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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흑자경영을 위한 새로운 시도>
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흑자경영을 위한 새로운 시도>
  • 승인 2006.11.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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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의사신문/세브란스어린이병원 공동기획<하> 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

흑자경영을 위한 새로운 시도

한상원<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암치료 전문화/진료영역 확대등 추진

 최근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의 정책에 따라 2009년까지 전국에 6개의 어린이 전문병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국비에서 건립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지자체가 20%, 병원측이 30%를 부담한다.

특히 정부가 장비구입비 등 경상경비를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방침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이 정책을 수용하는 병원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 연 100억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에 기인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고 지원도 없는 세브란스병원이 어린이병원을 열었다는 사실에 병원 안팎에서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이병원의 각 특성 중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전문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과 우리가 노력하고자 하는 것을 간추려 소개한다.

 1. 질병의 보편성  소아라고 하여 특정 질병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질병은 거의 모두 나타난다. 따라서 성인에게 필요한 의료장비 및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독립된 어린이병원을 세우기 위해서는 성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린이병원의 독립은 대규모병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예를 본다면 고식적인 개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어린이관련 임상과와 지원부서가 개설되어 있으며,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상적인 규모로서 적자 운영을 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더욱이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는 의료장비의 고가화를 놓고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이들 장비를 이용할 수요가 대단히 많아야 한다. 즉 완전한 독립병원을 유지하고 PET scan, Robotic surgical unit, multi- channel CT scan 등 고가 의료장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어림잡아 1500∼2000병상 이상의 독립된 어린이병원이라야 한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어린이병원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환자 내지는 국외의 환자까지 유치하지 않고서는 규모의 유지가 어렵다. 이는 소아질환 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바른 의료전달체계를 지향하는 것에 반할 것이다.

따라서 차선으로써 제시될 수 있는 것은 성인 병원과 고가 의료장비 및 시설·인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병원과 성인병원의 윈-윈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유연성 있는 장비 구매 및 운영을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점은 이렇게 하면서 소아환자 특성에 맞는 의료서비스가 가능한가 하는 것인데 접점 구역에 어린이를 위한 인력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어떤 장비와 시설 및 인력을 공유하고 공유하지 않는 것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이며 이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2. 질병 분포의 특성  병원을 영리기관으로 분류할 수는 없으나 현대 병원 경영상 수지를 호전시킬 수 있는 질병군은 비보험수가를 받을 수 있는 진료과목, 이를테면 개인의원의 경우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등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형병원의 경우는 이와 달라서 비보험분야에서 개인의원과 경쟁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들 과의 높은 수익성을 좇을 수는 없다. 대신에 대형병원은 암진료 분야에서 이익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의 요인으로는 첫째, 암환자 진료시 고가의 검사와 치료장비가 사용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둘째, 점차 항암치료의 외래진료화가 이루어져 인건비 등 비용 발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아 진료에서 암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내외에 불과해 이익발생의 기회가 적다. 더욱이 암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성인과 달리 입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고 인력과 진료에 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비용 발생이 큰 것은 취약점이다.

 질병 분포가 수익성과 거리가 먼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으나, 소아 암환자 입원 및 외래 진료시 수가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그나마 소아 암 환자 진료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조적 방법이 될 것이다.

이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병원으로서 해야 할 부분은 암 치료 인력의 고급화, 전문화를 통하여 최대한 외래 치료를 강화하고, 병원 주변에 암 환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박시설의 마련을 유도하며, 치료 중 또는 치료 후 어린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진료 영역의 확대를 꾀하고자 한다.



 3. 진료수가의 획일성 개선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서 동일한 처치를 할 때 성인에 비하여 소아 환자에 드는 시간과 인력은 많다. 시간과 인력은 곧 비용을 뜻하며 환자 일인당 비용이 더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동일한 처치를 할 때 환자의 나이별로 처치료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즉 6세 이하 소아 진료비 중 보험 급여 부분은 환자 부담을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정부가 환자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데는 의미가 있으나 소아 진료 의료인이 처한 경영상 어려움은 고려되지 않았다.

 의료인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정부와 환자 간에만 이루어지는 의료보장의 확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환자, 정부, 의사 관계는 소비자, 유통업자, 생산자와의 관계로 생각할 때 소비자와 유통업자의 입장만 고려한 현 정책은 생산자인 의사가 좋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을 유도하지 못한다.

제품을 아무리 많이 생산한다고 하여도 질이 낮다면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질 높은 제품은 생산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소아 환자의 진료는 30%의 추가 수가가 주어진다. 그러고도 어린이병원의 경영적자는 사회보장의 개념에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진료 가산료는 진찰료, 입원료, 마취, 일부 검사에 국한하여 가산료를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전체 행위로 확대하는 정책이 하루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병원, 소아 질환의 치료 단체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4. 건강검진 프로그램  세계 최하의 출산율은 소아 환자의 감소로 직결되지만 한편으로는 곧 어린이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반영된다. 즉 어린이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질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성인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에 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검진 항목도 다양화하여 전문성 있는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할 장기계획을 가지고 시작하고 있다. 미래에는 가족의 병력을 바탕으로 한 특화 검진까지 계획하고 있다.



 5. 기부 및 후원  세브란스어린이병원 개원을 축하하기 위하여 방한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스티븐 올츌러 원장은 병원운영은 상당부분을 기부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병원의 경우 무려 60명의 인력이 기부금 담당과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기부금은 어린이병원의 경영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병원경영을 위한 국가 지원이 우리에 비하여 5∼6배에 달하는 미국의 상황이 이러한데 우리 현실에서 기부와 후원의 절실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을 기부 사회에 드러내는 것이 시급하며 노력 중이다. 기부와 후원의 목적은 병원 경영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어린이 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에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최초의 사립 어린이병원인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의 미래는 과연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 흑자 경영이 가능할까 하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출발하고 있다.

 위에 기술하였듯이 흑자경영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정책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정책 개선을 위하여 모두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여 어린이 건강지킴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적자경영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의 의지대로 목표가 달성되어 다양한 규모의 어린이 전문병원이 설립되고 우리 나라 어린이들의 건강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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