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긴급진단 - PLS의 또 다른 음모 `성분명 처방'<1>
긴급진단 - PLS의 또 다른 음모 `성분명 처방'<1>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07.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을 중단할 만큼 `포지티브 리스트제도(PLS)' 실행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성분명처방'과의 묘한 개연성으로 인해 제도실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약가적정화를 위한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성분명처방 불가'에 대한 선결조건 없이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본지는 5회에 걸쳐 포지티브 리스트로 불거진 성분명처방과 약제비 적정화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1. PLS로 또 다시 꿈틀대는 성분명 처방
 2. 성분명처방 기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3. 성분명처방, 결코 안 되는 이유
 4. 약가정책, 결국 의료 침범으로 이어진다
 5. 약가적정화를 위한 대응방안

 최근 정부가 PLS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제약계, 약계의 엇갈린 주장 속에 PLS의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PLS와 성분명처방의 개연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며 PLS 신중론이 무게를 얻고 있다.

#합법적으로 길목 열어줄 수도

 얼마전 복지부는 PLS를 통해 2011년까지 기존에 등재된 의약품 2만2000여 개를 순차적으로 5000여 개까지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물경제학적으로 비용·효과가 확실한 약물을 선별·급여해 환자들에게 합리적 처방을 유도, 약제비를 절감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복지부가 PLS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아직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의료계는 벌써부터 먹구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생동성검사 통과 여부가 등재의 중요한 조건요소가 될 경우다. 이럴 경우 생동성 중심의 의약품들 중심으로 등재돼 대체조제만으로도 성분명처방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약사법 제23조의2에 대체조제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PLS가 성분명처방의 길목을 합법적으로 열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런 개연성을 강하게 부정한다. PLS는 임상적 가치(안전성·유효성)와 경제적 가치(비용·효과)를 주요판단으로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 선별해 등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PLS가 도입되면 성분명처방에 긍정적인 공단이 신약가격 협상의 당사자로 나서게 돼 그 의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제도도입 후 계획의도를 급반전 시킨 복지부의 일련의 정책사례들을 경험한 의료계로서는 더욱 우려가 높다.

#등재품목수 5000개 `무리수'

 주수호 전 의협 대변인은 “오리지널약과 생동성검사를 통과한 복제약들만 보험에 등재된다면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을 손대지 않고도 얼마든지 성분명 처방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동성검사를 통과한 국내제약사의 복제약이 있는 경우 외자사 오리지널약을 PLS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PLS가 의료계가 우려하던 대로 현행 의료법에서도 실질적인 성분명처방이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PLS와 성분명처방의 개연성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등재품목수를 5000여개로 줄이겠다'는 대목이다. 이는 2006년 1월 1일 기준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용되는 동일함량 동일제형의 약품 성분수가 5411개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제품수와 성분수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성분명처방의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PLS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 급여품목수를 보더라도 스웨덴 3152개, 프랑스 4200개, 이태리 4532개, 덴마크 2499개, 오스트리아 약 5000개, 스위스 2344개(1996년 12월 기준)로 등재품목수를 5000여 개로 줄이겠다는 의도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달 26일 개최된 약가제도 토론회에서 공단 이평수 상무는 “PLS가 제대로 정착되면 저가약 대체조제나 성분명처방과 관련한 논란은 자동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이평수 상무는 “이 발언은 PLS가 완성되면 의약품의 가격편차가 자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성분명처방의 필요성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품목수와 가격편차가 줄어들어 결국 대체조제, 성분명처방 논란의 소지가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격편차 및 품목수 감소가 처방형태 제한으로 이어져 향후 상품명처방의 타당성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의료대란 불씨 가능성' 경고

 서울특별시의사회 경만호 회장은 “PLS가 순수의도대로 불필요한 약제비 절감 취지라면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PLS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성분명처방 불가에 대한 확실한 답변 없이는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강창원 보험이사도 최근 약가정책 토론회에서 “PLS가 성분명처방으로 가는 길목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의약분업 때보다 더한 의사들의 저항이 있을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의료계, PLS 반대여론 높아

 한편, 지난 7일에는 의협 장동익 회장과 서울시의사회 경만호 회장 등 의료계 지도부는 복지부 유시민 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대표단은 유시민 장관에게 성분명처방 불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의사회가 이렇게 반대하는데 실행될 수 있겠는가?”라는 우회적 답변으로 확답을 회피했다. 결국 회장단은 성분명처방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성분명처방의 개연성뿐 아니라 △의사 처방권 침해 우려 △사회주의식 정책(시장 자정기능이 아닌 정부 개입에 따른 퇴출) 등의 이유로 PLS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정재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