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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폭압으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 막지 못해, 진심으로 국민께 죄송”
“정권 폭압으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 막지 못해, 진심으로 국민께 죄송”
  • 김동희 기자
  • 승인 2024.03.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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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 성명서 “14만 회원과 함께 모든 수단 동원 의료를 지키겠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는 2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인원 2000명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단행한 것과 관련 성명서를 내고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무도한 정권의 폭압으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을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막지 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국민들께 사죄했다.

의협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의사들은 이 정권 하에서 앞으로 더 무엇이 무너질지 참으로 두렵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료가 더 이상 붕괴되지 않게 도와 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현재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표 첫날 54%의 투표율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부는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의협은 14만 의사 회원들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한민국 의료를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성근 비대위 부대변인 겸 조직위 부위원장(가톨릭의대 외과 교수)는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를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자체의 위법성이 있으므로 행정소송 등을 할 계획이다. 한 명의 전공이라도 절대 불이익 받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정부의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이어 “의료계는 정부와 언제든지 과학적 관점에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 또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빌미를 전혀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정부”라고 지적했다.

주수호 홍보위원장의 정권 퇴진 운동과 개원가 투쟁과 관련해서 김성근 부대변인은 “개인적인 생각이며, 구체적인 방향 정립은 아직 안됐다”고 설명하고 개원가의 파업은 의료파국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어제 의대 증원 인원 2000명을 각 대학에 배분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단행하였습니다.
 
이렇게 정부는 대한민국 의료붕괴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발표 세부 내용을 보면, 의료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쁘게 숫자만 맞추어 주먹구구식으로 배분한 탁상행정에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힙니다. 심지어 300% 넘게 증원하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은 그동안 성심을 다해 의정협의에 임했던 의사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궤변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의사들은 국민과 환자들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우리나라 의료를 정상화시켜 달라고 정부에 간절히 호소했지만 끝내 거부당했습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저희 의사들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아달라고 정부에 끝없이 호소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왜곡시키고 있는 제도들의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비용이 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제도 개선은 외면한 채 땜질식 정책으로 오늘날의 필수의료 붕괴를 불러왔습니다.
 
심지어 의료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릴 의대 2000명 증원을 전광석화처럼 발표하였습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과 대화하기는 커녕 범죄 집단으로 몰아 짓밟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 제도를 충분한 논의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전격적으로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억압적이고 꽉 막힌 정권은 역사상 어디를 봐도 유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금의 사태에 얼마나 불안하십니까?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무도한 정권의 폭압으로 의료가 붕괴되는 것을 저희 의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막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후배들이 정부의 폭압에 저항하며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학교와 병원을 떠날 때에도 저희 선배의사들은 막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남아 있는 저희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발생하게 될 모든 문제는 의사들의 간절한 외침을 철저하게 짓밟은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혀 둡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국 어디에서나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게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개선되기를 저희 의사들도 바라고 있습니다. 의사도 국민이고, 환자고, 환자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간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정부의 말을 신뢰하고 의정협의에 성실하게 임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정부는 느닷없이 막무가내로 2,000명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불러올 참담한 의료 붕괴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저희 의사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현 정권이 약속한 연금, 노동, 교육개혁은 어디로 갔습니까? 곧 고갈될 것이 확실한 연금개혁보다, 대한민국 자체를 소멸시킬 인구 절벽 문제보다, 의대 정원 증원이 더 급한 일입니까? 왜 하필 지금, 아무도 얘기하지 않던, 준비도 안 된 의대 정원 증원입니까?
 
저희 의사들은 이 정권 하에서 앞으로 더 무엇이 무너질지 참으로 두렵습니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료가 더 이상 붕괴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진심으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투표 첫날 54%의 투표율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부는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14만 의사 회원들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한민국 의료를 지키겠습니다.
 
                                                2024년 3월 21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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