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91주년 기념특집 - '제5회 한미참의료인상' 기관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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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6.11.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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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아가페클리닉'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중구 정동에는 또 하나의 종합병원이 열린다.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정동교회에서 운영하는 정동아가페클리닉. 정동교회 사회교육관 지하 1층에서부터 4층까지 열리는 정동아가페클리닉은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안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임상병리과, 한방과, 치과, 약국 등 종합병원 처럼 모든 과가 갖춰진 종합병원이 된다. 참여하는 의사만 해도 40여명. 진료가 열리는 날이면 의사 20여명, 치과의사 5명, 간호사 2∼3명, 약사 2∼3명이 참여해 매일 150여명의 내방환자에게 중복진료를 포함해 250여건의 진료를 실시한다. 이렇게 해서 올해 한 해 동안 벌써 2300여명(10월 말 기준)을 진료했다. 방문한 환자들은 진료 외에도 대기자 간식, 옷 나눔터, 이·미용 봉사 등을 제공 받는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아픈 곳이 있었지만 그동안 진료받을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동아가페클리닉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난 후에는 마음 편하게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동아가페클리닉을 찾은 한 외국인 노동자는 이국땅에서 생활하다보면 특히 몸이 아플 때 가장 설움을 많이 느끼지만 이곳을 찾아 진료를 받고 나면 마음까지 모두 낫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료봉사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던 정동교회는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내국인을 위한 의료봉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중계동에서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당시 노원구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김경희 원장이 큰 힘이 됐다.

“정동교회는 개신교 가운데에서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교회인데 그 분위기가 대부분 점잖은 편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봉사에 대한 마인드를 갖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무엇을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그래도 봉사는 의료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나서게 됐습니다.”

아가페클리닉에서 내과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김창규 원장(광진·항석내과의원)은 1990년 당시 무료진료 봉사활동이 시작되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정동교회 장로인 김경희 원장이 여러모로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 후 지속되던 무료진료는 현재 청계천 철거 주민들이 모여살고 있는 거여동으로 이어져 매달 2∼3회 계속되고 있으며 한 달에 140명 정도의 환자를 보고 있다. 그러던 가운데 2002년부터 교회 안에 의료선교위원회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다.

“교회 밖에서 이뤄지는 의료 봉사도 많은 의미가 있었지만 교인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 또 우리 교회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교회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고 정동교회 100주년 기념 사회교육관이 세워지면서 정동아가페클리닉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김창규 원장은 교회 안에서의 봉사활동은 많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봉사를 직접 보고 배우고 또 봉사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일 예배가 끝난 후 바로 사회교육관을 병원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물밀듯이 몰려와 줄을 서면서 봉사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멀리서 할 때는 참여하는 사람끼리만 마음을 나누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하면서 많은 교인들이 눈으로 봉사 현장을 보고 또 누구나 쉽게 참여해서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후 일반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늘었고 이것이 바로 봉사에서 봉사로 이어지는 릴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가페클리닉은 교회에서 하고 있는 정기 진료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안산, 평택, 파주 등으로 원정 진료를 나가고 있다. 공장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방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그나마 이런 의료봉사활동의 혜택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아가페클리닉은 대부분의 진료 장비들이 설치돼 있는 버스를 끌고 지방으로 내려가 매번 200여명 이상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아가페클리닉은 또 해외에서도 활발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병원이 세워진 이듬해인 2003년 9월 카자흐스탄 알마띠에서 제1차 해외진료를 시작했다. 또 2004년에는 필리핀 마닐라 외곽 2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 후 지난해부터는 캄보디아와 몽골 지역을 각각 일 년에 한 번씩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몽골 봉사에서는 내과 800여명, 소아과 300여명을 비롯해 총 1700여명을 진료했다.

아가페클리닉은 해외 봉사 중에 2차 진료 및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현지에서 치료가 가능하면 검사 및 수술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해주고 있다. 2005년에는 캄보디아에서 입술에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어린이를 초청, 수술을 통해 깨끗하게 제거해 주었으며 올해에도 몽골 환자를 초청해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다.

김창규 원장은 수회에 걸쳐 해외 의료봉사를 다니다 보니 오히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배우게 된다고 소개했다. “우리가 의료봉사를 나가는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은 모두 현재 우리나라에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로 와 있는 나라들입니다. 특히 몽골의 경우 직접 가보면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무언가 멍울져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로 그것을 풀어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에 노동자로 오기 위해서는 수천대 일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지만 마음속에는 한국에서 냉대와 괄시 등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퍼붓는 것이 봉사는 아닙니다.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을 찾아가 온 몸으로 안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봉사입니다. 물질적인 봉사, 형식적인 봉사에는 감동이 없습니다. 받는 사람도 고마움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때는 베푸는 사람도 마음속에 교만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버려야 진정 아픔을 어우를 수 있는 봉사가 되는 것입니다.”

김창규 원장은 이번 한미참의료인 봉사상 수상자 공모에 나서게 된 것은 봉사에 대해 제대로 된 의미를 깨닫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아가페클리닉에서 얼마나 봉사를 하고 있는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봉사가 세상에 얼마나 밝은 빛을 주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창규 원장은 교회에서 펼쳐지는 봉사활동을 갖고 봉사상 공모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한때 망설여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봉사로 이뤄진 결과이지만 나중에는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이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를 낸 것은 교회에서 벌어지는 봉사도 교회의 일만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은 교회 안의 일이라며 외면해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도 봉사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고 특히 외국 봉사활동을 할 때는 봉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돈을 털어 나서고 있습니다. 게다가 외국에서 봉사활동 중에 치료 가능한 중증 질환자를 만났을 경우에는 꼭 도와주고 싶지만 한계가 있을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번 기회에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봉사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미참의료인상에 공모하게 됐습니다.”

봉사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봉사는 결코 나 혼자의 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고 이 상은 아가페클리닉에 참여한 의사, 간호사를 비롯해 약사와 일반 자원봉사자까지 모두의 참여로 받게 된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고 이런 것들이 온 세상에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봉사정신이 우러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바로 그런 봉사의 시작을 우리 아가페클리닉이 열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가페클리닉은 지난 27일부터 오는 12월 27일까지 김창규 원장을 비롯해 7명을 세네갈로 파견해 다시 새로운 해외의료봉사 활동지를 물색 중이다.

한편,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아름다운 봉사의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아가페클리닉의 봉사자들은 다음과 같다. △내과·가정의학과=김경욱(광명성애병원), 김범수(인하대병원), 김종성(김가정의학과), 박광재(항석내과), 백승희(아주대병원), 오석중(강북삼성병원), 이재광(서울내과), 조연희(조내과) △소아과=한경숙(휴업) △외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고성은(건국대병원), 김용래(차병원), 김태경(서부한양재활의학과), 송광재(광재의원) △피부과=김경진(휴업), 윤성필(인하대병원) △비뇨기과=김태희(성바오로병원), 우원희(한일병원), 홍성수(수비뇨기과) △산부인과=오영옥(오영옥산부인과), 이보연(경희의료원) △안과=윤석기(금촌연세안과) △이비인후과=김진희(동창이비인후과), 김동준(참조은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정명진(서울삼성병원) △임상병리과=송재옹(휴업)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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