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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전문진료' 어디까지 왔나<어린이 변비등 특수클리닉 현주소>
`어린이 전문진료' 어디까지 왔나<어린이 변비등 특수클리닉 현주소>
  • 승인 2006.11.3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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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주<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외과>
`어린이 전문진료' 어디까지 왔나

어린이 변비등 특수클리닉 현주소

한석주<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외과>



환자 편의성 중심 체계적 치료/교육 실시

 최근 소아과 외래를 방문하는 아이들 가운데 딱딱하고 동글동글하게 토끼똥처럼 변을 보는 어린이 변비환자가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신생아 때부터 변비로 고생하는 어린이도 많아졌다. 변비가 심하면 식욕이 떨어져 음식 섭취가 줄어들고 빈혈도 함께 올 수 있는데, 빈혈이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여 밥이나 음식을 기피하게 되어 변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또한 굳은 변으로 인해 배변 시 항문에 열창이 생겨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조건 참는 배변습관도 변비증상이 지속되는데 한몫을 한다. 결과적으로 변비와 빈혈과 밥 거부, 이들의 삼각관계는 실타래처럼 얽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세살 박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전체 어린이의 5∼10% 정도가 변비로 고통 받고 있다. 우리 아이가 변비인가 아닌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토끼똥이다. 수분이 빠져나간 딱딱하고 동글동글한 대변을 본다면 변비라고 봐야 한다.

 변비가 장기간 심해지면 그때서야 복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무관심했던 부모들은 병원을 찾았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변비가 심하면 식욕부진, 구토, 입 냄새,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변비란?  변을 보는 횟수가 줄거나 배변이 쉽게 되지 않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가리키며 횟수와 상관없이 대장 내의 매복된 변으로 인한 유분증(무의식중에 속옷에 변을 묻히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변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비가 늘고 있는 원인은?  어린이 변비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원인 중에는 운동부족과 배변을 참는 습관,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식습관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가공식품들은 채소류에 비해 섬유소가 부족하여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변을 굳게 하므로 변비의 유발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어린이의 변비는 잘못된 배변습관이 가장 큰 문제다.

 취학 전 어린이의 경우 놀이에 집중하면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참는 경우가 많으며 취학 후에는 학교 화장실이 익숙하지 않아 배변을 참는 어린이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변을 참게 되면 직장이 팽창하면서 변이 굳어지고 수분이 흡수되어 딱딱한 변이 되는데 이때 무리하게 힘을 주다 보면 항문이 찢어지는 항문열창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또 항문열창이 있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배변 시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변이 마려워도 참는 일이 반복되면서 변이 더 굳어지는 변비의 악순환이 일어나 변비를 장기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변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장운동을 활성화 시켜 주어야 하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앉아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내기 때문에 대변이 마려워도 그냥 참는 습관이 생긴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배변 참는 습관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치핵(치질) 환자가 적은 것이다. 치핵은 성인의 경우 배변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힘을 주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들은 배변을 하려는 의지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치질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드물게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이 있을 때에도 변비가 생긴다. 이는 장에 있어야 할 신경절이 없어서 직장이 심하게 수축만 되고 팽창이 안 되는 경우다. 대부분 수술로 치료를 하며 수술은 신경절이 없는 부분을 잘라낸 후 나머지 양쪽을 이어줌으로써 정상적으로 수축과 팽창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변비의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먼저 소아과 외래에 내원하게 되면 자세한 문진이 이루어진다. 아이의 배변 습관이나 생활 습관, 특이 병력, 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한 진찰도 이 때 받게 된다. 이후 변비의 진단 및 그 원인을 찾기 위하여 대장통과시간 검사, 바륨 관장 조영술 등의 검사를 받으며 필요에 따라서 항문압 검사 또는 배변반사 검사를 받게 된다.

 또한 변비로 인한 영양의 결핍 상태를 평가하는 검사도 아울러 시행한다. 변비의 정도를 손쉽게 알아보는 기준은 대변의 굳기, 배변 횟수, 배변 량, 배변 시 항문통증 및 혈변의 여부 등이 있다. 어린이는 특히 부모가 관심 있게 관리해 주어야 하며 아이가 자라면 저절로 나으려니 하며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변비 통계  소아변비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2001년도에 404명이었던 것에 비해 2005년도에는 484명으로 20%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3세부터 12세까지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변비는 보통 1∼2주에서 길게는 수년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변비의 치료는 단순히 매복되어 있는 숙변의 제거가 아니라 장기간 대변이 정체됨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져버린 대장의 기능 회복이 궁극적인 목표이므로 최소 수 개월의 장기적인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변비 치료는 일관성 있게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 있는 변비치료제를 임의로 구입해 복용하는 것은 자칫 일과성으로 끝날 수 있어 변비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 먼저 변비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 받은 후 어린이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어린이로 하여금 배변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줘 배변을 무조건 참는 습관부터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생활 습관 및 식이 습관의 교정과 더불어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이 때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투여하게 되므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약물의 투여량이 적거나 보호자가 임의로 너무 일찍 약물을 중단함으로써 변비의 재발을 불러오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린 소아의 경우 배변 습관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가족들의 지속적인 협조와 배려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변비클리닉은 변비의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치료를 위해 소아소화기교수와 소아외과교수가 합동 진료를 하며 배변장애와 자주 동반되는 배뇨장애 특수클리닉과도 연계 진료를 하므로써 환자의 편의성에 중심을 둔 형태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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