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91주년 기념특집
2007 대선 캠프에 바란다<의료 일원화>
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91주년 기념특집
2007 대선 캠프에 바란다<의료 일원화>
  • 의사신문
  • 승인 2006.11.30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법준수·선진국 진입 필수불가결 열쇠

70만년 전의 구석기에서 21세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장기간의 인류의 역사에서 각 지역의 문화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물질적 문명뿐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정신적 철학도 헤브라이즘, 헬레니즘, 유교, 불교 등 인류가 창조하였던 모든 철학의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계의 문명 발생지역에는 여러 계통의 의학이 발생하였다.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이집트, 인도 의학이 그것이며 북경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방에는 중의학 체계가 발달하였다. 세계 각 지역의 고대 의학은 큰 틀로 보아 생명에너지 균형과 부조화라는 유사한 생기론적 개념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 시대의 인식 발달과정의 당연한 결과물로 보아진다.

르네상스 이후 고·중세의 관념적 의학이론은 심각한 과학의 도전을 받게 되었으며 이후 300여년에 이르는 치열한 투쟁과정을 통하여 인류는 관념적 생기론에서의 해방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과학적 성취가 인류의 기나긴 역사 여정의 위대한 산물이라는 사실과 치열하였던 전통과의 투쟁과정을 대부분의 대중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양과 서구라는 이분법적 선입관에 의하여 인류의 과학적 성취를 폄하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원시,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21세기에 이르렀고 각 나라는 중세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 산업국가, 선진민주국가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의 단계를 밟고 있다. 각각의 발전 단계에서 국가들은 혁명적 패러다임 혼란과 가치 재정립의 과정을 밟아 진보하고 있다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일본의 메이지 유신, 중국의 문화 혁명 등을 국가 성숙과정의 필연적 공적 토론의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경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방의 반도국가로서 중국의 영향력 하에서 3000번에 이르는 대소의 침략을 받아왔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라는 이분법적 분류 속에서도 독자적 국가를 유지하였으나 중국 문화로부터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조선조 이래 중국의 유학적 이데올로기는 우리 선조들의 삶을 규정하는 철학이었으며 완고한 소중화 사상에 따라 유교는 더욱 교조적 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학의 분야도 예외라 할 수 없다. 황제 내경을 중심으로 한 중의학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통하여 직수입되었으며 중의학과 허준 이후 한의학도 그 기초이론에 있어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조선 중기 허준은 대부분의 중국의서를 인용하고 본인의 도교적 양생법을 추가하여 동의보감을 편찬 후 동의라는 자주적 표현을 주장하였으나 그 뼈대와 실체는 중의학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었으며 이는 당시대의 방법론적 한계 때문이었다.

질병과 전쟁에 피폐해져가던 조선 민중의 삶은 조선 말기에 이르러 실학적 사고를 탄생시켰다.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에서 정약용과 최한기까지 실학자들은 조선 시대를 탈피할 위대한 실천적, 과학적 주장들을 펼쳐내었으나 완고한 유교문화의 세력에 의하여 실천적 개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고 결국 조선은 통치 이념의 한계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서양과 세계가 중세의 잠을 깨고 근대 국가로 태어나는 역사적 순간에 쇄국으로 문호를 폐쇄한 우리는 제국주의의 역사에 의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일본에 의한 타율적 문화 변혁의 과정에서 조선 후기를 통하여 꾸준히 힘을 키워 왔던 중국 탈출의 자주적, 내부 개혁적 발전 역량은 민족의 회복을 지상 목표로 한 민족주의, 전통주의로 변모 되어간다.

해방 후 민족주의가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정착 되어가는 과정과 6·25 전쟁 상황의 국회에서 한약종상이었던 국회의원 조헌영의 주도로 한의학은 제도권 의학으로 다시 부활하였다.

