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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학 -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13>
임상의학 -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13>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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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보다 낚시법 알려주는게 바람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의과대학에서 배우지 못하였는가? 임상의학은 의학교육의 핵심 콘텐츠다. 과거의 의과대학에서도 임상의학을, 그것도 열심히, 가르쳤다. 그럼에도 졸업하고 나서 느꼈듯이 머리에는 온갖 지식이 들어 있는데 진료를 할 때는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배운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료를 실행하는데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임상의학교육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고 배웠다. 2) 너무 많이 배우거나 너무 적게 배웠다. 3) 단편 정보 전달에 치중하였다. 4) 임상 상황의 논리 진행과 반대 방향으로 배웠다. 5) 머리로만 배웠다. 6) 사람 빼고 질병만 배웠다.

임상의학교육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1. 왜 배우는지 알고 느끼며 배우기 임상의학 이론교육은 왜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의문을 갖기 전에 시작하였다. 임상실습 전에 이론을 배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지라도 아픈 사람을 돕는다는 느낌과 동떨어진 채 궁금하기 전에 지식을 습득하려면 배우는 과정이 맥 빠진다. 달리 말하면 학습의 `동기'나 `맥락'과 상관없이 이뤄졌다.

학습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능률이 높아진다. 배운 것을 쓸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 배우면 잘 배워지고 실제 상황에서 더 잘 떠오른다. 실제 환자가 아니라도 질환 증례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구하면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지식을 흡수하게 될 것이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임상의학을 배울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어 인지적, 정서적으로 좋은 학습 선행 조건이 될 것이다.

동기부여·선별적 임상지식 습득 필요

2. 알맞게 가르치기 무조건 많이 가르칠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지식에는 단편정보로부터 개념 줄기까지 중요도의 차이가 있다. 자주 필요한 지식과 가끔 필요한 지식,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사람에 따라 달리 요구할 지식이 다르다. 그런데 모든 교수가 서로 많이 가르치려고만 한다면 선택은 학생 몫이 되고 만다.

임상지식을 습득할 때 선별은 불가피하다. 흔한 질환의 관리나 감별진단 상황은 희귀한 질병의 지식보다 더 필요하다. 드문 질병이지만 원리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도와 빈도를 감안하여 모든 학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과 각자가 선택할 것을 정하면 임상교육이 효과적일 것이다. 임상실습과정도 핵심 과목과 선택 실습을 구분하고, 주요 질환은 환자가 없더라도 증례 문제, 시청각자료, 모의환자 등으로써 모두가 접하도록 하는 편이 체계적이다.

3.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기 임상 강의시간에는 교과서의 내용을 빠짐없이 요약하여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식 습득 과정은 단편정보의 축적만이 아니라 정보 사이에 연계성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성과정이 필요하다. 고립된 지식보다 서로 네트워크를 이룰 때 학습효과가 클 뿐 아니라 판단이나 문제 해결과 같은 고급 인지 능력을 발달하기 쉬워진다. 임상교육을 주요 증상이나 기관계에 따라 덩어리를 이루어 배운다면 지식 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상의학 지식은 계속 늘어나므로 졸업 전에 모두 섭렵할 수 없다. 강의시간에는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연결망을 형성하도록 촉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머지는 학생이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도록 한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되 얻은 정보의 값어치를 판단하고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졸업 후 평생학습의 토대가 된다. 즉, 물고기보다 낚시 방법을 알려 준다.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 가운데 소집단 토론은 서로의 사고과정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식을 나누어 찾아 서로 가르칠 수 있어 학습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다른 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기술, 협동능력을 키우는 장점도 있다.

4. 실제 임상 상황의 귀납적 논리 진행에 따르기 기존의 임상의학교육 방식은 환자를 평가하고 진단 추론하는 논리 과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란 어떤 병인가, 무슨 증상이 어떤 빈도로써 나타나며 어떤 검사 소견을 나타내는가를 가르친다. 실제 상황은 어떤 증상이나 증후를 나타내는 환자가 있을 때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기관계 문제나 질환군들을 가정하고 추가 정보를 더하면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추론해 낸다. 바람직한 임상교육은 문제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추론을 통하여 해결해 가면서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경우 조사하여 지식을 습득하는 경험을 갖도록 한다.

환자와 의사소통·기본 임상술기 필수

5. 머리, 가슴, 손발이 함께 배우기 지식 위주의 임상교육은 쓸모가 적었다. 예를 들어 병력청취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의학면담 연습이 없다든지, 청진기 사용법이나 혈압측정법 같은 술기를 익혀야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기본적이어서' 어디서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술기를 익힌 다음 의료 상황을 접하는 편이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높일뿐더러 의료윤리적으로도 옳다. 그래서 근래에는 임상실습 전에 기본 임상술기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학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 진료 상황에서 의학윤리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의학윤리를 이론으로만 배우면 `의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식의 바른생활 지침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를 별도의 과목으로 공부하기보다 증례의 진단, 치료 문제를 해결하면서 함께 다루면 맥락에 따른 교육이 되어 좋을 것이다.

6. 의료에 없어서는 안 될 의학 밖의 의학, 인문사회의학 대부분 의사는 의료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이 사람 다루기라고 느낀다고 한다. 그 동안의 임상의학교육이 생물의학 지식을 강조한 결과다. 의사가 진단과 치료 능력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환자로 하여금 이해하고 따르도록 하지 못하면 치료는 실패할 수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환자가 정보를 잘 제공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진단 평가를 위한 의사결정, 심리 사회적인 요인이 질환이나 환자 행동에 주는 영향 등도 의료 수행을 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의과대학들이 과거에는 졸업 후 개개인이 알아서 습득해야 했던 다양한 분야의 능력 배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이른바 `환자 의사 사회', 또는 `인문사회의학' 교육이라고 다양하게 부르는 영역이다.

전문성 갖춘 다양한 역할수행 해야

맺음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임상의학교육과정을 편성할지는 각 의과대학에 특징적인 교육 목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바람직한 임상의학교육은 의과대학생이 졸업 후 전문직업성을 갖추고 다양한 의사 역할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학생중심, 문제바탕, 통합, 선택,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수정 <가톨릭의대정신과·의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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