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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면허취소법’ 문제점·개선방안 심층 논의
서울시의사회, ‘면허취소법’ 문제점·개선방안 심층 논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4.01.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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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제도·바른의료 정착을 위한 세미나 개최···“‘완화법’ 통과에 최선”
한진 변호사 “광범위한 윤리 요구 앞뒤 안 맞아“···의대정원 문제도 다뤄져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가 ‘의료인 면허 취소법’과 ‘의대 정원 확대’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바른제도·바른의료 정착을 위한 세미나’를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개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 등  의료행위와 무관한 위법행위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무조건적으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7월 면허박탈법대응TF(공동위원장 황규석·이태연)를 출범시켜 불합리한 조항들을 전면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그 결과 지난 10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완화된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면허취소법’의 폐기를 위해 서울시의사회가 앞으로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서울시의사회는 ‘면허취소법’의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결과, 지난해 10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완화된 개정안이 대표 발의돼 지금도 법안의 통과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은 수술실 CCTV 설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최근의 간호법 재발의 등을 추진하며 의료계를 패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인구 절벽 시대에 의료 절벽의 재앙으로 이어질 의대 증원을 막고 올바른 의료정책이 의료계와 논의되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 강연이 그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정치권이 단순히 국민 여론에만 이끌려 장기적 안목없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의료계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현재 대기업 사원들까지 (의대 입학을 위해) 학원가로 달려가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론 인공지능의 발달로 전문가의 영역도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대 정원을 축소하고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산업의 인재를 더 키워야 한다. 사소한 범법행위로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인 겁박법’ 역시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면허 취소 완화법’의 국회 본회의 최종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오늘 세미나 개최를 위한 박명하 회장과 이윤수 의장을 비롯한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드린다. 완화된 ‘면허취소법 개정안’은 서울시의사회와 협업해 제가 작년에 발의했는데 반드시 임기 내에 통과돼 의료인의 기본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의대 정원 역시 단순히 숫자 조정이 아닌 필요한 곳에 적절히 의료인력이 투입돼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좋은 안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사면허취소법 문제점 및 현 동향’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면허취소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면허박탈법대응TF에 참여 중인 한 변호사는 “사실 선고유예는 정말 경미한 처벌인데 이것까지 면허 취소 사유에 들어갔다”며 “면허는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에게 주는 게 아니라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지식을 갖추면 주는 것인데 의료인에게 의료업무와 무관한 광범위한 수준의 윤리 요구를 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사회적 계급을 양산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최재형 의원이 우리의 의견을 듣고 처벌 기준을 완화한 개정안을 발의해 이번 회기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 시행 이후 억울한 피해자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앞으론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위헌소송 등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명하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도 ‘면허취소법’에 대응하기 위해 곧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활동에 돌입할 예정인데, 그동안 서울시의사회가 어떤 시도의사회보다 ‘전문가평가단’ 활동을 열심히 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궁극적으론 의사협회도 변호사협회와 마찬가지로 자율징계권 등을 가져 회원들에 대한 면허관리를 총체적으로 할 수 있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다뤄졌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정치적 의대 정원 의료붕괴 가져온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가 불러올 국가적 위기에 대해 경고했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OECD의 건강 지표에서 대부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기계적·이념적 평등에만 입각해 이 중에서 오직 ‘의사 수’만 바라보며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현재의 필수·지역의료 위기에는 만성적 저수가, 의료인에 대한 법적보호부재, 과도한 업무부담, 부족한 인프라로 인한 열악한 일자리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를 단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이없는 발상이며 의료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일본을 추월했는데, 이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의료행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보듯이 의료비의 증가의 주요 원인은 의사 수와 병상 수의 증가 때문인데 우리 정부는 이를 전혀 통제하려 하지 않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립까지 무분별하게 추진돼 의료비가 더욱 폭증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정치적 결정이며 그 결과는 건강보험 붕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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