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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versy in Medicine - 급증하는 척추수술, 이대로 좋은가"
"Controversy in Medicine - 급증하는 척추수술, 이대로 좋은가"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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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versy in Medicine

 

급증하는 척추수술, 이대로 좋은가

 

 최근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은 `허리 수술 공화국'”이라고 비꼬며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척추수술 증가율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다”고 국내 척추수술 실태에 맹공격을 가했습니다. 더욱이 척추수술이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이 새로운 수술기법의 도입과 관계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과연 척추질환의 신기술 치료법이 척추수술을 부추키는 요인이 되는 걸까.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의료계 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무분별한 척추수술의 신기술 사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찬성 : 최소침습 척수수술의 당위성

 

최원규<강남 우리들병원장>

 

`세계최고 국내의술

 

고통받는 환자

 

삶의질 향상 기여'

 

 얼마 전 육군 모 병사가 군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 중 혈관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보도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한국의 척추분야 의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미국보다도 10년, 일본보다는 20년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외국 환자들이 우수한 진료를 받기 위해, 외국 의사들은 보다 선진화된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방한하는 수가 매년 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높은 척추수술 수준에 자부심을 갖는 필자로서는 젊은 병사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1930년 이래로 디스크탈출증 같은 디스크변성질환은 척추 후궁뼈를 자르고 척추신경을 견인하는 관혈적수술로 치료해 왔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허리를 절개하고 허리근육을 박리한 뒤 넓게 허리 뒷뼈를 잘라내는 전통적 방법은 환자에게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어 그 위험성이 상당히 컸다. 크게 절개해 서너 시간 이상 상처를 벌려 하는 종래의 척추수술은 전신마취 하에서 정상조직(신경, 인대, 근육, 뼈, 혈관)에 손상을 주어 수혈이 필요하고 회복기간이 긴, 대수술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척추질환의 치료법은 상전벽해와 같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척추치료는 비수술, 최소침습치료 방법이 세계적인 추세다.
 최대한 보존적 치료(운동요법, 물리치료, 통증클리닉)를 통한 비수술적 치료를 지향하고 굳이 수술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바늘 하나로, 더 필요한 경우에는 내시경, 레이저가 들어갈 정도로만 작게 상처를 내는 최소침습 척추수술을 하고 있다. 최소침습 척추수술은 정상조직의 손상이 없어서 회복이 빠르고 마취와 수혈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매우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소침습 수술로 대표적인 경피적 내시경수술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면 `당일치료 당일퇴원'을 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성공률과 빠른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우수한 기술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의학교과서에까지 수록된 것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의학기술의 발달은 평균수명이 길어진 고령화 시대의 생활패턴까지 바꾸어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우리들병원에서 지난 5년간 치료를 받은 60세 이상의 노인환자 중 수술 대상자를 분석한 결과 60∼90대 노인환자 비율이 2000년 1049명에서 2005년 4871명으로 364%나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에 힘입은 바가 크다. 10여년 전만 해도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60세 이상의 환자는 척추수술을 기피했었다. 치료과정에서 젊은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부작용 가능성이 높고, 수혈, 마취과정에서도 상당한 위험성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척추에 문제가 있다면 90대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수준을 갖추고 있다. 당뇨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예전에는 치료를 포기하고 방치했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삼 감동을 받는다.
 이미 심장, 성형, 척추 분야의 국내의술은 상당한 위치이며, 특히 척추분야의 최소침습 척추수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비수술, 보존적 치료가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겠지만 부득이하게 척추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척추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과 후유증이 적은 최소침습 수술법을 택하는 것이 좋은 치료법이다.

 

 

반대 : 최근 디스크관련 수술 및

         신의료기술 적용 등에 관해

 

신병준<척추포럼 공동대표>

 

국민건강 위해

 

효과 확실 신기술만

 

선별적 도입해야

 

 

 일반인에게 `허리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은 치료 방법이 다양하며 최근에도 계속 새로운 `최신 치료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최신 치료법'들은 거의가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최신 치료법들이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시행착오의 하나로 기록되며 사라져 버리곤 했다.
 새로운 치료법을 빨리 도입하여 사용하는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첫째는 논문으로 발표된 치료법이면 이미 검증이 된 것이므로 사용하여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최신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야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을 최신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논문으로 발표된 치료법이라고 해서 모두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논문도 여러 단계의 격이 있다. 어떠한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려면 그 치료법의 결과가 최소한 해당 질병의 자연 경과보다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기존의 황금 기준인 관혈적·현미경하 추간판 제거술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결과를 나타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고품격의 논문이 요구된다. 물론 기법 자체가 환자에게 주는 이점이 아주 큰 경우에는 그러한 효과를 감안할 필요는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감히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느 기법이든 개발자에 의해 발표되는 논문은 결과에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가 흔히 있다. 대표적인 예가 Saal 등에 의해 개발된 추간판내 고주파 응고술인데, 개발자인 Saal의 논문 외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여 신통한 결과를 보였다는 논문을 찾아보기 힘들다. 논문과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최신 기술에 대한 논문은 그 특성 상 장기 추시 후 발표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즉, 그러한 치료법을 사용한 환자가 장기 추시 시 어떠한 경과를 보일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용된다는 점이다. 둘째로 최신 기술이 항상 의료 수준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 수준에는 절대적인 수준도 있으나 비용 효과면에서의 수준도 있다. 최신 기법을 사용하여 기존의 방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거나 환자에게 굉장히 큰 장점을 제공한다면 이는 절대적인 의료 수준의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기존의 치료 방법과 비슷한데 의료 비용은 증가했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공연히 비용만 더 지불한 것이 되고, 더구나 그 효과가 기존의 방법보다도 못하다면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신기술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필자는 신기술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말로 효과가 있는 신기술만이 선별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시술되기 앞서 적절한 검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보다 선진화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와 같이 단지 신기술이라고 복지부나 심평원에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일정기간 동안은 아무나 그 기법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제도는 국민의 복리에 대하여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려면 신기술을 검증하는 기관들을 지정하여 일정 기간의 검증을 거친 후 일반적인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언론에서도 아직 검증이 불충분한 시술 방법을 최신 기법 등의 현란한 어구로 보도하는 것은 자칫하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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