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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발 속 '빅5' 대형병원 교수도 사직서 낸다
'의대 증원' 반발 속 '빅5' 대형병원 교수도 사직서 낸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4.03.19 16: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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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훈 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SNS 사직 예고
"전공의 돌아오지 않으면 흉부외과 미래는 없어"
"졸속·강압적 의대 증원에 우리나라 의료 붕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대형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며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느니, 차라리 의업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한 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땐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떻게 치료하면 될지 손에 잡은 듯 알면서도 여건이 안 돼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의사를 초라하게 만드는지 절감하고 있다”며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어요. 우리 팀만 다 있으면 하루에도 몇 명이라도 수술하고 있어요. 나도 정말 수술하고 싶고 할 수 있는데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울컥 말을 내뱉고는 제가 더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최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난지 한 달이 지나면서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인해 정신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원체 밤새 수술하는 사람이었으니 몸이 힘든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신이 너무 힘들다”며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년에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며 “불과 1달 사이에 바뀐 차이가 너무 커서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고,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고 무섭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게 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더 이상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고, 제가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난 후 저는 이 자랑스러웠던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만나는 전공의·학생 누구에게나 '흉부외과는 정말 좋은 과'라고, '나의 노력이 그대로 환자의 생명으로 연결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을 산다'고 적극 권했다”며 “평생 하라고 해도 즐겁게 일할 것이었고, 이 세상에 흉부외과 의사가 한 명 남는다면 그게 나일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졸속, 강압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내놨다.

그는 “환자 한 명의 병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고, 환자가 이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즉, 나라의 의료 체계를 바꾸기 위해선 신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해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나 '돌팔이 정부'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이 모든 것이 전공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그들 모두가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인 사직을 결정했다”며 “전공의들이 우리의 미래였기에,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는 절망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원통하고 또 원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가 이 정책을 고집하기 전까지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배웠으며 많은 학생들이 필수의료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전공의와 학생 3만명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흉부외과에는 전국에 고작 100명의 전공의가 있을 뿐이다. 매년 20명 남짓 나오는 겨우 한 줌의 전문의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 국민 만 명을 살릴 사람들”이라며 “평생 그 업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젊은 의사들이 다 떠난 이 때에,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지금 수천, 수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저들이 환자 한 명의 죽음이라도 직접 경험해 봤으면 절대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라 전체를 망하게 할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제 가장 소중한 것, 제 인생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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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용 2024-03-20 00:32:58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대중은 우매하여 곧 잊어버린다.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인가(히틀러). 유튜브 등 찾아보면 되는데 안 한다. 그래서 Erich Fromm은 '자유로부터 도피'(Escape from Liberty)라 하였다. 관심 없고 귀찮아서 피한다. 자유는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은 가짜요 위선이다(법정스님 無學). 결국, "인간은 원래 (게으른 從이라서)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lead해주기를 바란다."는 전두광 독재가 재현된다.

김범용 2024-03-19 23:28:10
곡학아세에 휘둘려서 중심을 잡지 못한다. 영국식 사회주의 의사는 준-공무원이라서 수술을 받으려면 몇개월씩 기다려야 하고 미국식 민간의보는 돈 없어 죽은 사람 많아서 안 된다는데, 증원 문제만 말한다. 4촌이 땅 사면 배 아픈 민족성(고소 일본의 155배)에 편승하여 편가르기에 집착할뿐, 팬데믹 시절에 K-의료가 미국보다 좋다고 자랑했던 언론들은 어디로 갔는가? 최저임금도 못받으면서 3교대로 4~5년간 고생하는 이들의 피를 갈아서 누렸던 의료 혜택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의보수가 인상을 국민께 읍소하면 될텐테 표(vote)때문에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