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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근절’의 한 축은 ‘수요 제거’···‘치료와 재활’이 의료진 핵심 역할”
“‘마약 근절’의 한 축은 ‘수요 제거’···‘치료와 재활’이 의료진 핵심 역할”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4.02.03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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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醫, 2일 ‘마약류 의약품 처방 문제점 및 대응방안’ 세미나 개최
前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정희선 교수 강연 “재범 방지에 의사 역할 중요”
박명하 회장 “전평단 등 의료계의 마약류 처방 남용 자정 노력 알려지길”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2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마약류 의약품 처방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위원 등이 참석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의료진으로서의 적절한 마약류 처방 및 관리 방안에 대해 논했다.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은 지난 2019년 출범한 이후 펜타닐 패치, 비만약 등 마약류 의약품 처방을 남용하는 의료기관을 적발해 행정처분 등 징계를 이끌어낸 바 있다.

(왼쪽부터) 서울시의사회 이윤수 의장, 박명하 회장, 황규석 부회장, 이용배 윤리위원장.

이윤수 의장은 “최근에는 1달러 이하 합성마약도 쉽게 유통되고 있고, 클럽에서나 테러 등을 통해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게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또 프로포폴 등 의사 처방으로 인해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고 한다”라며 “이 문제는 의료계가 감당할 중요한 문제다. 자율 정화도 필요하고, 마약류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다. 정부도 치료센터를 확충하는 등 관심을 더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박명하 회장은 “연예인들을 포함해 큰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 주변에 마약이 얼마나 침투해있는지 실감하게 된다”라며 “환자들이 향정을 마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어 현장에서 처방하는 의사들이 고충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서울시의사회는 전문가평가단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무분별한 펜타닐 패치 처방 의료기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전문가평가단처럼 비윤리적인 의사를 동료 판단 하에 환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조직들이 활성화, 발전됐으면 한다. 아울러 전문가평가단과 윤리위원회 등 의사 사회가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전문가평가단장을 맡고 있는 황규석 부회장은 “마약류 처방을 남용하는 일부 회원들에 의해 의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되는 단초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평가단 취지대로 자율정화를 통해 의사들의 권리와 처방권을 지키는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라며 “올해가 의사들이 마약류 문제 해결의 선봉에 서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강의를 해주실 정희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용배 윤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매스컴에서 의사들의 마약 처방에, 특히 개원의들의 처방 남용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윤리위원회에도 제소건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라며 “그러나 마약 처방 권한이 있는 의사들도 관련 내용을 잘 모를 때도 있다. 오늘 정희선 교수의 강의 내용이 현장에서의 마약류 처방이나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강의에서 정희선 교수<사진>는 “2022년 기준 국내에서 마약류를 남용하고 있는 인구가 1만8395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이미 마약청정국이 아니게 됐다. 30대 이하,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지난 4년간 꾸준히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여성의 마약류 남용률 증가다. 전체 남용 환자 중 여성 비율이 20%대까지 증가했다. 10대 초반에서는 다이어트 약, 그 외 젊은 층에서는 유흥업소 등 장소에서 남성들이 줘서 모르고 투약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국내 마약 남용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5년 전세계에서 약 19만명이 마약 사용으로 사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호주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2021년 미국에서 마약으로 인해 10만7000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교통사고나 총기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수다. 그 중에서도 펜타닐로 인한 사망이 7만1238명으로 가장 많았다”라며 펜타닐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펜타닐은 의료용과 불법 마약으로 나뉜다. 의료용은 주로 중증 통증에 패치 형태로 처방되며, 불법 마약은 분말이나 액체 형태로 유통된다.

정 교수는 “분말 제형의 불법 펜타닐은 합법적으로 처방되는 오피오이드계 약물과 똑같이 알약처럼 가공되어 유통된다. 펜타닐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M30 pills’라는 마약이다. 이 마약은 옥시코돈과 똑같은 모양의 알약에 펜타닐이 섞인 것”이라며 “미국 18~49세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이다. 미국 전체 수명이 펜타닐로 인해 3년이 단축됐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마약 근절에 있어서 공급 억제와 수요 억제는 중요한 두 축이다. 이 중에서 의료진 여러분이 해주셔야 할 역할이 ‘수요 억제’다. 마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져야 마약을 근절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 마약 복용 사범 재범률은 35%다. 중독자들의 치료·재활이 잘 되어서 마약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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