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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선용 정치 공약으로 전락한 ‘의료’
[기자수첩] 총선용 정치 공약으로 전락한 ‘의료’
  • 의사신문
  • 승인 2024.01.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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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불과 8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과 예비후보들마다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 등의 지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의대 설립 등이 주요 공약으로 나왔다. 대형병원이 없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이유다. 

의료계도 의협 총선기획단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살리기는 물론, 의사들에 대한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 등 보건의료 정책 아젠다를 각 정당에 제시하고 나섰다. 문제는 매번 총선 때마다 정치권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들이 포퓰리즘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의사제 도입 및 공공의대 신설 입법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던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를 중심으로 한 보건복지 분야 공약을 앞다퉈 내걸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보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앞세워 총선 전 표심을 몰기 위한 ‘입법 러시’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및 공공의대 신설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들 법안은 공공의대 도입과 함께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배출된 의사는 10년간 의료 취약 지역에서 강제로 일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역 의무복무를 위반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무시무시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불과 얼마 뒤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진 중인 입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직후 보여준 위선적인 행태 때문이다.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라 당시 이 대표의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정부 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A)을 받은 곳이다. 

하지만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도입 등을 주장해온 제1야당 대표는 정작 지역 병원은 뒤로한 채 헬기를 타고 서울행을 택하면서 특혜 논란을 불러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그야말로 ‘자가당착(말과 행동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에 빠진 모습에 “민주당이 지역의료 붕괴 문제 등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도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방식을 확정하기 위한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다.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2000~3000명 늘려야 한다’는 여론몰이와 함께 의협에 의대 정원과 관련해 최후 통첩을 보낸 상태다. 복지부는 의협이 요구한 ‘끝장 토론’마저 거부했다. 

의대 정원 증원은 필수의료 붕괴 문제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을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총선용 정치 공약으로 전락해버린 의료 문제를 보고 있으면, 아직 선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막혀온다. 정당의 인기를 위해, 개인의 당선을 위해 의료 문제를 정치 공약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의료의 전문가는 누가 뭐래도 ‘의사’다. 정치권이 의료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전 세계가 부러워 하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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