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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의협 회장 5인 후보들의 위기 해법과 공약은?
차기 의협 회장 5인 후보들의 위기 해법과 공약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4.02.28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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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대 선거 후보자 정견발표회···각자 입장 밝힌 첫 공식 행사
박명하 “검증된 리더”, 주수호 “강력한 리더십”, 임현택 “높은 지지율”
박인숙 “국회 사용법 잘 알아”, 정운용 “민주적 전문가 단체” 등 내세워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위기 해법과 공약, 그리고 이외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4시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후보자 정견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선거 일정이 시작된 후 각 후보들이 각자의 입장을 표명한 첫 공식 행사다.

이번 선거에는 △기호 1번 박명하(서울특별시의사회장) △기호 2번 주수호(35대 의협 회장) △기호 3번 임현택(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기호 4번 박인숙(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기호 5번 정운용(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시민연합 대표) 등 5인의 후보가 출마했다. 

고광송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추진으로 의료계를 압박함으로써 회원들이 고초를 겪으며 각자의 사투를 벌이고 있고 근무 환경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현재 위기를 타파하고 14만 회원 모두를 하나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하는 차기 리더를 뽑는 중차대한 선거이다. 특히 최초로 100% 온라인 투표인 만큼 투표방법을 사전에 숙지해 회원 모두가 참여해 적임자를 뽑아 달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 정견발표자로 나선 박명하 후보는 무엇보다 자신이 ‘검증된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지역의사회의 반장부터 시작해 현재 서울시의사회장까지 의료계의 여러 직역을 역임했고, 지난해에는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된 ‘간호법’을 끝내 저지시킨 전력 등을 내세운 것이다.

박 후보는 “저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에 참여했고, 지난해 간호법 비대위원장으로 승리한 경험도 갖고 있다. 현재 의협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대위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정부로부터 의사면허정지 사전통지를 받았고 구속수사의 협박도 받고 있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의료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부와 정치권에도 머리를 숙이지 않고 희생할 것이다. 전장에서 이겨본 장수가 이기는 법을 안다. 검증된 리더로서 의협 회장직을 정치 입문과 공직 추구의 발판으로 이용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력과 강한 추진력, 투쟁력으로 이기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서울시의사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형 의원급재택치료 모델을 도입해 성공시킨 점, 전문가평가단의 성공적인 정착, ‘면허취소법’의 독소 조항을 제외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게 지원한 점 등을 성과로 내세워 강조하기도 했다.

주수호 후보는 강력한 리더십을 전제로 한 결단력과 의협 회장 회무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주 후보는 이에 대해 “지금 위기 극복을 위해 의협 회장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충분한 회무 경험을 갖고 있어 수많은 위기를 누구보다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를 토대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 수가결정구조 개혁, 부당한 형사처벌 및 배상 책임 부담 해소, 의사 노조를 통한 단체행동권 및 파업권 쟁취, 한방의료의 퇴출과 한방보험 분리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주 후보는 “국민에게 호감받는 의협을 만들기 위해 관련 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대국민 소통 창구를 마련해 이미지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14만 회원에게 헌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 선거에 나섰다”고 한 표를 호소했다.

임현택 후보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소청과는 물론 다른 과 의사들의 고충까지 빠르게 대응해 문제를 해결하며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임 후보는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의협에 관심이 없고 낚시를 좋아하는 지방의 개원의사였지만 우연히 소청과의사회장이 돼 보건복지부, 보건소, 심사평가원 등의 불합리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회원들의 제보를 받아 문제 해결에 앞장서다 보니 소청과의사회에서 무려 98.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처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회의를 갔을 때 모든 참석자들이 똑똑하게 의견을 제시하고도 마지막엔 정부와 잘 얘기해 보자는 결론을 내린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이번에 정부에서 잘못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가 나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사회주의 정치인·의학자와 출세 지향형 복지부 고위 관료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협이 수십 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이제 의협이 변화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후진국이 될 위기다. 소아과 회원들처럼 저를 믿고 맡겨 달라”고 말했다.

박인숙 후보는 2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자신이 ‘국회의원 사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재 의사들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재물이 됐다. 정부와 언론으로 인해 국민에게 따돌림 당하고 모욕받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자 취급까지 당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의사 파업과 이로 인한 의료 대란과 사회 혼란을 오히려 더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의사에 대한 ‘마녀 사냥’이 더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로 풀어야 한다. 재선 의원으로서 국회의원 사용법을 가장 잘 아는 제가 할 수 있다”며 “저는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 많은 업적을 성취할 수 있었다. 제가 평생 몸담은 의료계에 헌신과 봉사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감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운용 후보는 지금까지 후보들 중 유일하게 의대증원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현 정부의 증원 방식에 대해선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가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의협을 권익단체보다는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대한민국 의료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역대 정부의 보건의료에 대한 낮은 투자와 책임감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모든 당이 의료민영화 및 산업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이익을 쫓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의협 역시 정부와 토론보다 수가 투쟁을 하는 단체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의원급부터 상급종합병원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어서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론 주치의제를 중심으로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의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 권익단체가 아닌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가 돼 의료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을 줄이고,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병상 증설도 반드시 막아야 하며, 의사들이 병원별로 노조를 조직해 노동시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협 회장이 되면 꼭 추진하고 싶은 정책 3가지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관련 입장 및 대응책은?

