. 좌측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시기의 일들은 아직도 유년시절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빛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지내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아닌 줄로 생각하고 지낼 정도로 철이 없었는데도, 시신경염 판정을 받고 낙담하던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비로소 느끼게 되었던 그 참담한 공포. 그 후 치료를 받아가면서 느꼈던 고통에 관련된 기억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moon face가 되어 가면서도 차츰차츰 한줄기 빛이 느껴져 가며 시력이 돌아오던 그 순간들의 가슴 벅찬 기쁨의 느낌들이 아직도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빛도 느끼지 못하던 그 아득한 절망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만으로 포기하지 않고 불완전하게나마 시력을 다시 찾아, 지금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글도 쓰는 영광도 누리고 있다.

한 가닥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과 가능성만 주어지더라도, 그 실오라기를 움켜 쥔 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다가오는 새해를 또 맞으려 한다. 마침 글이 실리는 시점이 여러분들께 성탄축하와 새해인사를 드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임을 더 좋은 행운으로 생각하고 감사드린다. 여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풍성한 축복과 희망들이, 새해에도 항상 가득 하기를…. 〈객원기자〉







김희영 <관악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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