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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규약·목표 불명확···‘진료표준지침’ 마련해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규약·목표 불명확···‘진료표준지침’ 마련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4.01.3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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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30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문제점·개선방안’ 발간
복지부 “국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김은정 조사관 “안정적 사업 운영 주체 부재···의견 수렴 난항”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규약과 추진 목표가 불명확해 사업참여 주체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30일 발간된 ‘이슈와 논점’ 2183호를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짚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대표적인 관련 업계는 의료계, 약업계, 산업계다. 의사단체에서는 비대면진료의 편의성, 경제성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초진 허용을 반대하고 있고, 약사단체는 비대면처방과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는 비대면진료 허용 기준이 초·재진 여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며, 약 배송 불허 또한 비대면진료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조사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운영되면서 오진 위험, 불분명한 감독 주체로 인한 법적 책임 및 제도적 안전장치 부족 등 문제점이 나왔다. 다만 의료계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모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임은 인정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사업 규약과 궁극적 목표가 불명확해 비대면진료 모형이 확정되지 않고 공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범사업 대상자 범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실패하면서 급하게 시범사업을 시작해 비대면진료 불법화를 막았다. 이후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거치고, 시범사업 자문단이라는 자체 조직의 회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12월 15일 비대면진료 가능 범위를 확대했다.

이로써 비대면 재진은 질환에 관계없이 동일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진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까지, 초진은 응급의료 취약지 98개 시·군·구 주민 및 휴일·야간 환자까지 가능하게 됐다.

의료진에게 주어지는 안전 장치는 ‘비대면진료 거부권’이 전부였으며, 환자의 비대면진료 요청 거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민원 등 문제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사업 확대에 발표된 후 의협을 비롯한 산하단체들이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전성 대책이 부재한 지침에 현장의 시범사업 참여도는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현장 의사들 중 절반은 오진에 대한 법적 책임에 부담감을 느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불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30일 맞벌이 부모들의 비대면진료 활용 사례를 근거로 들어 ‘국민 모두’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2차관은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고 보건의료데이터에 대한 투자 강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데이터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시범사업은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문제는 안정적 사업 운영 주체의 부재다”라며 “다양한 이해집단별 쟁점을 충분히 고려해 최종 사업모형을 확정해야 하는데, 의견 수렴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대면진료 대상을 포괄적으로 정해 사업주체들에게 재량권을 위임하고, 표준진료지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현재 시범사업은 관련 진료사례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적절한 경우만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으로 등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각 기준마다 이익단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라며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광범위하게 허용 실행 주체의 장에게 재량권을 위임해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표준진료지침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조사관은 기존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조사관은 “조기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 1차의료기관 중심의 중재가 개입된다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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