정운용 후보: 첫째, 의료개혁을 위한 의료계 내 광범위한 토론. 둘째, 의회와 지방의회, 정부부처를 포함한 의료개혁위원회 TF 조직. 셋째, 의협이 권익단체가 아닌 민주적 전문가단체로 탈바꿈이다.

저는 지금까지 계속 의대증원 찬성 주장을 해 왔지만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공공적인 증원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은 좌절되는 게 나을 것 같다. 가장 최악의 그림은 더 시간이 지나 정부와 의협 비대위가 타협해 지금보다 축소된 증원규모로 타협하고 필수의료패키지는 그대로 확정돼 공공적 증원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의료 왜곡은 더 심화될 것이다.

박인숙 후보: 의협의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머리띠 두르고 국회에 왔다갔다 하며 사진찍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그동안의 이런 행태를 보며 너무 답답해 국회의원을 그만 두고 의협 회장직에 도전하게 됐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제가 그걸 가장 잘 할 수 있다. 아울러 의협도 앞으로 개혁해야 한다. 회장이 바뀐다고 모든 게 바뀌고 그동안 추진하던 게 도루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는 의협 회장이 되면 회무에 지속성과 연속성이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

임현택 후보: 첫째, 필수의료 사망에 대한 모탈리티 컨퍼런스. 둘째, 의협의 연구 기능 강화. 셋째, 홍보 기능의 강화다. 지난해 3월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으로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과도 인터뷰를 하며 기자들과 라포도 형성됐다. 

현재 일반 대학의 입시 정원이 줄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의 의사 증가율은 과잉이기 때문에 저는 의대 입시 정원도 오히려 1000명은 줄이도록 하겠다. 그래야 국가를 먹여살리는 이공계 인재들을 키울 수 있다.

주수호 후보: 첫째, 강제지정제 철폐와 단체협약제 관철. 둘째, 사이비 퇴치. 셋째, 의협의 강력한 자정운동을 통한 선량한 다수 회원의 보호다.

의대정원 2000명이 너무 많으면 100명, 200명 증원은 괜찮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데 협상과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인식하고 동일한 생각의 지점에서 만나야 한다. 지금의 의료 붕괴 원인에 대해 정부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는, 의사들과 다른 진단을 내려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별다른 대응책은 없고 우리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

박명하 후보: 첫째로 필수의료 인력난, 상급병원 쏠림, 지역의료 불균형 등의 해소를 위해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 특히 이번 의대증원 투쟁을 통해 더욱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둘째로 의료인면허취소법을 개정해 중대범죄가 아닌 단순 과실만으로 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하겠다. 이미 서울시의사회에서 TF를 통해 최재형 의원실과 협력해 독소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세 번째로 전문가평가단을 더욱 활성화시켜 실제적인 조사 권한과 자율징계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한국형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의협이 의사면허에 대한 실제적 교육과 관리를 담당토록 하겠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강행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즉각 원점에서 재논의를 정부에 요구한다. 현재의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반드시 의료계는 비대위와 함께 단일 대오로 뭉쳐야 한다. 전공의와 학생들과 모든 투쟁과 협상 과정을 함께하며 보호하겠다.

◆현재의 수가 결정 등에 있어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와 비급여를 통제하려는 정부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박명하 후보: 총 24명의 위원 중 의료계 측 위원은 단 3명뿐인 현재의 구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구조 개선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전에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또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의 한정된 추가 소요 재정(밴드) 내에서 밤새 눈치 싸움이나 하다가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되면 추후 패널티나 받는 현행 수가계약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특히 현재의 SGR 모형은 대체 모형이 필요하고 수가 계약 결렬 시 건정심 외에도 수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당장 오는 5월에 있는 수가협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주수호 후보: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다. 이로 인해 의료계가 건정심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민간인 의사들이 공무원과 같은 신분인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비급여는 원가 이하의 급여 진료로는 병원 유지가 힘들어 정부가 열어둔 것인데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는 사라져야 한다.

임현택 후보: 건정심 구조상 정부의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견고한 틀을 깨려면 의협도 현대자동차 노사 임금 협상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이나 일본에도 건정심과 유사한 기구가 있지만 구매자인 공단이 의사들과 직접 협상을 하고 환자단체 등 다른 단체들은 의결권은 없이 참여해 의견만 개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정심 역시 의료공급자와 구매자의 일대일 구조가 돼야 하고 의결기구가 아닌 논의기구로 격하돼야 한다.

박인숙 후보: 제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도 건정심 구조 개편에 관한 법안이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비급여는 결국 나라에 돈이 없어 다 못줘서 생긴 제도인데 이를 깨려면 급여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그런데 비급여만 때려 잡으려 하니 굉장한 독재 정권이다. 장기적으론 결국 전체 건강보험의 파이를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20%인 정부 국고보조금의 정상화, 낭비적 요소가 많은 건보 재정의 건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운용 후보: 수가인상률이 물가인상률보다 낮지만 역으로 의사의 평균수입이 물가인상률보다 높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적 역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건정심이나 비급여, 저수가 등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재정 투자에 대한 논의 없이 이 문제를 더이상 논의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의료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건보재정을 더 확보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보험료 역시 현재의 사용자와 노동자가 5:5로 내는 비율을 앞으론 6:4 또는 7:3의 비율로 상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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