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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PLS의 또다른 음모 `성분명 처방'<3>
<긴급진단> PLS의 또다른 음모 `성분명 처방'<3>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07.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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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물학적동등성실험(이하 생동성)의 조작사건이 폭로됨에 따라 대체조제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술적으로 생동성 대체조제로도 최대 56%까지 약효 차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작사건은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을 재확인시킨 계기가 됐다.

#생동성기관 데이터 조작 `충격'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4월 생동성 시험기관 11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4개 업체에서 10개 품목에 대한 조작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최근까지 조작 품목수는 모두 8개 기관에서 60개 품목으로 늘어났으며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졌다. 심지어는 생동성을 실시하지도 않은 채 시험을 한 것처럼 기존의 시험자료를 임의로 고쳐 식약청에 제출한 경우도 있어 충격은 더 크다.
 의료계는 생동성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대체조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의도적으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생동성 인정품목수를 무리하게 확대해 왔다. 성분명처방 입법화 문제가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자 2003년 이후 정부는 대체조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86개, 2002년 231개, 2003년 490개였던 생동성 품목수는 2004년 1648개 품목, 2006년 현재 4000개에 이르는 등 200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3년 새 무려 5배나 증가한 수치다. 결국 정부의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한 생동성 품목수의 무리한 확대정책이 이 같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생동성, 대체조제 위한 것 아니다

 이와 관련해 약리학 전문가들은 생동성이 복제 의약품이 시판되기 전에 그 제품의 품질을 최소한 보장하기 위한 임상시험이지 이것 자체가 대체조제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생동성은 의사가 어느 제품을 고르더라도 지나친 품질 차에 따른 치료실패나 독성 발현을 막고자 하는 것이지 약사가 아무 제품이나 고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생동성 시험의 목적은 품질 좋은 제네릭 생산을 통한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다”며 “단순히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저가약 대체조제를 유도하기 위한 시험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체조제는 모든 약들의 성분과 효능이 같다는 전제하에 실행될 수 있는 부분이다”며 “하지만 약에 대한 생동성 시험과 정도관리가 허술한 지금 같은 체계 하에서는 대체조제가 무분별하게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네릭에 따라 56%나 약효차

 한편 의학적으로도 생동성을 통과한 약이라도 제품에 따라 80∼125% 용량의 범위 차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도 45%의 품목간 농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약물에 따라 그 차이가 치료의 실패나 독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즉 동등성이 80%로 인정된 것을 125% 인정된 것으로 바꾸면 56%나 더 많은 용량을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 반대로 36%나 적은 64%용량을 쓰는 경우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안전역이 좁거나 부작용이 잘 나타나는 당뇨, 순환기, CNS약제 등은 동등성이 인정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실제 강심제 Digoxin경우는 회사별 제품에 따라 흡수속도, 흡수정도, 최고혈중농도가 7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었고 동일회사 제품도 생산 batch에 따라 4배의 농도 차가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2002 대한의사협회지,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김경환 교수).
 같은 생동성 인정품목이라도 제품에 따른 약효 차이는 제약회사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다. A제약회사 연구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동등성이 인정된 품목에 관해서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적으로 품질관리상 약효에 관해서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명목상의 제약회사에서 출시되는 제품은 수입원료의 순도 저하, 제조 과정상 오염도 등 정도관리의 문제가 있으므로 약효면에서 동등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약품 정제 제조기술도 매우 중요한데 강직도에 따라 흡수, 대사, 분포, 배설의 약리학적 작용이 다르므로 저가약을 공급하는 회사의 제품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조제, 약가절감 효과 없어

 이 외에도 대체조제 활성화가 정부의 의도대로 큰 약가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오리지날 약가 대비 평균 제네릭 약가는 성분별로 많게는 90%에서 적게는 60%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80% 수준에 도달해 있어 제네릭이 큰 비용절감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제네릭 약품에 따라 상당한 약효 차가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부작용을 무릅쓰고 대체조제를 활성화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일반론이다.
 서울시의사회 경만호 회장은 “실제 생동성 시험에 통과한 품목 중에서도 30∼40%의 효과 차가 입증되고 있다”며 “대체조제나 성분명처방은 효과가 엇비슷한 싼 약을 바꿔치기 하겠다는 얘기지만 성분만 같다는 조건도 넌센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로 인해 의약품 하향평준화로 이어져 국내제약산업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BT산업발전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재로·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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