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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압박, ‘가치기반 일차의료’ 도입해 해소해야”
“건강보험 재정 압박, ‘가치기반 일차의료’ 도입해 해소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4.01.2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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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보건복지포럼 발간···강희정 연구원, 올해 보건의료 과제 제시
3단계 점진적 사업 통해 행위별 수가제 의존도 낮춰나가는 방향 제안
건보 의료 질 평가 체계 통합·개편, 디지털 전환 병행 필요성 강조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통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이 올해 보건의료 정책 과제로 지목됐다.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건강 격차 확대 등 우리나라가 당면한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 보건의료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일차의료의 혁신이라는 분석이다.

이 내용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에서 이달 발간한 ‘보건복지포럼’에 실려있다. 강희정 연구원은 이 중 '2024년 보건의료 정책 전망과 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올해 고령인구 증가가 가져올 재정 압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주도하는 보건의료 정책 환경에서 일차의료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는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누구나 필요할 때 효과적인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해 최선의 건강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시스템의 접근성, 형평성, 효과성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 변화에 대응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효과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이 제시한 일차의료 혁신을 위한 중점 과제는 △지역주민 대상 일차의료 가치기반지불 모형 개발과 시범 운영 △의료비 지원 제도의 체계적 통합과 외연 확대 △건강보험 의료 질 평가 체계 구조 개편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 촉진이다.

강 연구원이 제시한 일차의료 가치기반지불 모형은 총 3단계로 이루어져있다. 각 단계마다 2년간의 사업을 통해 점진적으로 지역사회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이루고 가치기반지불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모든 단계에서 고위험 등록 환자 비율, 환자 건강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1단계는 인프라 구축이 목적인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현재 ‘단독 개원+행위별 수가제’ 환경 하에서 ‘스타트업 선불 정액 지원’을 통해 환자 관리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한다. 건강보험 재정 외 재원으로 마련되는 지원금은 간호인력 증원, 인증 EMR 사용 등 의료 질 관리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의료기관이 제출한 지출 계획에 근거해 사업 초기와 1년 후 분할 지급한다.

2단계에서도 행위별 수가제는 유지된다. 다만 일차의료기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도록 하고, 행위별 수가제 일부를 전향적 인구 기반 지불로 대체한다. 환자당 월간 정액 보상은 분기별로 지급한다.

3단계에서는 지불 방식을 완전히 가치기반으로 전환한다. 환자 건강 성과 향상과 보상의 관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역사회 지원 연계 체계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과거 2년간 지역별 환자당 평균 청구액에 따라 환자당 월간 정액 보상을 분기별로 지급한다.

강 연구원은 이 모형에 대해 “인력 채용,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의 한계로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모형을 설계하고, 일정 기간 경험을 통해 참여 역량을 축적하면 다음 단계 모형으로의 전환을 의무화 하는 단계적 운영 방식”이라며 “단계별 지불 방식을 다르게 조합함으로서 점증적으로 행위별 수가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사를 활용해 지역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정보 시스템과 행정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정보 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의 지역사회 자원 연계 신청을 처리할 수도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서 운영하는 지역 협의체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보건소, 지자체 복지 관할 사무소, 지역 의사회 등이 상시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건강보험 의료 질 평가체계 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가치기반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해소하며, 사업 간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 의료 질 평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의료 질 평가 사업의 영향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고 있어 병원과 의원에 대한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일차의료 가치기반 지불모형 개발 성과 평가를 위한 질과 비용 지표가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치 기반 지불모형은 개발 단계부터 디지털 전환과 AI 자동화 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 부서 간 협의와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알맹이 없는 수단으로서 독립적이고 분산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라며 “많은 디지털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저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데이터 간 상호운용성 전략을 가치기반 지불 모형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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