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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대거 이탈 현실화···전공의 55% ‘사직’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 현실화···전공의 55% ‘사직’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4.02.20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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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병원 6415명···필수의료과 4년차 전공의 등 안타까운 사연 알려져
政, 수가 인상 등 제시했지만 ‘의대정원 확대’ 강행 여전해 문제 해결 미지수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강행에 반발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에서만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55% 수준이다. 또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를 수리한 수련병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명 ‘빅5’라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현재 수술 취소 등의 사례도 속속 나타나 이로 인한 피해 신고도 34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복지부는 앞서 예고한 대로 지난 19일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757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해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현재도 사직을 감행하겠다는 전공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응급실·수술·외래진료 등이 막대한 타격을 입는 ‘의료 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빅5 수련병원 대표들이 지난 16일 전원 사직을 결의했고, 이에 따라 19일까지 전원 사직서 제출 후, 20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전원 사직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어렵게 수련을 이어가던 도중 눈물을 머금고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들의 사연도 하나둘씩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의료 진료과목에서도 전공의 수련을 거의다 마친 3·4년차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은 앞서 예고한 대로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현장 따위는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부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고 앞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은 자신의 사직이 집단 행동보다는 평소 갖고 있던 우리나라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함에 따른 ‘개인적인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전공의 4년차)인 A씨의 사연도 알려졌다. A씨는 공개적으로 사직의 뜻을 표해 SNS 등을 통해 그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소청과는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전공의 TO를 채우지 못한 곳이다.

A씨는 “그동안 아파도 병가는 꿈도 꾸지 않고 수액을 단 폴대를 끌고 다니며 근무했고, 응급실의 심정지 환자에게 5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며 유산될 걱정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몇 시간을 울기도 했지만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눈빛 때문에 수련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가 없고 의사가 자기 밥그릇을 위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 파업이 아닌 개인사정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단 몇 개월 후면 수련을 마치고 소청과 전문의가 될 수 있음에도 수련을 포기한 A씨는 “앞으로 아이들의 엄마로서 생계 유지도 필요하니 앞으로 피부·미용 의사 일반의를 할 것”이라며 “소청과 의사로 못다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이탈이 현실화되자 우려되는 의료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의료행위와 전문의 진찰료 수가, 경증환자 전원에 따른 회송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의대정원 확대 방침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어 우려되는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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