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집중취재 - 의학논문 출판윤리 위크숍
집중취재 - 의학논문 출판윤리 위크숍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7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 스캔들' 뿌리뽑기 본격 나섰다

연구자에게 `진실'과 `양심'에 기준한 철저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올 초 서울의대 승진 심사에서는 한 대상자의 `논문 이중게재' 사례가 들통났다. 해당 교수는 결국 승진에서 탈락됐다. 대한소아과학회지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단 한 명의 의학자가 6편의 논문을 국내 및 해외 학술지에 중복 출간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지도 최근 곤욕을 치렀다. 외국 저널에 논문을 제출한 한 교수가 해당 학회지로부터 답변 및 확인과정을 유보한 채 국내 저널에 동일한 논문을 제출, 윤리파문을 일으켰다. 학문의 정직성이 무너지고, 학자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 `학문 스캔들'의 현장이었다.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회장·박찬일)는 지난 6일 `의학학술지 발전을 위한 정기 워크숍'〈사진〉을 열고 `의학논문의 출판 윤리'를 집중 해부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강당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각 학회지 편집인 및 심사위원 다수가 참석, 열띤 반응을 보였다. 이번 행사는 국내 처음으로 논문의 출판 윤리를 공론화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홍성태 의편협 기획평가위원장(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은 `이차게재와 이중게재'에 관한 발표에서 우리나라 논문을 통해 바라본 저자의 특성으로 “저자의 수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역할이 없는 공짜 저자가 많다 △제1저자와 책임저자가 연공서열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결정된다 △저자가 자기 이름이 어떤 논문에 들어갔는지 모른다 등을 지목했다. 이와 함께 저자 실명제, 젊은 연구자 교육에 있어서 윤리성 강화, 학술지 편집인의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수 가톨릭의대 교수(영상의학)는 `학술논문저자(Authorship)'에 대한 발표에서 “논문저자의 남용을 줄이려면 학회, 대학,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 적절한 불이익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임교수, 학과장, 학장 혹은 총장 등 책임있는 인사들의 의식전환 및 산하 연구자들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옥주 서울의대 교수(의사학)는 `IRB와 출판윤리'라는 발표에서 “현재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논문에 IRB를 요구하고 있다”고 IR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서는 IRB의 심의 및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는 이 과정에서 아직 현황파악도 안 되고 편차 역시 심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결국 국내 학술지도 인간 또는 인체 대상 연구의 경우, 헬싱키 선언에 따라 IRB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국내 학술지 편집인들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김수영 한림의대 교수의 `이중게재의 국내외 현황', 함창곡 한양의대 교수의 `이중게재의 사례', 이춘실 숙명여대 교수의 `펍메드와 코리아메드의 취소 레코드 처리'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권미혜

인터뷰 - 함창곡 의편협 출판윤리위원장

워크숍 현장에서 뜨거운 관심은 `이중게재 사례'에 쏠렸다. 함창곡 의편협 출판윤리위원장(한양의대)은 사례 발표를 통해 논문의 이중게재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면서 학계의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이중게재는 학문적 사기"

학문과 상업적 이해의 충돌을 경계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또한 잘못된 인지에 따른 공저자 문제와 이중게재에 대한 위험수위를 경고했다. 학문과 학자의 지적 `정직성'이 또다시 핫이슈로 등장한 셈이다. 이번 발표는 학계에서 그간 관행화·고착화된 이중게재의 행태에 쐐기를 박는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 해 황우석 교수의 조작된 줄기세포 논문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출간 윤리에 관한 문제점을 크게 부각시켰습니다. 학자는 `정직'이 생명이지만 업적을 부풀리고 싶은 유혹에 논문 조작, 표절, 이중게재 등 출간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KoreaMed가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이중게재가 자주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논문 게재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윤리적 측면은 논문의 조작 또는 표절, 무자격 공저자를 포함시키는 것. 또한 이중게재, 생명 윤리학적 측면, 그리고 상업적인 이해의 충돌 등을 들 수 있다. “그간 논문의 표절과 조작은 학위논문 등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외국 논문을 번역, 수치를 일부 변경하는 등의 형식을 거쳐 조작되고 있습니다.” 함교수는 상업적인 이해의 충돌도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 산업이 아직 대기업화 되지 못하여 현재는 표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흔하게 이루어지고, 잘못 인지된 공저자 문제와 이중게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알렸다. 저자됨과 잘못된 저자됨 저자 수 늘이기도 최근 수십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중에는 무자격 공저자들이 많이 포함된다. 의학이 점차 세부 전공화 되면서 교환저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공저자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서 연구비를 획득한 사람, 자료 수집을 도운 사람, 연구실 또는 실험실 책임자, 연구팀의 일원 등을 들 수 있다. 무자격 공저자가 포함되는 것도 일종의 사기로서 저자됨의 권위를 손상시킨다. 아울러 지적인 정직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교수의 업적 관리를 위하여 논문의 수를 늘리려는 욕구에 의하여 저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다. 학술지에 따라서는 저자의 수가 10명을 초과하는 경우가 흔하게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이 특징적으로 저자의 수가 많다. 최근 외국 저명학술지의 경우 저자의 수를 7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심스럽게 저자의 수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복출간과 이중게재 중복 출간은 비윤리적인 행위로 취급한다.

그 이유는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며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술지는 중복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중 또는 중복게재는 같은 또는 유사한 논문을 같은 학술지 또는 다른 학술지에 출간하는 것을 말한다. 본문의 일부, 표, 그림의 중복 사용, 같은 대상이나 대조군이 사용된 연구도 중복출간에 해당된다. 두 개의 논문의 저자가 한 명이라도 같으면 이중게재가 된다. 모두 다르면 표절이 되며 이는 학문적 사기가 된다. 연구자들이 가장 흔하게 착각하고 있는 사항은 출간된 논문과 논문내의 증례, 사진, 표 등에 대한 저작권이 자기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일단 출간된 논문은 이미 저작권이 학술지에 이양되기 때문에 자기가 쓴 논문이라도 논문에 포함되어 있는 어떠한 내용도 해당 학술지 편집인의 허락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교수의 업적평가 또는 연구비 신청 등에서 저술한 논문이 점수화 되고, SCI 잡지에 실린 논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에 SCI 잡지에 게재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내 잡지에 게재된 논문을 후에 영문화하고 약간 수정하여 외국 잡지에 재투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경우 저자가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고, 제1저자가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먼저 출간된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학술지는 이중게재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고, 저작권 동의서에 중복출간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있다. 중복 출판이라고 해도 두 잡지의 편집인이 허용하고 중복 출판임을 명백히 밝히면 허용된다. 중복 출간된 논문은 발견되면 해당 학술지는 공식적으로 논문이 취소된 것을 게재한다. 이어 책임 저자들에게는 투고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처벌이 뒤따른다.권미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