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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도 아닌데 건보재정 투입은 어불성설"
"재난 상황도 아닌데 건보재정 투입은 어불성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3.2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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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노조, '건보재정 추가 지원' 강력 비판
"의료대란은 잘못된 정책의 결과···재난 아냐"
"의사 증원, 구체적 배치·활용계획 수반돼야"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월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지원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가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의료대란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이지, 재난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김철중 위원장은 지난 26일 원주 공단본부 회의실에서 전문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보건복지부가 비상진료체계 지원 명목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2022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건강보험 소요재정이 500억원 미만이면 절차를 간소화하고 쓸 수 있도록 결정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되자 의료 현장에서 비상진료체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이달부터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이 있다"면서도 "재난상황도 아닌데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보재정 1882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내부적으로 정부의 결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건정심 위원들과 논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에서 말하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도, ‘의사 파업’ 주장도 수가를 비롯한 ‘돈’ 문제에 집중할 뿐, 무엇보다 앞서 생각해야 할 국민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라고 진단했다. 

의사 증원 문제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의사 증원 총량의 적정성 여부를 넘어 의사 증원에 따른 결과로써 전국 각 지역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질 ‘의료 인력의 배치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이 성공하려면 의료전달체계 및 공급체계 개혁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의료는 사적재이면서 공공재이기도 하다. 경쟁을 통한 의료인의 사적이익 추구를 보장하는 반면, 면허제도로 의료인의 수를 제한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많은 나라에서 공공병원을 운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과 함께 공공 의료전달체계 및 공급체계 개혁이 함께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공공병원 확충’ 및 ‘지역의사제’ 정책을 함께 추진해 적어도 전국 70개의 중진료권 단위마다 공공병원이 반드시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긴축에만 매몰된 국민이 없는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민이 없다’"며 "국민 총의료비(경상의료비) 억제에 대한 비전은 없고 건강보험 긴축에만 매몰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이 전무한 최초의 중기 계획이며 공보험 순기능을 무시하는 미국식 민영보험의 건강관리체계 도입을 시사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정보를 민간자본에 팔아넘기는 정책, 의료기기·제약기업에게 건강보험 재정마저 퍼주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제도가 후퇴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국민 보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건강보험 47년, 통합공단 24년 역사는 국민통합의 역사이며, 우리나라 복지제도 발전의 역사"라며 "이제는 국민이 신뢰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K-건강보험으로 우뚝 섰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가 후퇴해 실적으로 보장성이 떨어지고 있고 보편성이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나 공단 모두 가야할 길은 명백하다"며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보편성을 확대시키고, 고령화 사회의 시대 흐름을 반영해 건강보험 업무 영역이 확장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노조 위원장 당선 이후 1년 6개월가량 활동한 성과에 대해 "정부의 잘못된 건강보험 정책에 맞서 투쟁했다"고 자평했다. 

건강보험 제도가 훼손되거나 후퇴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뿐 아니라, 공단 직원들이나 노조원들에게 고용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집행부에서는 건강보험 제도 투쟁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 ‘건강보험 정책노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물론,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과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맞서 총파업 직전까지 갔다"며 "결국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막아내고 7년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작년 임·단협 투쟁을 승리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건보노조는 올해 조직 내부를 강화하는 사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4월 ‘총선 대응’과 9월 ‘노동조합 정책대회’를 통해 노조 10년 미래를 전망하고 건강보험 제도 투쟁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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