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연말정산 간소화
낙타와 연말정산 간소화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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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사막지대에 사는 가축이며 포유동물이면서 야생은 없다. 낙타는 사막이나 초원과 같은, 물이 귀한 지방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몸의 구조가 진화했다. 사막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아주 필요하고 중요한 동물이다. `사막의 배'라고 불리듯이 무거운 짐을 지고 여러 날 동안 물을 먹지 않고도 여행을 할 수 있다. 옛날에 동양과 서양을 오가던 대상은 낙타가 없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젖과 고기를 즐겨 먹고 털로 의복의 천이나 융단을 짜고 가죽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다. 낙타는 등에 혹(봉우리)을 가진 것이 특이하다. 한 개 혹을 가진 것과 두 개의 혹을 가진 것으로 구별된다. 혹 속에 물을 저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쉬우나 혹 속에는 주로 기름(지방)으로 차 있다.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않으면 이 혹은 점점 부들부들해지고 옆으로 쓰러진다. 혹의 기름기는 저장된 식량이다. 사람은 하루 종일 물을 마시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지만 낙타는 약 2주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

상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낙타를 이용해 사막을 다니면서 여행도 하고 장사도 했다. 사막을 여행하기에는 가장 좋은 동물이기에 대단히 고마운 가축이 아닐 수 없다.

사막의 기후는 낮에는 견딜 수 없이 뜨거운 햇볕이 들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심하게 내려가서 그 추위를 견디기가 몹시 괴롭다. 여행을 하던 상인들은 밤이면 사막에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 밤을 지내고 낙타는 텐트 옆의 말뚝에 매어 놓는다.

추운 사막의 밤은 깊어가면서 더욱 기온이 내려가고 텐트 밖의 낙타는 추위를 견디다가 못해 텐트 속으로 코를 들이밀면서 주인에게 말한다. “주인님 너무 추워요. 제발 코만 넣고 자게 해 주세요.” 그러면 주인은 측은한 마음과 그까짓 코쯤이야 어떻겠냐는 생각으로 허락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낙타의 욕심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코를 디밀은 낙타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코의 따스함과 밖의 추위에 다시 머리를 디밀게 되고 그쯤이야 생각한 주인은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새벽녘에는 낙타는 앞다리를 지나서 몸통까지 텐트 속으로 들어와서 주인을 텐트 밖으로 밀어내고 만다. 주인은 텐트 밖의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새우고 낙타는 텐트 안에서 따스하고 달콤한 잠을 잔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주인은 처음 코를 디밀었을 때 냉정하게 낙타의 콧등을 쥐어박으며 거절을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후회스럽지만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

요즘 우리 의료계의 상황이나 의사들이 처한 찬바람 도는 현상이 꼭 이런 것 같다. 1977년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될 때 500인 이상의 사업자에게만 적용한다는 말에 그것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낙타의 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300인 이상, 100인 이상 그러다가 전국민 의료보험이 되고 나서야 코가 아니라 머리, 앞다리, 몸통이 들어와서 주인을 밀어내 추위에 떨게 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사람들이 지금 우리의 처지를 얼마나 알고 있을지.

그 후 의약분업 문제도 그렇고, 이번의 연말정산 간소화 문제도 그렇고 우리 의료계의 문제들은 항상 그 상황을 보면 낙타에 밀린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주인의 꼴이다.

이번 연말정산 간소화 문제도 생각해보면 금년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이번에 빠져들면 앞으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문제이며 우리의 후배들에게도 그 굴레를 씌워주는 문제라는 것을 알면 집행부뿐만 아니라 우리 회원들도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6일까지 우리 회원들의 40% 정도가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 그랬을까? 지도부에서는 분명 유보라는 방침을 세웠는데 신고한 회원들은 아마 세무서의 준 협박적인 작전에 항복한 것일까?

세무조사라는 협박에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신고한다고 세무조사를 면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마당에 지도부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각인지. 그렇게 해서 혼자만이 살 수 있을까. 이번 한 번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이런 제도를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의협의 지도부에 부탁하고 싶다. 물론 전임 집행부 때에 통과된 법이지만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전임 집행부를 탓해 무엇을 하겠는가. 처음부터 그 심각성과 앞으로의 전망과 회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신중히 토론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이번처럼 회장 혼자서 판단해 급여부분만 신고하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는 경거망동은 우리 회원들에게 더욱 불안한 마음만 갖게 한다는 것이다.

낙타를 잘 이용하면 아주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소홀하면 우리가 낙타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마음속에 새겨둬야 한다. 의료계의 지도자들은 항시 이런 마음으로 회원들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김주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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