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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의사 투쟁으로 뭉쳤다” 서울시醫 집회에 전공의·의대생 포함 1000여명 몰려
“선후배 의사 투쟁으로 뭉쳤다” 서울시醫 집회에 전공의·의대생 포함 1000여명 몰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4.02.15 22: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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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용산 대통령실 앞 궐기대회···갑작추위에도 예상보다 10배 인원 참석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의사 투쟁 피해 최소화 위해 법적 대응에 만전”
“의료계 중진들이 투쟁 선봉에 서서 젊은 의사들 보호하겠다” 한목소리
사직 전공의 “수련 의미 없어 1년차 수료 보름 앞두고 관둬, 피눈물 난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가 15일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의대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예상보다 열 배 많은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뜨거운 분노를 방증했다. 전날보다 10도 이상 내려간 기온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이어질수록 참가자들이 모여드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지난 14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단결근한 1년차 전공의가 단상에 올라 발언에 나서고, 서울 지역 9개 의대 대표들과 61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투쟁 열기를 더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대규모 의대 증원 발표에 강력 저항하고, 투쟁 선봉에 서겠다는 각오를 서울시의사회원 앞에서 밝힌다”라며 개회사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정부는 전국 전공의에 이어 이제는 개원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하려고 한다. 오늘 전국 동시다발적인 집회에는 캡사이신을 분사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이런 정부의 강경 대응과 압박은 오히려 우리의 투쟁 의지만 높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선언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20일 사직서를 낸다고 한다. 디데이는 정해졌다. 전국 의사들은 그 날을 위해 준비해달라. 그 이전이라도 투쟁이 필요하다면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겠다”라면서 “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투쟁에 있어 모든 의사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경기도의 한 수련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 김다인씨(가명)는 이날 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박명하 회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김다인 전공의는 전공의 1년차 수료를 보름 앞둔 시점이지만 정부 정책 발표에 희망을 잃고 사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다인 전공의는 “저는 대전협과 관련이 없다. 앞으로의 발언은 개인적 입장”이라며 “정책 발표 이후 수련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직했다. 1년차 수료를 보름 남겨놓고 사직하게 되어 피눈물이 난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정책 시행 후에 사직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 겸 서울시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정책 입안자들은 젊은이들이 왜 희생을 각오해야만 하게 됐는지 다같이 반성해라. 기성 의료인들도 반성하겠다”라고 젊은 의사들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왜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사직하는지, 왜 의대 교수들이 의대 교육은 물교육이라고 하는지 정부는 정말 모르는가”라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있는 학교들도 학생이 없어 폐교하는데 전국민을 의료인으로 만들면 이공계, IT 분야는 누가 키울 것인가”라며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재배치는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과 여건만 만들어주면 의사들은 필수의료로 벌떼처럼 몰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가관이다. 정원이 늘어 의사 월급이 떨어지면 학생들이 의대에 가지 않을 것이니 이공계 붕괴를 걱정하지 말라는 망언을 했다. 의사 집단은 수입이 많은 전문직 카르텔이기 때문에 파괴해야 한다는 차관의 말은 더 가관”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장본인이다. 복지부는 강원 지역 필수의료간담회에 35명의 의료단체장들을 모아놓고 10초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떠났다. 그게 협의인가”라고 지적하면서 “저 혼자 면허를 내던지지 않겠다. 14만 의사회원이 전부 면허 취소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늘 여러분과 함께 정책 저지에 앞장서겠다”라고 집회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한동우 의협 비대위 조직위 부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 각구회장협의회장은 “박민수 차관의 발언을 보면 연일 의사들의 파업을 부추기는 것 같다. 의사 파업 시 업무개시명령, 면허취소, 형사처벌 순으로 속전속결 사태를 마무리해 검찰정부의 위력을 과시하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려는 듯하다”라고 의대 증원이 총선용 카드임을 우려했다.

가톨릭의대 외과 교수직에 있는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 부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의협은 개원의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나왔다. 의협은 모든 의사들을 위한 단체이며 미래의사인 의대생들을 위한 단체”라며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면 휘발유 가격, 전기료, 가스 요금도 전국민 설문으로 결정하라”고 정부에 항의했다.

또 “의대생들의 자발 휴학은 스승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이 친구들이 떠나면 교수들이 자리 지켜도 대학병원은 2주 이상 버틸 수 없고,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진다”라며 “제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점에서 이성적,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정책을 만들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박종환 종로구의사회장은 “박민수 차관은 의대생을 2000명 더 뽑아도 의학교육 질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부와 상의 없이 증원 규모를 발표해놓고 증원해도 괜찮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우려하며 “지지율 때문에 구정 직전에 증원 규모를 밝히고, 총선을 위해 4월 전에 학교별 정원을 배정한다고 왜 말을 못 하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의 탄압이 다가오더라도 김택우, 박명하, 이윤수, 이태연, 황규석, 각 시도 임원, 대학교수들이 앞에 서겠다. 가장 맨 뒤에 1만여 전공의와 1만8000여 의대생들이 있게할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다. 앞으로 55일 후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투쟁을 독려했다.

이후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김다인 전공의, 이태연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OUT’이라고 적힌 투표용지를 총선 투표함에 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항의 표시로 대통령실을 향해 휴대폰 플래쉬를 비췄다.

끝으로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과 정재원 동대문구의사회장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즉각 철회 △정책 원점 재논의 △정책 책임자 문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준비 안 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 “무계획적 의대증원 건보재정 파탄난다”, “보건의료정책 의료전문가와 준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오후 8시 정각에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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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기 2024-02-15 23:31:02
응하지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