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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00억으로 소아의료 붕괴 막을 수 있다”
“연간 2000억으로 소아의료 붕괴 막을 수 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4.02.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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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아동병협 회장, 의원엔 ‘역차등수가제’, 아동병원엔 ‘손실보상’ 제안
일정 수입 보장하고 손실 보상하면 안정적 운영과 젊은 의사 지원 유도 가능

“지금 우리나라 소아의료의 상황을 환자로 비유하면 중환자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당장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하면 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사진,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날로 심화되는 소아청소년 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의대정원 증원, 건강보험 패키지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약 1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구체적 방법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큰 의구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수의료 위기의 가장 중심에 있는 소아청소년 의료 현장의 전문가로서 특화된 다른 해법을 제안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위기는 너무나 심각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도 전공의 지원자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과 야간 진료 등에 투입돼 시달리다가 젊은 교수들은 입원전담의들이 충분한 수도권 특정병원 등으로 이직하며 지방대학병원 소청과 대부분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명 ‘빅4’ 병원만 제외하면 신규 전공의 지원이 대부분 ‘0명’이어서 전공의 수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용재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붕괴는 물론이고 회생 가능성도 회의적”이라며 “작년 소청과개원의사회 ‘폐과’ 선언 이후 야간가산, 초진 정책가산, 1세 이하 소아 입원비 20% 증액 등의 대책이 나왔지만 무엇 하나도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금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마련해 준다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지금의 전무후무한 위기 상황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이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역차등수가제’와 ‘아동병원 손실보상제도’를 제안했다.

기존 차등수가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일정 수 이상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료를 삭감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앞으론 소청과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특정한 수 이하로 환자를 진료하면 오히려 진찰료를 일부 보상하는 ‘역차등수가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 환자 100명을 기준으로 100~75명, 74~50명, 50명 미만으로 차등화 된 정책 가산을 해 상위 50%를 제외한 나머지 소청과 의원들에 대해 월 평균 1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최용재 회장은 “이렇게 하면 젊은 의사들에게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계속되더라도 소청과 수련을 마치고 의원을 개원하면 최소한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더 나아가 지금 소청과를 떠나있는 전문의들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아청소년 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의원과 대학병원을 연결하는 소아진료의 ‘허리’ 역할을 하고, 외래와 입원진료를 같이 하며, 어느 정도 분과진료도 수행하고 있는 전국의 120여 곳의 아동병원의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이는 공공병원처럼 아동병원을 유지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당시 입원 병상을 확보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보상했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병상의 30% 정도를 손실 보상 병상으로 지정하고 중소병원 평균 병상 단가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병원의 한 달 평균 입원 환자 수가가 70%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초과 병상 수만큼은 손실 보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소청과 환자 대부분은 급성 전염성 질환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유행 시기에 따라 병상이 최대로 가동되는 시기가 있고, 50%도 가동되지 않는 시기가 있다. 그러나 병상 가동이 부족할 때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루어지면 아동병원들이 병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동병원들이 상급종병의 일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소청과 진료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병협은 역차등수가제와 아동병원 손실 보상제도를 시행해 전국의 약 2000여 개 소청과 의원급 의료기관 중 하위 50%에 평균 1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면 약 100억 원 정도, 민간아동병원 손실보상에는 8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최용재 회장은 “연간 총 2000억 원 정도의 지원금으로 젊은 의사들의 소청과 지원을 유도할 수 있으면 소청과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더 지나면 소아청소년 필수의료는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는 초위기 상황이 된다. 진정으로 젊은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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