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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향한 분노 거둬달라"···연대 의대 교수들, 대국민 호소
"전공의 향한 분노 거둬달라"···연대 의대 교수들, 대국민 호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3.2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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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생 없는 대학·병원에 교수 존재 이유 없어"
"의대 증원은 몰상식의 극치···의학교육 질 저하될 것"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온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을 향한 분노와 질타를 거둬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22일 호소문을 통해 "전공의들은 1주일에 80시간, 36시간 연속 근무하는 혹독한 수련의 길을 스스로 택하고 감내하며 의학의 숙련과 환자 진료를 위해 정성을 쏟아온 미래 한국 의료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이른바 '필수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의료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의료 정책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졸속 정책에 대한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 상황이 길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대 학생들의 휴학 또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교수들은 "전공의들은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실행되면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의료가 빠르게 침몰하고,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명확히 예견되는 암울한 의료환경 속에 환자를 지켜야 할 자신들의 미래에 자괴감을 느끼고 눈물 속에 전공수련을 중단하고 사직한 것"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수들은 전날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배정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들이 겪는 불편의 원인을 오롯이 의료계로 전가하는 것은 물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로 대하며 각종 행정명령을 남발하면서 면허 정지나 법정 최고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게 교수들의 지적이다.

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떠나온 자리로 돌아올 길은 요원해졌다"며 "일말의 희망을 걸고 기다려 온 길을 정부가 막아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교수의 사직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시간이 가면서 탈진하는 교수진들이 더 이상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볼 여력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안 발표만으로도 이미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 분야 현장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않아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폭발적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되면 의료비 폭증도 현실로 나타나 이 모든 피해 상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대 교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정부가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 꼴'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교수들은 "의대 교육은 오랜 기간 실습 위주의 도제식 의사 양성 교육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며 "정부의 무모한 증원안은 1년 내로 많게는 몇 배씩 증원된 학생을 교육시키라는 주장이며, 이는 의대교육의 본질조차 모르는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의학 교육의 질이 급속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수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의사는 오랜 시간 전문지식을 습득해서 배출되는 전문가로, 교육과 진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폭력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의사가 무작정 배출될 수는 없다"며 "교수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 소리에 경청하고, 전공의, 학생들과 대화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이 장기화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많은 전공의들이 부득이 자신들의 미래를 미국과 같이 여건이 좋은 의료 선진국에서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되면 설령 앞으로 어떤 정책을 재정비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회생이 불가능한 만큼, 사직한 전공의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돌아와 대한민국 의료가 급속히 추락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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