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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중단 결정···한국전쟁 이후 73년만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중단 결정···한국전쟁 이후 73년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3.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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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없는 학술대회 무의미"···현안 중심 대토론회 개최키로
"학술대회 중단은 '의료 단절' 의미···정부가 대화 나서야"

대한외과학회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학술대회 개최를 중단한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학술대회 개최가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외과학회는 22일 "5월 춘계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과학회가 학술대회 개최를 중단한 것은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따른 한국전쟁 발발로 2년 동안 학술대회를 열지 못한 이후 73년 만에 처음이다. 

학회는 1947년 조선외과학회(대한외과학회 전신) 창립과 동시에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후 매년 꾸준히 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전국 모든 수련병원에서 중증·응급 이외의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학술대회 개최가 무의미하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학회는 "외과 지도전문의들은 무엇보다 수련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학회에서 새롭게 준비한 전공의 술기 교육 과정은 파행 운영될 위기에 처해 있고, 전공의 수련 과정 중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할 연구 과정도 중단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술대회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나누는 것을 뛰어넘어 학회 구성원들의 축제와 같은 행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학회 상임이사회는 전공의 없이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쟁때만 있었던 '춘계학술대회 미개최'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대신 현안을 중심으로 외과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대토론회에서는 수십 년간 누적돼 온 필수의료 현장의 문제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세대 의료시스템 혁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회는 "춘계학술대회 개최 취소는 단순히 하나의 학술대회가 취소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의료의 단절을 의미한다"며 "우리나라 모든 외과 의사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현재의 의료 파행 사태가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세를 통해 조속히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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