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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 : 중재~육십령
백두대간 종주 : 중재~육십령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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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부터 능선길 비교적 순탄

방송 기상뉴스에서는 며칠째 6호태풍 볼라벤의 북상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강풍과 폭우가 예상되니 피서객과 야영객은 철수하는 것이 좋겠단다. 우리의 백두대간 종주와 비와의 인연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하며 망설였지만 이번 산행코스가 고갯마루에서 고갯마루로 이어져 물걱정이 없는 구간이라 예정대로 서울을 떠났다.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대원중의 한 사람이 이번 비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왕에 비와 맞서는 만큼 비를 맞으며 놀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자, 특히 대간 줄기에서 만나는 비는 어린시절의 그것처럼 완전 무공해일 것이라며 일행의 마음을 달랬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전북 장수군 영취산 아래 논개가 나서 자란 곳으로 문자 그대로 산깊고 물좋은 마을. 다행이 폐교를 개조해 만든 논개 수련원 교실 하나를 빌려 비를 피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했던 논개도 있는데 하며 대원들은 이미 내일 있을 우중산행에 대한 두려움을 잊었다. 깊은 밤 빗소리 안주의 토속주는 그야말로 입에 착착 감기었다. 동트기전 이른 새벽 헤드랜턴을 켜고 중재를 출발 백운산으로 향했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으며 잔뜩 찌푸린 날씨에 안개비만 오락가락하였다. 중재에서 백운산까지는 4km 남짓한데 숨이 턱에 차는 급경사길이다. 두어시간 땀흘리며 오르니 작은 공터에 흰 정상 팻말이 있는 백운산(1278m)이다. 날이 맑으면 남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일테지만 아쉽게도 안개에 가려져있다.

백운산에서 육십령까지의 대간 능선은 높낮이도 거의 없고 등산로도 뚜렷해 헷갈릴 염려도 거의 없다. 다만 흐린 날씨 탓에 시야가 가려지는게 흠이지만 순탄한 산행길이었다. 이른 아침 흐린 날씨탓에 막 잠에서 깨어난 지렁이들이 발길을 조심하게 만들었고,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목청 높여 이방인을 환영했다. 백운산을 떠난지 한시간여. 약간 오르막이다 싶은 봉우리가 영취산(1075m)이다. 영취산은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갈라져 나가는 산경표상의 중요한 지점이다. 이곳에서 출발한 금남호남정맥은 다시 진안 마이산에서 갈라져 금남정맥은 대둔산, 계룡산을 거쳐 부여에서 그 여명을 다하고, 호남정맥은 내장산, 무등산을 지나 호남평야를 가로질러 수백km를 달려 전남 광양의 또다른 백운산에서 그 맥을 다한다. 영취산에서 약 10분정도 내려서면 장계에서 번암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무령고개가 있는데 이곳에는 화장실과 샘터가 있어 대간꾼들의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있다.

영취산에서 육십령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여기저기서 잡목과 산죽이 옷과 배낭을 잡아끌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등산시 여름이라도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입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반바지였다면 다리 여기저기에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말것이다. 비교적 지루한 산길을 걸어 전망바위를 지나면 능선상에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깃대봉이다. 이곳을 지나 꾸준히 내려서면 역사깊은 고개 육십령에 도착한다. 새로 개통된 대진고속도로 탓에 운행차량이 크게 줄어 옛 명성은 많이 바랫지만 두개의 전망좋은 식당 겸 휴게소가 옛 생각을 하며 찾는 관광객과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서동면〈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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