의료계의 역량 부족과 민족주의적 감성 속에서 현대의학계의 정당한 주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3공화국 시절의 의료일원화 정책에 따라 주춤했던 한의계는 여러 민간 대학의 설립으로 기회를 노리게 된다. 산업화와 독재의 부작용으로 1980년대 이후 민중민주파와 주사파로 대별되는 운동권은 반미를 구호로 우리사회의 주도 운동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민주화 운동은 일반 대중의 취약한 비판 정신의 틈새를 비집고 반미, 자주, 신토불이 같은 폐쇄적이고 감성적인 대중적 정서로 막강한 군중 동원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한의계는 이러한 미완성 역사 과정에서 세력 확장의 흐름을 잘 읽었다 할 수 있다. 현대의료계가 한의학에 대한 정당한 학문적 헤게모니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는 동안에 식민시대의 경험과 분단이라는 두 개의 거부 할 수 없는 민족주의의 보호막은 그 세력을 최대로 확장하였고 한의계는 이러한 민족주의에 편승하여 그 허구적 이론의 세력을 최대한 키워 냈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문화적 지체는 누구나 부정하지 못한다. 중세를 정리하는 내적 각성이 채 일어나기도 전에 식민시대가 되었으며 해방 후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국가의 비전이 정리되기도 전에 전쟁이 일어나 버렸다. 우리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대적 진리성이나 과학의 절대성이라든지 또는 전통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명제들에 대하여 성숙한 공적토론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사회 각 부분의 갈등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역사에는 가정법도 없고 또한 공짜도 없다 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성숙과정도 고통스러운 고뇌와 시행착오의 교정 과정이라는 의미다. 프랑스의 시민혁명, 영국의 민주주의, 미국의 남북전쟁, 일본의 메이지 유신, 중국의 문화 혁명, 러시아의 혁명과 해체 등이 국가 발전을 위한 공적 토론의 과정이었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변혁에 대한 처절한 숙의과정이 충분하지 못했으며 그러한 결과의 확고한 증거가 의료 이원화 체계인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질병을 서로 소통되지 않는 언어로 판이하게 해석하는 두 가지 의학을 인정하고 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기본 이론과 언어는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 한의학의 언어는 동양철학과 명리학, 풍수설 외에는 현대의 모든 학문과 호환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한의학의 이론으로 현대의학을 이해할 수 없고 현대의학의 이론으로 한의학을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은 이러한 상반된 해석체계의 의료제도 하에서 어떠한 의료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그 치료 결과와 후유증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은 최선의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국가로부터 보장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정책을 꾸준히 연구하고 교정해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헌법정신임을 인식한다면 상반된 해석을 허용하는 우리의 의료체계는 위헌적인 제도임이 분명하다. 최선의 치료가 한방인지 현대의학인지를 알지 못한 가운데 최선의 치료라는 양측의 주장에 두 배의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국민은 비극적 희생자들인 것이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사건은 진실과 허위를 가려내는 과학은 참으로 민주적이라는 칼세이건의 말을 우리 국민에게 각인시킨 대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인터넷을 통하여 예상치 못했던 한의학 정보의 공개를 가져왔으며 수십년 간이 소요될지 모르는 방대하고 치열한 논쟁이 일반인들 사이에 순식간에 전개되었다. 일본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룩한 정보 이론적 비판을 첨단의 인터넷 토론으로 완성해가고 있으며 2000년의 역사적 축적물에는 무언가가 존재 할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심도 허망한 것으로 판명 되었다. 한의학의 음양오행적 전제와 기초이론은 존재하는 자연법칙이 아니므로 결코 성취 될 수 없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주장들이 드디어 정당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결정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일관성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심리는 우리 의학계나 한의계 모두에게 존재할 것이며 한의계의 생존권 문제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원리주의적 기득권자들을 제외한 젊고 유능한 한의학도들은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일 뿐 양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의사로서 국민의 건강에 봉사해야 하는 국가의 인재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의료 일원화는 선진국으로 가기위해 치러야 하는 온갖 정신 의식 발전의 기본 열쇠이고 극히 일부의 한의학 원리주의자들을 위하여 전 국민이 희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료일원화 특별위원회는 한의계에 의료 일원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였으며 국립한의과 대학원 같은 이원화 고착 시도만 가시화 되고 있다.

다윈, 손문, 루쉰, 체게바라, 서재필 등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과학의 정신으로 무장한 의사들은 조국의 미래를 기초하고 민중에 기여하였다. 의료 일원화 운동은 한국의 의사 집단에 주어진 명예롭고 정당한 혁명이며 조국의 선진화에 기여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다. 지식인, 학자, 시민과 함께 펼쳐질 의료 일원화 운동에 서울시 회원들의 동참과 지원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유용상<의협 의료일원화특위 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